독자생존 가능? 뭉쳐야 산다? ‘준연동형’이 쏘아올린 제3지대 혼선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6 14: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만 얻어도 1석…무리한 통합 대신 독자생존 노릴 수도
양당 ‘위성정당’으로 비례 쟁탈전 치열해져…“힘 합쳐야” 목소리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연합(가칭)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가운데는 조응천 의원 ⓒ연합뉴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왼쪽)와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연합(가칭)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가운데는 미래대연합(원칙과상식) 조응천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4월 총선에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누구보다 제3지대 신당들의 셈법이 복잡해진 모양새다. 기본적으로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이 커졌지만,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쟁탈전에 가세하면서 유불리를 따지기 난해해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준연동형제 결정은 현재 중텐트 구성을 완료한 신당들이 빅텐트로 나아가는 데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미래대연합 등 제3지대 소수 정당에는 준연동형이 유리하다. 권역별 병립형을 적용할 경우 총선서 정당 득표율 약 7%를 기록해야 권역별 1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준연동형제를 적용할 경우 약 3% 득표율로도 전국 1석을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장 정치권에선 신당들 간 합당의 필요성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 빅텐트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서로 갈등을 보이며 난항을 겪어온 만큼, 무리하게 손을 잡을 바엔 독자적으로 의석을 챙기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일각에선 준연동형제 시행으로 빅텐트에 대한 이들의 절박감은 줄어들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1가 2 이상의 효과 발휘할 것”

그러나 이는 소수 정당에 확실히 유리한 기존 준연동형제를 고스란히 살렸을 때만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대 양당이 지난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비례대표 위성정당을 하나씩 만들어 선거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상 지역구보다 비례에서 의석을 얻어야 하는 제3지대 신당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 있는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통해 47석의 비례대표 의석 가운데 19석을, 당시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17석을 확보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미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만들었으며, 민주당도 범야권 위성정당 성격의 ‘통합형비례정당’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에도 비례대표 47석을 둔 정당 간의 쟁탈전은 치열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각 신당 안팎에선 하나의 정당으로 지지율을 합해 단 1석이라도 더 얻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신당이 각자도생해 득표율을 쪼개 갖는 것보다는, 하나로 합쳐 거대 양당에 맞서는 ‘제3당’ 입지를 더욱 굳히고 비례 의석을 최대한 얻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제3지대서 활동하는 한 관계자는 취재진에 “국민들은 제3지대 각 신당의 갖고 있는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하실 수 있다”며 “신당들이 하나로 뭉쳐 우리 정치를 망가트린 거대 양당에 대항하는 세력임을 보여드려야 더 많은 지지를 이끌 수 있다. 1+1=2가 아닌 그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신당들의 지지율을 봤을 때도, 선거제와 무관하게 이들이 독자생존을 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정당 지지율을 물어 2일 발표한 결과, 개혁신당(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이 각각 3%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준연동형제를 적용하더라도 각 정당 당 비례대표 1석을 겨우 얻는 수치다. (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응답률 12.7%,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런 상황 속에서 그동안 갈등을 벌이던 제3지대 신당들은 조금씩 봉합 분위기를 조성하는 모양새다. 새로운미래 합류를 거부하고 ‘원칙과상식’으로 다시 분리된 이원욱·조응천 의원은 6일 제3지대 빅텐트의 발판이 될 ‘통합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공개 제안했다. 개혁신당 2명, 새로운미래 2명, 새로운선택 1명, 원칙과상식 1명을 각각 추천해 공관위를 구성하고, 여기에서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를 함께 심사하자는 것이다. 이들의 제안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가 즉각 호응하면서 설 연휴 전 후 빅텐트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되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