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기 “국민 눈에는 ‘군림하는 대통령’만 보여…제대로 견제하겠다”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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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출마자들] 충남 서산·태안에 5번째 도전장 낸 조한기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민주당, 시스템 공천인데 계파로 해석하면 ‘쪼잔한’ 정치 돼”

오는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치러집니다.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나와 가족, 우리 동네와 대한민국의 운명이 좌우됩니다. 시사저널은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습니다. 출사표를 던진 각 지역구의 후보들을 만나 출마 포부와 핵심 공약, 정치 현안에 대한 솔직한 소신을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조한기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조한기 선거사무소
조한기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조한기 충남 서산·태안 민주당 후보 선거사무소

어느덧 5번째 도전이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의전비서관을 지낸 조한기 서산·태안 민주당 후보는 충남 안면도에서 태어나 서산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뼛속까지 이 지역 사람이다. 서산·태안 발전을 꿈꾸며 2012년부터 무려 4번의 총선·재보선에 도전했지만 매번 고배를 마셨다. 조 전 비서관은 “대통령 가장 가까이에서 의전을 해봤기에 대통령의 역할을 가장 잘 안다”며 스스로 정부 견제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인재라고 자신했다. 2월12일, 4전5기를 꿈꾸는 조 전 비서관에게서 그가 꿈꾸는 서산·태안, 나아가 한국 정치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태안, 145명 출생 750명 사망…‘지역 소멸’ 해결하겠다”
 
5번째 도전인데, 이번 선거에 임하는 새로운 각오가 있나.

“예비후보 등록하고 두 달간 인사를 다니면서 ‘열심히 좀 하세요’ ‘꼭 좀 이겨야 합니다’는 말을 하루에도 10번, 20번씩 들었다. 현재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유권자 바람이 이번만큼 강했던 때가 없었던 것 같다. 국민에게 총선이 계기이고, 조한기라는 후보는 도구다. 도구를 통해 정치를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는 열망이 강한 만큼 저의 사명감도 뚜렷해졌다. 꼭 이겨야 한다.”

설 연휴 동안 지역 주민들을 많이 만났나.

“서산 희망공원에 가서 성묘객들을 만나고 태안 전국장사씨름대회, 안면도 황도 붕기풍어제 등 지역행사에도 참석해 주민들과 얘기를 나눴다. 그들에게서 윤석열 정권의 무모한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열망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지역구 주민들의 최대 현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번 총선에 나서는 공약은 무엇인가.

“지난해 태안군에서 145명 태어나고 750명이 사망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지역 소멸 문제가 심각하다. 저출생과 지역 소멸을 막아낼 입법과 정책을 위해 힘쓰겠다. 예를 들어 국가 예산 500억원 이상을 사용하게 되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는데, 수도권은 인구가 많아 웬만한 사업은 거의 통과가 된다. 서산에 민항을 유치하는 것은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는데, 예타 조사 532억원이 나와 통과 못 했다. 그 유명한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사업비가 1조8000억여 원인데 통과되지 않았나.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수도권과 지방 간 예타 조사에 차등을 둬야 한다. 또 농어촌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로 실현되지 못했는데, 농어촌 생산물 가격 안정화 등으로 농어업인 기본소득의 토대를 마련하겠다.”

‘정치인 조한기’가 국회에 입성해서 가장 이루고 싶은 과제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와 국민통합이다. 대통령 가장 가까이에서 일한 경험이 있기에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다. 잘 알기에 견제도 잘 할 수 있다. 과거에 국민통합은 영호남 대결정치를 끝내자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갈등의 정도가 훨씬 복잡해졌다.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갈라치기 정치, 소수자를 괴롭혀 주가를 올리는 그런 정치를 단절시키고 국민통합에 힘쓸 것이다.”

정치 테러까지 불러온 혐오 정치, 원인은 뭘까.

