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 “저요? 질문이 많은 배우예요”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4 13:00
  • 호수 1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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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에서 대학생 단죄자 역할 맡은 최우식
“(손)석구형과 (이)희준형에게 많이 배웠다”

넷플릭스 영화 《사냥의 시간》 《기생충》 《마녀》와 드라마 《그해 우리는》 등을 비롯해 다양한 예능에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최우식이 오랜만에 본업인 연기자로 돌아왔다. 넷플리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은 우연히 살인을 시작하게 된 평범한 남자 이탕과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 난감(손석구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최우식은 우발적 살인 후 악인 감별 능력을 각성한 평범한 대학생 ‘이탕’ 역을 맡아, 살인자 혹은 단죄자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풀어냈다. 현재 넷플릭스 비영어권 시리즈물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에 올랐으며, 최우식과 손석구의 연기에 대해서도 호평 일색이다.

《살인자ㅇ난감》은 파격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연재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킨 꼬마비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악행을 저지른 범죄자들만 골라 살인을 저지르는 이탕의 이야기로 ‘죄와 벌’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 만화신인상, 오늘의 우리 만화상, 독자만화대상 심사위원상을 휩쓴 수작이다.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영화 《사라진 밤》 등 장르물에 탁월한 감각을 선보이며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은 이창희 감독이 연출을 맡아 장르적 쾌감을 한층 극대화한다. 여기에 2019년 경기 시나리오 기획개발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김다민 작가가 집필을 맡았다. 출연하는 배우의 면면도 화려하다. 개성 강한 캐릭터에 자신만의 색을 확실히 입힌 ‘장르 최적화 배우’ 최우식, 손석구, 이희준의 강렬한 시너지는 완성도에 방점을 찍는다.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캐릭터들로 변신해 예측 불가의 추격전을 벌일 압도적 열연은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연출을 맡은 이창희 감독은 “인간적이고 친근한 매력을 갖고 있는 배우를 고민하다 보면 최우식밖에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하는 모습을 보며 그 매력에 또 한 번 빠졌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최우식은 “연재 당시 재미있게 봤던 웹툰이다. 실사화가 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고 밝혔다. 최우식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만족한다”는 말로 소감을 밝혔다. 인터뷰 내내 본인의 생각과 연기적인 고민을 차근차근 말로 풀어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데뷔 14년 차지만 여전히 연기에 푹 빠져있는 모습이었다.

ⓒ 넷플릭스 제공
ⓒ 넷플릭스 제공

작품을 본 소감은.

“드라마 《그해 우리는》 이후 오랜만에 작품으로 인사드리는 거라 많이 긴장됐다. 이 작품은 원작이 있어 오히려 걱정을 많이 했다. 원작과 비교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 마련이다. 한데 현재까지는 주변 반응이 좋아 다행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반응들이 있었나.

“원작을 보신 분들 중에는 마니아층이 많다. 마니아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면이 있을 텐데, 긴 만화를 8부작으로 줄이다 보니 보고 싶었던 장면이 없었을 때 실망하시는 것 같다. 또한 만화라는 게 개인의 상상력으로 채워나가는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그걸 현실로 반영하다 보니 한계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했다.”

‘이탕’이라는 캐릭터에 욕심을 낸 이유가 무엇인가.

“저도 원작을 재미있게 봤고, 좋아했던 작품이다. 이탕이라는 캐릭터가 저에게 왔을 때 욕심나는 게, 이 친구가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이라는 점이었다. 이 평범한 아이의 감정 변화를 현실적으로 그리고 싶었다. 그리고 함께 출연하는 형님들(이희준, 손석구)과의 조합도 욕심이 났다.”

후반부에는 이탕의 서사가 약해진다.

“그게 이 드라마 연출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초반에는 이탕이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시청자들이 이탕의 손을 잡고 이탕의 어깨너머로 보는 시선이다. 후반부엔 난감(손석구 분)에게로 옮겨간다. 난감의 시선으로 이탕을 보고 사건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그 부분이 좋았다.”

