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의원 꿔주기’ 꼼수 난무하는 위성정당 총선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6 10:00
  • 호수 1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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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죄론의 野,  ‘정의당·조국·정체성’ 고차방정식 풀어야 연대 시너지
따라가는 與, 책임론 비켜가지만 이준석 ‘위성정당 심판론’은 부담

이번 22대 총선에서도 유권자들의 선택을 교란하는 ‘꼼수’ 위성정당이 또다시 등장할 예정이다. 투표용지의 정당 기호가 득표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위성정당을 ‘3번’ 자리에 두려는 거대 양당 간 눈치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당 기호는 후보자 등록 마감일(3월22일)의 정당별 의석수를 기준으로 정해지는데, 현재 원내 3당은 더불어민주당(164석)과 국민의힘(113석)에 이어 6석을 보유한 녹색정의당이다. 양당이 비례대표 선출용 위성정당에 현역 의원을 6명보다 많이 ‘파견’ 보내면, 기호 3번을 차지할 수 있다. 지난 총선처럼 정당 난립이 예상되면서 투표용지 상단을 차지하기 위한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총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면서 48.1cm에 달하는 비례국회의원 투표용지가 제작됐다. ⓒ연합뉴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총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면서 48.1cm에 달하는 비례국회의원 투표용지가 제작됐다. ⓒ연합뉴스

‘기호 3번’ 노리는 한동훈-이재명-이준석의 속내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만들 필요가 없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해온 만큼 ‘가짜’ 정당인 위성정당 책임론에서 자유롭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의미래’(가칭)라는 이름까지 정해 두고 위성정당 창당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당초 2월15일로 예정됐던 창당대회 날짜가 23일로 연기됐는데, 지도부 구성과 비례대표 후보 명단 작성을 주도할 공천관리위원장 인선 등이 마무리되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에 현역 의원 중 지역구 출마를 하지 않는 의원들을 ‘꿔주기’ 형식으로 파견해야 한다. 그러나 공천 일정이 이제 시작된 데다, 당내 불출마 선언 현역 의원이 김웅·장제원 2명밖에 없는 실정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2월14일 “창당과 행정 절차는 사실상 준비가 끝났지만 지도부를 구성해야 하고, 현역 국회의원 배치를 어떻게 할지 여러 가지 실무적·실질적인 문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보수진영 군소 정당으로 최근 주목받는 게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입당해 인천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떨어뜨릴 목적으로 나왔지만 ‘대장동 일타강사’로 캐릭터가 겹치는 원희룡 전 장관(인천 계양을 국민의힘 후보)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전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앞서 이쪽 세력과는 함께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상태여서 단일화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힘을 합치는 것이 보수 결집을 강화할 순 있어도 중도층 표심은 잃을 수 있기에 ‘전광훈의 강’을 넘을 수 있을지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민주당도 야권 소수 정당을 아우른다는 의미의 사실상 위성정당인 ‘통합비례정당’을 내세워 준비에 나섰다. ‘정부 심판론’에 동조하는 야권 세력을 끌어모아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을 구축한 후 통합형 비례정당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다만 거대 양당에서 빠져나와 ‘제3의 길’을 선언한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의 개혁신당은 이에 합류할 의사가 없는 만큼, 연합 대상은 진보좌파를 표방하는 군소 정당으로 한정될 전망이다.

우선 새진보연합과 진보당이 동참하기로 했다. 박홍근 민주당 민주연합추진단장,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박석운 연합정치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 등은 2월13일 국회에서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을 위한 제1차 연석회의’를 열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추천 연합을 위해 각 정당 간 정치협상을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합류 여부를 고민 중인 녹색정의당을 향해 “조속히 결정을 내려 달라”고 촉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낙연·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사저널 박은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낙연·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왼쪽부터)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시사저널 이종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낙연·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왼쪽부터)
이낙연·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 ⓒ시사저널 임준석

녹색정의당, 또 위성정당 딜레마로 내부 갈등 격화

통합비례정당이 꾸려지기까지 민주당이 맞닥뜨린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녹색정의당 합류 문제부터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분위기다. 녹색정의당은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과 녹색당이 손을 잡은 선거연합 정당이지만, 통합비례정당 참여 여부를 두고 내홍에 휩싸였다. 녹색당 출신 인사들과 정의당 내 일부 의원이 통합비례정당 참여를 강력히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진교 녹색정의당 원내대표는 2월14일 진보진영 위성정당 합류 필요성을 주장하며 당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그는 “녹색당 지도부와 일부 의원의 반대로 책임 있는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어 더 이상 강력한 연합정치 추진도 원내대표직 수행도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정의당은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민주당 주도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하지 않았다. 지도부 내 갈등이 분출하자 녹색정의당은 통합비례정당 합류 여부를 2월17일 전국위원회 투표에 부쳐 결정하기로 했다. 