“현재 삶이 불안한 국민이 분노의 화살을 돌릴 곳이 필요하고, 이들에게 먹이를 던져주는 정치인들이 있다. 미국 제조업이 중국이나 한국에 밀리면서 퇴락한 미국 중산층에게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이민자를 먹잇감으로 던졌다. 표심으로 드러났던 (이민자에 대한) 증오가 이후 중남미 또는 아시아인들에 대한 무차별 폭행이나 테러로 이어졌던 것과 유사한 모습이다.”

조한기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조한기 민주당 후보 선거사무소
조한기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조한기 충남 서산·태안 민주당 후보 선거사무소

"소통 않는 尹정부…계산 없이 솔직해져야"

현 정부의 낮은 지지율은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나. 

“첫째, 대통령이 실종됐다. 정확히는 ‘일하는 대통령’이 없고 왕처럼 군림하는 대통령만 보인다. 우리는 대통령제 국가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일을 안 하면 나라가 순식간에 망가진다. 취임 2년도 안 됐는데,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최악이다.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안보도 불안하다. 두 번째는 검사를 통한 국가 통치다.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60대조차 검사들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고 보기 시작했다. 세 번째는 협치하지 않는 것이다. 대통령이 야당과 야당을 따르는 사람들을 국민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으로, 대통령 일가와 측근들의 득세다.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의 장모, 천공 등이 뉴스에서 사라지지 않으면 국민 생각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지난 2월7일 KBS에서 방영한 윤석열 대통령 대담 내용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바란 건 ‘이렇게 하려고 했는데 이런 부분이 어려웠다’ ‘노력하겠다’ ‘이해해달라’는 솔직함이다. ‘디올백’ 문제도 하다못해 ‘부주의했다’ ‘사과드려야 할 것 같다’ 정도로 얘기했으면 논란이 가라앉았을 것이다.”

용산에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말인데, 그 이유는 어디 있다고 보나.

“제가 청와대에서 일할 때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여러 정치적 수가 있는데, 계산하지 않는 수가 제일 무서운 수라고 하셨다. 정직한 수가 가장 힘이 세다는 것이다. 소통이 전제이고, 홍보는 그 효과인데 현 정부는 소통하지 않고 홍보할 생각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수직적 당정관계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는데.

“총선 전망이 아주 어두워지면 모를까, 현재 시점에서는 (수직적 당정관계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한기
조한기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조한기 충남 서산·태안 민주당 후보 선거사무소

 

민주당이 혁신 없이 정권심판론의 반사이익만 노리려 한다는 비판도 많은데.

“뼈 아픈 지적이다. 다만 현재 야당은 견제하고 비판하는 입장에 있지 정국을 이끄는 존재는 아니다. 민주당이 정책과 공약에서는 리드하고 있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요양병원 간병비 의료보험 급여화’는 우리 지역 주민들에게 정말 와닿는 공약이었다.”

민주당 공관위가 ‘선배 정치인’과 ‘윤석열 검찰정권 탄생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의 자발적 용퇴를 요구했는데.

“과거에도 총선마다 당 내에서 헌신과 희생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있어왔고, 실제로 필요하다. 잘 짜여진 시스템에 의한 공천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논란들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또 윤석열 정부의 탄생과 관련해서는 사실 민주당 구성원 모두가 죄인 아닌가. 특정 집단과 어떤 개개인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친명 vs 친문’ 공천 갈등 논란의 실체는.

“하위 20% 평가 등이 없다면 어떻게 새 피를 수혈하겠나. 누구든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를 받아들여야 되고 거기에 계파를 갖다 넣기 시작하면 ‘쪼잔한’ 정치가 된다. 과거에도 친노·반노·친문·반문 논쟁이 있었는데, 지나고 나니 아니지 않나. 저는 ‘친민’만 있다고 본다.”

이재명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가 기소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도마에 올랐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칼자루는 저쪽에서 쥐고 있다. 선거 앞두고 공권력에 의한 야당 지도자 탄압이 더 세진다면 국민적 반감을 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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