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이낙연-이준석 결별 초읽기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9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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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 발표 10일 만 ‘정책 결정권’ 두고 파열음
연대 파기 수순에…이낙연 20일 기자회견 예고

야심차게 닻을 올린 개혁신당이 항해 10일 만에 좌초 위기에 몰렸다. 총선 정책 결정권 등을 두고 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가 갈등을 노출한 끝에, 이낙연 대표 측이 탈당을 시사하면서다. 당장 이준석 대표가 ‘판정승’을 거뒀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제 3지대의 지지율이 침체될 경우 이준석‧이낙연 두 정치인이 동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개혁신당 이낙연, 이준석 공동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낙연, 이준석 공동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사당”…새로운미래 ‘독자 행보’ 예고

19일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이낙연 대표 측은 여의도 당사에 모여 이날 오후까지 비공식 ‘대책 회의’를 진행했다. 이준석 대표의 기존 개혁신당 세력이 사실상 총선 지휘 전권을 행사하게 되면서, 이낙연 대표의 ‘보장됐던 선거지휘권’이 침해됐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앞서 개혁신당은 지난 9일 합당을 선언하며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낙연 대표가 맡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마라톤 논의 끝에 이낙연 대표 측은 탈당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신당 내 김종민 의원과 박원석 전 의원 등 이낙연 공동대표 세력인 ‘새로운미래’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결심을 밝혔다.

김 의원은 “최고위 회의에 올라온 안건에 대해 이견이 있자, 이낙연 대표가 남은 사람들끼리 더 토론을 해보거나 오후에 다시 회의를 해 조정을 해보자고 했다. 이낙연 대표는 그렇게 해서 양보를 하든 대안을 만들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제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런데 이준석 대표가 회의를 하면서 밀어붙였다. 그냥 표결을 하자며 강행처리를 했다”며 “이건 사실상 해당 안건 결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통합을 파기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견이 있는데 아무 조율 없이 방망이 두들기겠다고 하는 건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다”며 “이렇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 (이준석 대표의) 의도와 기획이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준석 대표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개혁신당 전권을 주려 했다고도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준석 대표가 기자들과의 티타임에서 ‘이낙연‧김종민 그만두면 천하람‧이원욱 두 사람을 최고위원으로 임명하겠다’, ‘김종인 대표를 찾아가 읍소하며 전권을 주고 공천관리위원장 맡기겠다’고 얘기했다 한다”며 “이준석 대표 마음속에선 이미 이낙연‧김종민은 이 당에서 지워버리고 몰아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작은 중소기업도 이렇게 안 한다. 이낙연‧김종민을 몰아내고 자신의 사당으로 완성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낙연 대표의 대응에 이준석 대표는 맞대응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브리핑 직후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새로운미래 측에서 오늘 최고위 표결에 불응하기 위한 비난성 발언을 하는 것에 대응하지 않겠다. 민망하다”고 반응했다. 그러면서 “탈당하는 의원이 생겨 의석수가 5석 미만이 될 경우 개혁신당은 기지급된 국고보조금 전액을 반납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원칙과상식 조응천 의원,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 등이 9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설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원칙과상식 조응천 의원,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 등이 9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설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운 감도는 개혁신당…극적 화해 가능할까

당권을 둘러싼 잡음으로 이낙연‧이준석 대표 모두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됐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는 개혁신당의 분열로 이준석 대표보다 이낙연 대표가 더 큰 타격을 입게 됐다는 시각도 있다. 제 3지대 대부분의 세력이 이준석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또 이낙연 대표가 독자 행보에 나선다면 ‘민주당 텃밭’인 호남과 수도권 지역 모두에서 고전할 것이란 우려석인 전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개혁신당에서 나갈 결심을 한다면 이낙연 대표는 치명타를 감수해야 한다”며 “민주당과 호남에서 경쟁하기도, 수도권 지역에서 국민의힘이나 개혁신당과 경쟁하기도 모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반면 수도권 기반, 2030세대 표심을 잡아야 하는 이준석 대표에게는 그리 큰 ‘마이너스’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낙준연대’의 분열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양 계파의 극적인 타협 가능성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최근까지 개혁신당의 지지율이 한 자릿대에 머물자, 양측 모두 ‘분열은 공멸’이라는 같은 진단을 내린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낙연 대표와 이준석 대표 모두 측근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이번 논란과 관련한 메시지를 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화해 데드라인’은 20일 오전 10시다. 이낙연 대표는 20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통해 개혁신당의 현 상황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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