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론] 클린스만뿐 아니라 코치들도 바꿔라
  • 최영미 작가·이미출판사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6 17:00
  • 호수 1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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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가 아시안컵 4강전에서 탈락한 후 축구팬들이 분노를 쏟아내고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아시아 최강인 한국 축구가 지난 64년 동안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 ‘64년’의 한을 풀려는 한국 축구의 염원이, 그 절실함이 중동의 슬픈 독기를 잠재울까? 어느 이야기가 도하의 운동장에서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까? 궁금했었다. 토너먼트에서는 선수들의 실력과 감독의 지략 못지않게 이야기가 승패를 좌우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2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에 화상으로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2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에 화상으로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상대에게 너무 많은 공간을 내주면 위험하다

2022 카타르월드컵이 시작되기도 전에 외신들은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 운운하며 기사를 쏟아내고 BBC방송은 메시 특집 다큐를 방영했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에 우승팀을 묻는 기자에게 “아르헨티나가 우승한다”고 예견했다. 첫 경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2대1로 진 후 아르헨티나 경기에서 페널티가 많이 나왔다. 주지 않아도 될 페널티를 남발하는 심판들을 보며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위해 우주의 기운이 모이고 있음을 알았다. 심판들도 인간이고 스타들에게 주목한다. 유명하지 않은 선수들이 넘어지면 보지 못하더라도 메시가 반칙을 당하면 놓치지 않는다. 이번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카타르는 페널티킥으로만 3골을 넣었다.

이스라엘이 가자를 침공하지 않았더라면 한국이 아시안컵을 들어올렸을지도 모른다. 연일 이어지는 폭격으로 신음하는 팔레스타인이 아시안컵에 출전한 것 자체가 감동이었다. 고통받는 국민에게 기쁨을 주려고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보며 나는 팔레스타인과 중동 국가들을 응원했다. “우리는 슬픔으로 하나가 되었다”고 요르단의 왕비는 말했다. 월드컵을 치른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이라 월드컵에 나가지 못한 아랍 선수들을 더 자극했으리라. 이란이나 요르단 선수에게는 홈경기나 마찬가지였다.

아시안컵처럼 온 국민이 관심을 갖는 스포츠 축제를 지상파에서 중계하지 않아, 경기 전에 중계 채널을 찾느라 무지 고생했다. 티빙 tvn 스포츠? 텔레비전을 안 보는 내게 생소한 채널이라 케이블 방송국에 몇 차례 전화해 채널 번호를 알아냈다. 경기 분석보다는 말잔치, 아랍인 복장의 아무개가 사막 한가운데서 뭘 하는 짓인지, 축구를 오락 프로그램으로 변질시킨 제작진에 나는 분노했다. 그래 너희들끼리 잘해 봐라. 난 안 도와줄 거야. 페이스북에 축구 ‘축’자도 올리지 않을 거야, 한국이 이기든 지든…. 경기가 끝날 즈음 애국자가 되어 90분이 지나 터지는 극장골에 열광했다.

황금세대로 구성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데리고 ‘뻥’ 축구, ‘방관’ 축구로 아시아를 놀라게 한 클린스만을 해임하라는 청원에 나도 물론 공감한다. 6경기에 10실점. 시원하게 이긴 경기는 없고 거의 모든 경기에서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가다 종료 휘슬 몇 분 전에 동점골이 나오고 역전골이 터졌다. 힘들게 4강에 진출했으나 0대2로 패했다.

패한 것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으나 유효 슈팅 ‘0’은 용서되지 않는다. 한국팀의 가장 큰 패인은 상대방에게 너무 많은 공간을 내준 것. 공격과 수비가 20m 이내에 있어야 하는데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는 40m 이상 벌어진 것 같다. 상대에게 너무 많은 공간을 내주면 위험하다. 코치들은 뭘 했나? 클린스만뿐 아니라 코치들과 자문위원도 해임하라. 몇십억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면 그게 낫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br>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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