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난 것도 아닌데 의사 5000명 필요하나”…비판 수위 높인 의협
  • 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4 18: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협 비대위 “‘국민 밉상’된 의사…의대 증원은 정치적 결정”
17일 비대위 첫 회의서 투쟁 방향·로드맵 제시 예정
14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윤경
14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윤경

의대 증원에 반발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연일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시에 불응할 시 ‘면허 박탈’을 할 수 있다는 정부의 초강수에도 의협은 대정부 투쟁 방향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14일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은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어떠한 겁박에도 굴하지 않고 불합리한 의대 정원 확대를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7일 열리는 비대위 첫 회의에서 구체적인 대정부 투쟁 방안과 로드맵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우리나라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보다 낮다는 이유로 의사가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의사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현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에 대해서는 의사가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경증 환자가 넘쳐나고 중증 환자는 갈 곳이 없어 발생하는 응급의료 시스템의 복합적인 문제”라고 답했다. 또 “(소아과 오픈런을 하는) 부모의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서울시내 초등학교도 문을 닫는 상황에서 산부인과, 소아과라고 별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든다”며 “코로나가 종식되고 나서 갑자기 계절성 질환이 생겨 특정 시간대에 환자가 붐빈 탓도 있다”고 항변했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가 늘린 의대 입학 정원(2000명)이 지나치게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인숙 비대위 대외협력위원장은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이렇게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라며 “군대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의대 정원을 167%가량 늘린다는 건 ‘국민 밉상’인 의사를 희생양 삼아 총선 전에 표심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의대 증원이 의료 교육의 질을 떨어트리고 이공계열 인재를 대거 흡수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김 위원장은 “현재 40개 의과대학의 정원이 3000명인데 한꺼번에 2000명을 늘리면 의대 24개를 새로 짓는 것과 똑같다”며 “교육의 질도 떨어지고 대한민국의 이공계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 비대위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젊은 의사들과도 투쟁 시점과 방식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 의사 파업 당시 있었던 의협과 대전협 간 마찰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미에서다. 당시 개원의 중심의 의협 파업률은 10%에 그친 반면 전공의는 80% 이상에 달해 의협에 대한 전공의의 불신이 쌓인 전례가 있다.

김 위원장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의협에 상당한 불신과 오해를 가진 것은 맞다”면서도 “지난해 10월 이후 협의체를 가동하고 있고 전공의 대표들이 전부 참석해 투쟁 동력은 2020년보다 더 뜨겁다”고 했다.

이어 “대전협이 비상체제로 돌입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중대함을 의미한다”며 “대전협도 의협과 같은 뜻으로 함께 투쟁해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앉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도 공개 토론 등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김 위원장은 “정부로부터 TV 토론 등의 제안이 온다면 당연히 토론도 하고 대화도 해야 한다”면서도 “시점상 어려울 수는 있다”고 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