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조짐에 대국민담화로 자제 촉구…의협 “처분 위한 명분 쌓기”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8 18: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직서 제출 전공의 700명↑…‘빅5’ 전공의 합류 초읽기
한덕수 “국민 생명과 건강 볼모 삼아서는 안 되는 일”
의협 비대위 “처벌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의료 대재앙”

의사들이 집단행동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700명을 넘겼고,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등 집단행동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단체는 “위헌 프레임을 씌워 처벌하려 한다면 의료 대재앙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빅5’ 병원을 도화선으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확산이 예상되는 가운데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반대 포스터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빅5’ 병원을 도화선으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확산이 예상되는 가운데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반대 포스터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오는 19일 ‘빅5’ 전공의도 합류하면 ‘집단사직’ 가시화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6시 기준 전공의 수 상위 수련병원 100곳 중 23곳,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실제 사직서를 수리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직서를 제출하는 전공의 숫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 따르면, 수도권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의 전공의 전원은 오는 19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에 기해 근무를 중단할 방침이다.

정부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업무 개시를 명령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 지난 16일 진료 유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근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전공의 103명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이들 중 100명이 복귀했다.

복지부는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해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비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복지부와 지자체는 비상진료대책상황실을 이미 운영 중이고, 관계부처와 지자체, 공공병원 등에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상급종합병원은 입원·중증 진료를 중심으로 진료 기능을 유지하고, 전국 400곳의 응급의료기관은 24시간 비상진료체계를 철저히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 및 의사 집단행동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 및 의사 집단행동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의료개혁, 더는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

정부는 아울러 대국민담화를 통해 집단행동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은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 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절대적인 의사 수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의료 개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의대 정원 확대는 더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000명 증원 규모에 대해서도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대학들이 함께 장기간 신중하게 논의한 결과”라며 정부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그간 의료계가 요구해온 내용을 반영한 ‘4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물론 ‘의료사고 처리 특별법’ 제정을 통해 의사들이 과도하게 형사처벌을 받는 일을 없도록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러면서 “의료 개혁과 관련해 정부는 언제든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돼 있다. 집단행동이 아닌 합리적 토론·대화로 이견을 좁혀나가야 한다고 간곡히 당부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 및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1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 및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1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협 “면허 불이익 가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 돌입”

정부의 대국민담화에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즉각 반박 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의협 비대위는 “총리의 대국민 담화문은 의사들의 자율적인 행동을 억압하고 처벌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며 “한국 의료를 쿠바식 사회주의 의료 시스템으로 만들고, 의사를 악마화하면서 마녀사냥하는 정부의 행태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다시 한번 정부에 경고한다”면서 “만약 정부가 대한민국 자유시민인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자유의사에 기반한 행동을 처벌하려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의료 대재앙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첫 회의를 개최한 의협 비대위는 전공의 사직과 관련해 “단 한 명의 의사라도 이번 사태와 연관해 면허와 관련한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의사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할 수 있음을 강하게 경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의협 비대위는 전 회원 투표로 ‘집단휴업’ 등 집단행동 시기를 결정할 방침이다. 오는 25일에는 전국 대표자 비상회의를 개최해 전 회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추진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