비례대표 의석 몫이나 순번, 후보 단일화 등을 두고 민주당과 소수 정당 간 주도권 싸움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례 당선권인 1~20번 순번 및 배분을 놓고 정당 간 힘겨루기가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역구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전제로 비례대표 배분을 협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위성정당 규모를 키우기 위해 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 강성희 진보당 의원 지역구인 전북 전주을 등에 후보를 내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임혁백 공천관리위원회가 내건 대원칙은 ‘이기는 공천’이니만큼, 경선 없이 이들에게 지역을 양보하면 당내 상당한 반발과 갈등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고양갑의 경우 심상정 의원보다 민주당 김성회 정치연구소 와이 소장이 더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 등도 제기된다.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새진보연합은 민주당에 “민주당과 소수 정당의 의석을 서로 번갈아 배치하자”고 제안했다. 연합정치시민회의도 “통합형 비례후보를 추천할 때는 특정 정당이 50% 이상을 추천할 수 없게 해야 하고, 특히 당선 안정권 순번에 이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민주당이 비례정당 운영 전권을 가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입장은 다르다. 2020년 21대 총선에선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앞번호(1∼10번) 몫을 소수 정당에 배정했지만, 이번엔 무조건 양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이 맏형으로서 통합형 비례정당 구성을 주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 대상에 포함된 진보당과 연합정치시민회의의 정체성도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진보당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으로 강제 해산된 과거 통합진보당 세력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21대 총선 당시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이념 문제로 민중당(현 진보당)을 연합 대상에서 배제한 바 있다.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연합정치시민회의의 인적 구성을 두고도 당 내외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 진보·좌파·반미·친북 성향 인사 등 234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천안함 자폭’ 발언으로 지난해 6월 민주당 혁신위원장직에서 9시간 만에 사퇴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등이 명단에 포함돼 있다. 

2월1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이 2월12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문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신당 변수…선 그은 민주당, 지지층 겹쳐 고민 

‘조국의 강’도 통합비례정당이 풀기 쉽지 않은 과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월13일 창당을 선언하자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 연대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최근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조 전 장관과의 연대가 중도층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당내 반발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박홍근 민주연합추진단장은 조 전 장관의 창당 선언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조국 신당은) 이번 총선 승리를 위한 선거연합의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국 전 장관의 등판이 자칫 과거의 ‘문재인 vs 윤석열’ 연장전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명계 이연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조 전 장관은 신당 창당 선언 전에 먼저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추천하고 임명한 경위와 책임자를 밝히는 것이 순서”라면서 “이렇게 자격 없는 사람들이 선거에 나서면 결국 이번 총선은 ‘윤석열 심판’이 아니라 ‘문재인 vs 윤석열의 검찰개혁 연장전’으로 변질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조 전 장관은 “뚜벅뚜벅 따박따박 제 길을 가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조국 신당’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자매정당으로 불렸던 ‘열린민주당’ 모델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조 전 장관의 지지층이 민주당 지지층과 겹친다는 점에서 통합비례정당에는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 이 부분 때문에 민주당이 향후 조국 신당까지 연합에 포함시킬 가능성도 완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고 ‘개혁신당’ 이름으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를 모두 낸다는 계획이다. 개혁신당은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많이 내기 어려운 만큼 위성정당 창당의 실익도 적다. 차라리 ‘꼼수 거부’라는 명분을 챙기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양당 독식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지만 위성정당으로 인해 양당 독식이 계속되는 현실이다. 지역구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정당 득표율이 높다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아도 비례대표로 의석수를 어느 정도 채울 수 있기에 개혁신당 입장에선 유리한 측면도 있다. 현재 현역 의원 5명인 개혁신당은 정당 기호 앞 순번을 받기 위해 현역 의원 추가 영입에 힘쓰고 있는데, 위성정당을 만들려면 ‘의원 쪼개기’까지 해야 해 셈법이 더 복잡해진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공천 이후 이삭줍기로 다음 달 중순에 최대 20석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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