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개전투’ 택한 전공의…의대생들 꼬리 내릴까
  • 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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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개 의대, 단체행동 필요성 ‘만장일치’ 동의했지만 실행 물음표
2020년 총파업 때 내민 ‘국가고시 거부’ 카드는 힘 못 받는 상황
동맹휴학을 지속 중인 의대생들이 11일 의료계 선배들에게 지지와 동참을 호소했다. ⓒ 연합뉴스
2020년 동맹휴학에 나선 의대생들이 의료계 선배들에게 지지와 동참을 호소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사 수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의대생들이 단체행동 돌입을 두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맞불 카드로 ‘동맹휴학’을 추진 중이지만 또 다른 투쟁의 한 축인 수련병원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개별 사직서 제출로 가닥을 잡으면서 의대생들도 즉각적인 집단행동에 돌입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15일 전국 의대생으로 구성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동맹휴학 등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에 대해 40개 의대가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의대협은 동맹휴학에 앞서 전체 의대생을 대상으로 참여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설문 결과를 취합한 뒤 수일 내로 최종 의결을 거쳐 동맹휴학에 들어갈 것이라고 의대협은 전했다.

단체는 “(의대 증원으로 인한) 의학 교육의 부실화는 실력 없는 의사와 의과학자를 양성할 것”이라며 “이는 필연적으로 미래 의료현장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학계 및 전문가는 2000명이라는 (의대 증원) 규모가 발표된 뒤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며 “정부 당국은 교육의 질적 저하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실질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대협은 정부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는 학생 의견을 듣고 싶다며 두 차례나 일자를 정했으나 모두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취소 및 무기한 연기했다”고 호소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올린 성명문 ⓒ 의대협 인스타그램 캡쳐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15일 올린 대회원 서신 ⓒ의대협 인스타그램 캡쳐

의대생은 2020년 의료계 총파업 때도 국가고시 거부, 동맹휴학 등의 카드를 꺼내든 적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10년간 총 4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반발이었다.

당시 응시생 80%는 전공의 집단 휴진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국가고시에 응시하지 않았다. 이때 전공의가 집단 휴진을 멈추는 조건으로 의대생을 구제해 달라고 나서면서 정부의 의대 증원은 일단락됐다.

다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의대 국가고시는 지난달 종료됐고 합격자 발표까지 나온 상태다. 사실상 의대협이 쥔 카드는 동맹휴학이 유일한 셈인데, 정부는 연일 강공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한림대 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회(비시위)는 의학과 4학년 전원이 1년간 휴학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비시위 위원장은 “전문가의 의견을 총체적으로 묵살한 이번 의료 개악이 현실이 된다면, 다시는 의료 선진국 대한민국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며 “1년간의 학업 중단으로 이 의료 개악을 막을 수 있다면, 결코 아깝지 않은 기간이라 휴학에 동의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학생들이 단체행동에 나서는 모양새를 띠고 있는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학생들도 본분을 지켜서 학업에 열중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당부드리고 교육부와 협력을 해서 학생들이 이러한 집단행동에 나서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또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이 수업 거부나 동맹휴학 등 집단행동을 강행할 경우 대학에 징계 등 협조 요청을 보낼 수 있다. 공문을 받아든 대학 총장은 학칙에 따라 학생에게 유기·무기정학, 제적(제명) 등을 내릴 수 있다.

정부는 한편으로 의대생에게 대화를 제안하며 의료계 달래기에도 나서고 있다. 박 차관은 “의대생들하고 간담회를 하고 싶어서 약속을 잡았는데 두 차례 다른 급한 일정이 생기는 바람이 취소됐고, 이후에 저희가 또 추가로 요청을 했는데 그때는 학생들이 거부했다”며 “의대생들이 편한 시간 언제라도 제안을 하면 시간을 조율해서 만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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