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 수혜주인데”…증권사, 부동산 리스크에 쓴웃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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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24곳 중 16개 실적 ‘마이너스’
부동산PF 리스크와 해외 부동산 침체 탓
‘밸류업’ 정책 발표 앞두고 주가는 ↑

최근 증권시장에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열풍이 불면서 수혜주로 금융‧증권‧보험업종이 지목돼 주가에 탄력이 붙었다. 대부분의 금융‧증권‧보험사 주가가 PBR 1배 미만으로, 이 업종은 정부의 밸류업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그동안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실적 발표가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적자 행진을 보였기 때문이다. 금융이나 보험사에 비해 증권사의 실적이 유독 좋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꺼지지 않은 데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관련 리스크까지 불거진 상태라, 증권사들이 ‘암울한 실적 시즌’을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 여의도 일대 증권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일대 증권가 모습 ⓒ연합뉴스

국내외 부동산 쇼크…증권사 실적 적자 행진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1일~20일) 유가증권시장 증권사들로 구성된 증권지수는 11.4% 상승했다. 증권사별로 보면 시가총액 상위 증권사 중 키움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의 주가가 각각 24.4%와 19.3% 크게 상승했다.

다만 업권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냥 긍정적이진 않다. 같은 기간 금융지수는 15.1%, 보험지수는 14.2% 올랐다. 같은 저PBR 수혜주로 묶였는데도, 증권 업종이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평가다.

증권업종이 상대적 저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로는 부동산 리스크로 인한 실적 우려가 꼽힌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이날까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24개 증권사 중 16곳이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KB‧신한‧하나‧키움증권 등 종합IB 7개사, 교보‧현대차‧하이‧IBK‧유진‧BNK‧SK‧다올‧상상인증권 일반 증권사 9개사다. 종합IB 7개사의 영업 손실만 4723억원에 달한다.

적자 원인은 침체된 국내외 부동산 시장이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3.85%로, 보험사(1%)나 저축은행(5.56%) 등 다른 금융권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미리 쌓아두라고 주문하면서, 증권사들이 반영해야 하는 대손충당금 규모가 크게 불어났다. 24개 증권사의 지난해 4분기 대손비용 규모는 1조21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57억원 늘었다.

여기에 해외 부동산 시장도 침체되면서 관련 투자 손실까지 더해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25개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가운데 투자 위험도가 높은 ‘부동산 펀드 및 리츠‧투자’ 형태가 8조3000억원 규모로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조8000억원 손실을 실적에 이미 반영했다. 최근 북미권을 중심으로 오피스 빌딩 투자 가치가 폭락하는 상황이라, 업계에선 3조6000억원의 추가 손실 발생 위험이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이 10월17일 공사를 재개했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발행에 실패 하면서 시공사업단이 자체 자금으로 보증 사업비 7000억원을 상환하기로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시사저널 최준필<br>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리스크에 따른 보수적 접근을 주문하자, 증권사들은 충당금을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선반영하면서 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증권업 전망 갈려…“신용등급 재평가” vs “저PBR 수혜”

이에 신용평가사를 중심으로 증권업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나온다. 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평3사는 모두 올해 증권업 전망을 ‘비우호적’으로 평가했다. 신평사들이 증권사들의 신용등급을 재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기업평가 측은 “부동산 경기 침체 하에 PF 리스크 현실화가 증권사들의 재무건정성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증권사 자체적으로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다. 부동산 PF 관련 비용은 보수적 기조에 따라 이미 지난해 실적에 충분히 반영했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가 오는 26일로 예고된 상황이라, PBR이 0.5배도 안 되는 증권업이 큰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이다.

우도형 IBK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지난해 보수적 충당금 적립 기조에 따라 손실을 상당 부분 선반영 했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외 부동산 투자 관련 평가손실의 경우 추가적 손실 발생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재평가 시기 등을 고려하면 대규모 평가손실 인식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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