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총궐기 D-1…“정부가 압박할수록 우리 투쟁 의지만 커질 뿐”
  • 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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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용산 대통령실 앞 ‘의대 증원 반대’ 총궐기 대회
의협 “어떠한 희생도 각오…국민도 무분별한 증원 원치 않아”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반대 포스터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반대 포스터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을 놓고 정부와 정면충돌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총궐기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가 집단행동 금지 명령을 내리고 의사 면허 취소 카드까지 꺼내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의협은 예정대로 15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의협은 일종의 ‘선전포고’ 격인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이후 집단 휴진, 전공의 휴업 등 투쟁 강도를 높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 여론은 찬성에 기울어 있다. 의협의 집단행동에 대해 ‘직역 이기주의’로 보는 등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도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정부의 고강도 압박, 그리고 이러한 여론의 열세에도 의협이 병원을 벗어나 거리로 나서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사저널은 총궐기 하루 전인 14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에게 투쟁 이유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15일 총궐기 대회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2월6일 정부가 의대 증원 발표를 강행하자 의협 산하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단 회의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투쟁 방식을 고민하던 중 2021년 ‘간호법’ 저지를 위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 열었던 집회가 떠올랐다. 그때처럼 시도별 여건에 맞게 방식을 구상하되 국민들께 피해가 가지 않는, 가장 수위가 낮은 수준으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참여 규모와 방식은 어떻게 예상되나.

“서울에서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 집회신고를 했고 참여인원은 100명으로 기재했다. 다만 의협 전 회원이 분노하고 있는 사안인 만큼 최소 200명 이상 모일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시의사회 측에서 의대생‧전공의‧병원장 등에 공문을 보내 참여를 독려한 만큼, 총궐기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이 참석해 의협 회원들에게 격려를 하는 등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다른 시도에서도 의료 시스템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점심시간이나 저녁 등을 활용해 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의협과 대화의 장을 열어 놓겠다고 했다. 정부와 협상할 여지는 있나.

“정부가 의협과 협상을 한다는 것은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 의사들을 ‘들러리’ 세운 것이라고 본다. 정부는 의대 증원 규모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았다. 또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의대 증원이 정책적인 판단이기 때문에 의료계와 합의할 내용은 아니’라는 이중적인 입장을 취했다. 정부가 의협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를 한 데 대한 의사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연일 경고하고 있다. 의사 면허 박탈 경고까지 내놓았는데, 그럼에도 계획대로 투쟁을 이어갈 건가.

“정부의 압박이 강해질수록 우리의 투쟁 의지만 더 높아질 뿐이다. 정부의 강경 대응이 한편으로는 투쟁의 원동력이 된다. 올바르지 못한 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에 대해서는 어떠한 희생도 각오하고 강력하게 저항하고 항의할 생각이다. 다만 투쟁에 참여한 의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처음부터 수위를 높이진 않을 것이다. 오는 17일 비대위가 구성되고 첫 회의가 열리는데 이날 법적 대응을 준비할 예정이다.”

양동호 대한의사협회 협상단장이 6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대책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석, 의사협회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연합뉴스
양동호 대한의사협회 협상단장이 6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대책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석, 의사협회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연합뉴스

의대 증원에 국민 90%가 찬성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단순히 의대 증원을 찬성하냐, 반대하냐고 물었을 때는 여론이 의협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한 의대 증원 수(2000명)를 보고 지나치다고 생각한 국민이 많을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어떠한 문제를 가리고 국면을 전환하려는 차원에서 발표를 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의료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교육과도 연관된 문제다.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져 인구 절벽을 앞둔 상황인데, 감축을 논의해도 모자랄 판에 무분별하게 의사 수를 늘려선 안 된다는 여론이 많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의사도 고령화되면서 20대 의사가 10년 새 절반으로 줄었다. 정부 주장대로 젊은 의사를 더 공급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

“의대 정원은 늘어나지 않았지만 20년 동안 젊은 의사들이 매년 3058명씩 공급돼 왔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의사들도 고령화된 건 맞지만, 나이가 많아도 현장 곳곳을 누비면서 열심히 활동하는 의사들이 많이 있다. 또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비대면 진료나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돌봄 서비스도 늘었다고 생각한다.”

전공의 집단 휴진 등으로 ‘의료 공백’이 발생하면 민심이 더 냉랭해질 수 있다. 국민을 어떻게 설득해 나갈 것인가.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서 우리가 절실하게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노동조합에 속해있지 않아 파업의 법적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분신을 하거나 타워크레인에 오를 수는 없지 않겠는가. 국민의 불편으로 이어지기 전에 정부가 다시 한 번 원점에서 재논의하는 성의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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