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 내가 총파업을 반대하는 이유”
  • 강윤서 기자 (kys.ss@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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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료원연합회 “지방 의사 인력난 심각, 더 늘려도 모자라”
보건의료노조 “의대 정원 확대, 의사단체가 결정권 가진 전유물 아냐”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가 하루 지난 2월7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가 하루 지난 2월7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의사단체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추진에 강력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 일각에는 ‘파업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부 의료진들은 ‘정책의 허점’을 지적하면서도 파업 불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의사가 의료현장을 떠나면 그 타격은 국민이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14일 시사저널과 전화인터뷰에 응한 조승연 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은 일부 의사단체가 예고한 집단행동을 두고 “의사들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하다”고 힐난했다. 

조 회장은 대한의사협회의 대표성을 의심했다. 그는 “총궐기대회를 예고한 대한의사협회는 사실상 ‘개원의 단체’로 봐야한다”며 “종합병원에서 수술하고 중환자를 돌보는 의사들을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이들이 행하는 집단행동은 개업해서 돈 버는 방법을 지키려는 목적일 뿐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다만 조 회장도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확대만으로는 지방 의사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대 정원 확대는 지방의료계, 필수의료 인력난 해결에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에 대한 논의가 뒤따라오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치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의사 사관학교 개념의 공공의대를 설립해 정부가 강력한 자격 조건을 걸면 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과 인성, 사명감을 두루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을 제안한 뒤 “졸업 후에도 한 지역에 정착해 의무적으로 근무기간을 정하는 등 강력한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의사들의 총파업에는 반대하지만,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숫자’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2000명으로 곧바로 밀어붙일지 혹은 상한선으로 정해두고 향후 5년간 점진적으로 늘릴지 등 합의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가령 올해 의사들 저항이 심한 관계로 1000명만 증원하고 내년에는 공공의대를 설립한 뒤 500명에서 1000명까지 점차 늘리는 방식도 있다”고 했다.

의사 외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등의 보건노동자들도 파업을 만류하는 분위기다. 대한간호사협회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의사단체를 향해 “의료인의 책무와 본분을 저버리지 말아달라”며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의료인은 어떤 순간에도 현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간호사·간호조무사·물리치료사 등이 소속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최희선 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의사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에는 정당성이 없다”며 “의대 정원 확대는 의사단체가 결정권을 가진 전유물이 아니라 의사단체를 뺀 모든 국민이 찬성하는 국가적 과제”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부실함도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단순히 의대 정원만 늘려서 해결될 문제는 없다”며 “중요한 건 몇 명이 확대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확대되느냐”라고 짚었다. 이어 “증원된 지역·필수의료로 유치하기 위해서 의사들이 요구하고 있는 수가 조정이나 인센티브를 반영하는 방식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정부는 의사 면허를 박탈하겠다고 압박하고 의사들은 ‘의사 이길 정부 없다’며 호소하는 대립구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의사를 굴복시키려는 태도를 벗어나 설득과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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