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떠나는 전공의들…정부 “선처도, 구제도 없다” 초강경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6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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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자정 기준 7개 병원 전공의 154명 사직서 제출
빅5 집단사직 예고에 진료 거부 규모 커질 전망
정부, 강경대응 기조 재확인하며 “최대 징역 3년”
의사단체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준비하는 가운데 2월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의사단체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준비하는 가운데 2월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집단행동에 돌입한 전공의들을 겨냥해 "사후 구제나 선처는 없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강경 대응 방침에도 전공의 '줄사직'이 현실화하면서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비상대응 체계를 차질없이 준비, 가동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16일 전공의들이 근무하는 전국 221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집단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명령을 발동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이날 '빅5' 병원 전공의 전원이 오는 19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한다는 선언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전국 40개 의대 구성원이 20일 동맹 휴학계를 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2월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2월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업무개시명령 위반시 최고 징역 3년…사망 사례시 법정 최고형" 

복지부는 전공의들이 출근하지 않은 병원을 중심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해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을 파악, 개별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고 위반시 법적 조치에 들어갈 계획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이) 출근하지 않는 병원을 확인해 직원을 파견했다"며 "(진료 거부가) 확인되면 그 자리에서 업무개시명령을 문자와 문서로 동시에 발동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추가 확인 후 처분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직서가 수리가 안 됐는데도 현장에 나타나지 않아 진료를 하지 않으면 업무개시명령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의료법에 따라서 최고 징역 3년까지 처벌을 받을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공의가 장기간 복귀를 안해서 병원 기능에 상당한 마비가 이뤄지고, 실제로 사망 사례나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경우는 법정 최고형까지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고도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자정 기준 7개 병원 소속 전공의 15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정부의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에 따라 실제로 이를 수리한 병원은 없다. 

전공의 사직서 제출이 확인된 곳은 원광대병원(레지던트 7명), 가천대길병원(레지던트 17명·인턴 4명), 고대구로병원(레지던트 16명·인턴 3명), 부천성모병원(레지던트 13명·인턴 23명), 조선대병원(레지던트 7명), 경찰병원(레지던트 6명), 서울성모병원(인턴 58명) 등이다.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 제출을 예고하고 나섰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전국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한 사직서 제출 동참 설문을 진행할 방침이어서 진료 거부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빅5인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에 소속된 전공의는 2000명 가량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전공의 집단행동이 확산할 경우 주요 병원 응급실을 비롯해 수술과 일반 진료 일정까지 모두 연쇄 차질이 불가피하다.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들로 진료 거부 행동이 옮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할 것이며 이를 위한 사전 준비도 상당 부분 완료됐다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월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월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후구제·선처 無' 못 박은 정부

박 차관은 "불법적인 집단행동은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며 "이번에는 사후구제나 선처가 없다"고 못 박았다. 

2020년 의대 증원 및 공공의대 설립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했을 당시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10명을 고발했다 취하했는데 이번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 차관은 "당시 의료계에서 간곡하게 부탁해 9·4 의정합의를 통해 고소를 취하한 것이 지금 이렇게 집단행동을 쉽게 입에 담고 행동으로 옮기는 의료계 문화를 더 강화시킨 것"이라며 "이번에는 사후구제, 선처 이런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날 대한의사협회(의협) 소속 의사들이 전국에서 집회를 연 것을 언급하며 "(의협) 총궐기대회에서 일부 의사는 '모든 의사가 면허를 동시에 취소하고 던져버리는 순간이 온다면 정부가 정책을 철폐할 것'이라고 발언했다"며 "집단행동을 제안해 의료 현장과 환자, 환자 가족을 불안하게 하는 행위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의사들에게 "불법적 집단행동은 즉각 멈추고, 환자의 곁을 지켜주기 바란다"며 "환자를 담보로 한 모든 행위에 대해 법적·행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거듭 엄포를 놨다. 

환자 불안감이 커지는 점에 대해서는 "병원이 문 닫을 일이 없도록 하겠다. 지금의 상황에 불안해하지 말라"며 "정부는 비상진료대책을 수립했으며, 만일의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의 상황에 대해 불안해하지 말고 정부가 국민 보건을 위한 의료 개혁을 완수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길 바란다"며 "정부는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을 완수해 나가겠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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