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北 형제국’ 쿠바와 전격 수교…극비 추진 배경은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4.02.1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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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193번째 수교 국가…공관 개설 등 후속 조치 협의 예정
수교 방해해 온 北 맞대응 막으려 물밑 협상 진행 후 신속 발표
지난 2016년 6월5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쿠바 컨벤션 궁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이 양국간 첫 공식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16년 6월5일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쿠바 컨벤션 궁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이 양국간 첫 공식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이 북한의 ‘형제국’ 쿠바와 전격적으로 수교를 맺었다. 윤석열 정부는 오랜 기간 쿠바에 공을 들여 온 북한의 ‘방해 공작’을 고려해 수교를 극비 추진한 뒤 신속 발표했다.  

14일(현지 시각) 한국과 쿠바의 양국 유엔 대표부는 미국 뉴욕에서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공식 외교관계를 구축했다.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한 미수교국이었던 쿠바와의 수교를 통해 한국은 외교 지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쿠바가 이번에 한국과 수교를 맺으면서 유엔 회원국 중 미수교국은 시리아만 남게 됐다.

공산주의 국가 쿠바는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리며, 한국과는 공식 수교 관계를 수립한 적이 없다. 1949년 쿠바는 대한민국을 승인했지만 1959년에 일어난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 이후 양국 간 교류는 단절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꾸준히 수교를 위한 물밑 작업을 해왔다”며 “북한이 수십 년 동안 수교를 방해해왔으니 이번에 전격적으로 빨리 발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쿠바가 우리나라와의 경제 협력이나 문화 교류에 목말라 있었던 만큼, 북한에 알리지 않고 우리나라와 수교하고 싶어 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북한의 반발과 방해 공작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물밑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우리나라와 수교하지 않고 북한과 단독으로 수교를 맺은 국가는 기존 세 곳에서 팔레스타인, 시리아 2곳으로 줄었다.

외교부는 쿠바와 수교를 통해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와 한국 기업 진출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상호 간 실질 협력 증대에 기여할 것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또 쿠바를 방문하는 한국 국민에 대한 체계적인 영사 조력도 제공할 수 있을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연간 약 1만4000명의 한국인이 쿠바를 방문했다.

현재 쿠바에는 일제 강점기 시기에 이주한 한인 후손 1100여명도 거주하고 있다.

양국은 향후 상호 상주공관 개설 등을 포함한 수교 후속 조치에 적극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앞서 한국은 지난 2016년 당시 윤병세 외교장관이 최초로 쿠바를 공식 방문하면서 수교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주요 외신들도 한국과 쿠바의 첫 외교 관계 수립을 신속히 보도하며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이 북한의 냉전 시대 동맹국 중 한 곳인 쿠바와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며 ‘중남미 지역에서의 외교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한국 외교부 성명 내용을 전했다.

AFP통신은 쿠바 싱크탱크인 국제정책연구센터의 2021년 연구자료를 인용해 “최근 몇 년간 한국과 쿠바는 자동차·전자제품·휴대전화 산업에서 중요한 사업 관계를 구축했다”고 이번 수교의 배경을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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