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카오의 ‘SM 표적감사’ 의혹...‘사법리스크 떠넘기기’ 의혹까지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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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삼일회계법인 판단으로 SM 감사” 결정
SM “삼일로부터 아무런 통보도 없었다”
카카오, 자사의 고가인수 의혹에 연관된 회계법인을 SM 고가인수 의혹 조사자로 지정

계열사 통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카카오가 거짓 내용을 근거로 SM엔터테인먼트를 ‘표적감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 카카오가 자사의 사법리스크와 연관된 회계법인에 SM의 회계평가를 맡긴 사실도 확인됐다. SM 인수전에서 승기를 들었지만 반발이 쉬이 가라앉지 않을 모양새다. 이처럼 카카오가 내홍에도 불구하고 SM에 대한 고강도 감사를 추진하는 배경을 두고 의문이 짙어지고 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카카오는 지난 2월2일 SM에 보낸 공문을 통해 “당사(카카오)의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에서는 당사의 연결재무제표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 귀사(SM)의 내부회계관리제도를 포함한 최근 일련의 내부통제 쟁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가 1월 초부터 SM 임원 PC를 포렌식하는 등 감사에 나선 배경과 관련해서다.(☞ 1월25일자 “카카오, SM 임원 PC ‘압수수색’…내부단속 선 넘나” 기사 참조) 카카오의 외부감사인으로 언급된 삼일회계법인은 SM의 외부감사도 동시에 맡고 있다.

2023년 10월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윰감독원의 특별사법경찰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의장(현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출석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2023년 10월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윰감독원의 특별사법경찰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의장(현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출석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카카오·SM 동시 감사하는 삼일, 카카오에만 “내부검토 필요” 통보

그런데 SM 관계자는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연결재무제표의 판단 필요성에 관한 그 어떤 통보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있지도 않은 회계법인의 판단을 내세워 감사를 진행했다는 주장이다. 연결재무제표는 지배·종속관계에 있는 개별 기업들의 사업실적을 하나로 이어 만든 재무제표다. 카카오는 지난해 3월 SM 지분 39.87%를 매입해 최대주주이자 실질적 지배회사로 등극했고,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으로 묶였다. 외부감사법 21조에 따라 연결재무제표 감사인은 해당 회사 또는 관계회사에 관련 자료 제출 등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SM 관계자는 “외부감사인이 연결재무제표에 문제가 있어 내부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종속회사인 SM에게도 당연히 알렸어야 한다”며 “카카오가 삼일회계법인을 언급한 건 SM에 대한 감사 이후 명분쌓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카카오 측은 시사저널에 “당사 감사위원회는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 작성 및 검토가 필요해 이 과정에서 (감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문자로 알려왔다. 또 카카오 관계자는 “감사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감사를 둘러싸고 내부 반발이 불거지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2월2일자 공문에서 “귀사(SM)가 조사권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당 감사위원회는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 밖에 카카오가 SM에 대한 손상평가(재정적 손실을 평가하는 일)를 맡긴 A 회계법인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A 회계법인은 카카오가 고가 인수했다는 의혹을 받는 영상제작사 바람픽쳐스의 손상평가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제작사 바람픽쳐스의 고가 인수 의혹을 받는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월1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영상제작사 바람픽쳐스의 고가 인수 의혹을 받는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월1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수상한 SM 조사자 선정 과정...사법리스크 떠넘기기?

카카오는 지난 1월15일 SM에 이메일을 보내 “10X(텐엑스)와 더허브에 대한 영업권 가치평가를 카카오에서도 연결 관점에서 가액이 적정한지 확인하라는 감사위원회 지시 사항이 있어 손상평가를 진행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텐엑스와 더허브는 SM 자회사 KMR(크리에이션뮤직라이츠)이 사들인 회사로, 시세보다 비싸게 샀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후 2월7일 A 회계법인 소속 파트너 회계사 B씨는 SM에 ‘카카오 본감사_KMR 손상평가’란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며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카카오가 SM 손상평가 담당자로 B씨를 지정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A 회계법인은 바람픽쳐스의 손상평가 담당 회사이기도 하다. B씨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이에 대해 “맞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바람픽쳐스가 카카오의 고가 인수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시점은, 카카오가 A 회계법인에 SM 손상평가를 맡기기 전인 지난해 11월이다.

당시 서울남부지검은 바람픽쳐스에 대해 배임수재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바람픽쳐스는 2020년 초까지 3년 간 자본잠식을 기록한 ‘깡통회사’였는데 카카오는 그해 7월 이 회사를 200억원에 인수했다. 검찰은 카카오가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준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카카오가 자사의 고가 인수 의혹에 연관된 회계법인을 SM의 고가 인수 의혹 조사자로 지정한 셈이다. SM 관계자는 “지배기업이 종속기업을 일부러 논란거리로 삼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한편 A 회계법인이 SM 손상평가를 맡은 과정은 최혜령 카카오 CFO(최고재무책임자)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출신으로 작년 11월 카카오에 영입된 최 CFO는 SM에 대한 포렌식을 포함해 계열사 감사 전반을 이끌고 있다. 각종 사법리스크로 도마에 오른 카카오는 연일 계열사에 대한 고삐를 죄고 있다. 2월13일에는 13개 협약 계열사 CEO를 불러 보고 체계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오는 3월에는 대규모 인적 쇄신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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