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이 최소 1조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부동산 관련 대출·투자 자산 규모가 2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추가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총 782건으로 집계됐다. 금융그룹의 자체 투자로, 전체 원금만 20조3868억원에 달한다.

그룹별로 보면 하나금융은 6조2458억원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가 가장 컸다. 이어 KB금융 5조6533억원, 신한금융 3조9990억원, 농협금융 2조3496억원, 우리금융 2조1391억원 등 순이었다.

이 중 대출 채권을 제외하고 수익증권과 펀드에는 총 512건, 10조4446억원의 원금을 투자했다. 이 자산들의 현재 평가 가치는 9조3444억원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금보다 1조1002억원이 줄어들며 평가 수익률은 –10.53%로 집계됐다.

금융그룹별 투자 원금 대비 평가 가치를 보면, 하나금융(-12.22%), KB금융(-11.07%), 농협금융(-10.73%) 등이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은 -7.90%, 우리금융은 –4.95%였다.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 실패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면, 최근 수년째 높은 공실률로 가라앉고 있는 북미 지역 상업용 부동산 투자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KB증권은 지난 2014년 미국 뉴저지의 한 상업용 빌딩에 179억6800만원을 수익증권 형태로 투자했는데, 현재 평가 금액이 10억7500만원에 그쳤다. 평가 수익률은 –94.02%에 달한다.

하나금융과 농협금융의 경우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20 타임스퀘어 건물에 동시에 투자했으나 크게 손실을 봤다. 하나손해보험과 농협생명보험은 2018년 6월 이 건물에 각각 114억원, 571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현재 이 건물의 평가 금액은 0원이다. 이에 하나손해보험은 전액 손실 처리했다. 이들 회사는 배당으로 4억~23억원 정도의 금액만 확보했을 뿐이다.

5대 금융그룹은 지난해 국내에서 50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거뒀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며 매년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선 손쉽게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해외 투자에서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특히 이들 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 가운데 상당수는 2020년 이후 실행됐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저금리 국면에서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가 대규모 손실을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허인회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