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앞두고 공중전으로 번진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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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경영 참여 선언에 한미약품 “진정성 의심”
임종윤 사장 “모녀가 그룹을 사익편취 도구로” 반박
결국 표대결…2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선택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간의 통합으로 불거진 경영권 분쟁이 연일 격화되고 있다. 통합을 추진하는 모녀(송영숙·임주현)와 이를 반대하는 형제(임종윤·임종훈) 양측이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며 공방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재계에선 형제가 주주제안을 한터라 결국 내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이들의 싸움이 일단락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한미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가진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캐스트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 본사 모습 ⓒ연합뉴스
한미약품 본사 모습 ⓒ연합뉴스

서로 사익 편취 주장…주총 전 여론전 가속

15일 재계에 따르면, 임종윤·종훈 두 형제 측은 “이사회를 통해 경영권 교체 후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대표에 임종훈 사장이, 자회사 한미약품 대표이사로 임종윤 사장이 각자 대표이사로 직접 경영에 나서려고 한다”고 밝혔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 8일 형제 스스로와 이들이 지정한 4명의 후보자 등 총 6명이 한미사이언스의 새로운 이사로 선임될 수 있도록 하는 주주제안권을 한미사이언스 상대로 행사했다. OCI와의 통합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형제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해 통합을 저지하겠다는 의도다.

두 형제의 경영 복귀 선언에 한미약품그룹은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들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한미약품은 “임종윤 사장이 지난 10년간 한미에 거의 출근하지 않은 데다 그가 사내이사로 있는 한미약품 이사회에도 지난해 상반기 5차례 이사회 가운데 한 차례만 출석하는 등 한미약품 경영에 무관심했다”며 “주주제안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한미약품은 이들의 행보가 사익 추구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한미약품은 “장남 임종윤 사장이 경영권 분쟁 상황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본인의 다중 채무를 해결하는 동시에, 그룹을 본인의 개인 기업에 활용하려는 사익 추구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임종윤 사장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지난 14일 입장문을 통해 “개인 목적을 위해 한미를 이용한다는 표현은 심각한 정보 왜곡이며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미그룹을 사익 편취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라고도 덧붙였다.

임 사장은 OCI와의 통합 과정에서 한미약품이 제값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미 두 배 이상의 가격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매입 의사를 밝힌 매수자도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임주현 사장의 OCI 대주주 신분 보장밖에 없는 결정이 왜 4만 주주들의 권익을 무시하고 진행됐는지 살펴보면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익재단 의결권 행사 여부 관심사…2대 주주 선택은?

이들의 공방은 법원의 판단과 내달 주총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지난달 17일 수원지방법원에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 7일 예정됐던 심문 기일은 오는 21일로 연기됐다.

재계에선 형제의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진입 여부가 이번 분쟁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달 주총에선 이들의 주주제안으로 6명의 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결국 표대결이 핵심인 셈이다.

현재 두 형제 측 우호지분은 28.4%이다. 반면 모녀 측 지분은 특수관계인 포함 27.7%다. 여기에 한미약품그룹의 공익재단 가현문화재단(4.9%)과 임성기재단(3%)을 합칠 경우 형제 측 지분을 앞서게 된다. 하지만 두 형제는 이들 재단이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캐스팅 보트는 2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쥐고 있다는 평가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고향 후배였다. 신 회장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무게추가 확실히 기울기 때문이다. 현재 신 회장은 아직 ‘중립’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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