캐릭터 해석은 어떻게 했나.

“‘평범한 대학생’.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한 대학생이 드라마틱한 사고에 의해 변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보시는 분들이 ‘나한테도 저런 일이?’라고 상상하고 공감하게끔 말이다. 현실성 있게 담백하게 그리고자 했다.”

복합적 캐릭터라 자신감도 필요했을 것 같다.

“제가 잘할 수 있는 연기가 결국 제가 불편하지 않은 연기더라. 보시다시피 제가 말도 어눌하게 하고, 예능에서 보여준 모습도 일맥상통하다. 그래서 나약한 연기를 했을 때 시청자들이 색안경을 안 끼고 편하게 봐주시는 것 같다. 다행히 이탕이라는 캐릭터가 그랬다. 물론 원작에서 이탕은 사건을 겪으면서 인간병기가 되는 등 변화를 맞게 된다. 그래서 저 역시 초반에 외적으로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살도 찌우고 몸도 만들어봤는데, 화면에 적합하지 않은 얼굴로 변하더라(웃음). 역효과가 날 것 같아 외모보다는 심리 변화에 중점을 뒀다.”

힘들지는 않았나.

“제가 그리고자 했던 이탕은 그냥 이탕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 말이다. 어쩔 수 없는 사고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로 상황을 대하는 이탕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순간에 다른 사람이 돼버리면 오히려 식상할 것 같았다. 그 부분을 잡고 갔다.”

감독님 왈, 질문이 많은 배우라고 들었다.

“연기할 때 좀 편해야 한다. 현장이 놀이터처럼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어야만 연기를 잘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감독님과 (이)희준형에게 질문을 많이 했다. 그만큼 이 작품에 대해 걱정이 많았던 것 같다. 땅에 붙어있는 연기를 하고 싶은데 만화 같을 것 같아 고민을 했다. 초반에는 제가 이끌어가는 부분이 많아 ‘혹여 부족한 내 여기로 흥미가 떨어지면 어쩌지’라는 책임감이 컸다.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감독님의 연출 스타일이 새롭다. 앵글 자체가 생소해 제 연기에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작품에서는 제 얼굴과 눈으로 연기했을 법한 장면에서 감독님은 오히려 타이트한 앵글이 아닌 와이드하게 잡으며 ‘현장의 공기’로 앵글을 풀더라.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래서 질문을 많이 했다(웃음).”

스스로 연기에 만족했던 순간이 있었나.

“그런 것보다도 개인적으로 (손)석구형과 (이)희준형과 호흡을 맞춰서 정말 좋았다. 희준형이 분장차에서 내려올 때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이미 캐릭터 그 자체였다. 두 형들의 연기를 보면서 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연기 호흡은 어땠나.

“촬영하면서 3명이 모두 만나는 자리가 흔치 않아 대부분 모니터로 형들의 연기를 봤다. 만날 때마다 ‘저번에 찍은 그 장면, 엄청 잘했다면서요?’ 하며 물어보기 바빴다(웃음). 나이 차는 조금 있지만 재미있게 찍었다. 감독님과 (손)석구형이 동갑내기였다. 전반적으로 친구처럼 소통하며 정말 많이 웃고 떠든 현장이었다. 특히 희준형에게 많이 배웠다. 앞으로 제가 연기를 하면서 희준형이 말해 줬던 그 ‘과정’을 떠올리는 순간이 많을 것 같다.”

극 중에서 이탕의 조력자(노빈)로 출연한 김요한 배우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장면이 많은데 어땠나.

“요한이에게 그런 말을 했다. 노빈이라는 역할은 그 어떤 작품을 통틀어 흔히 볼 수 없는 역할이라 좋은 기회라고 말이다.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친구인데 엄청난 롤을 가진 캐릭터이지 않나. 한데 이 친구가 전혀 긴장을 안 하더라. 만약 저라면 엄청 긴장을 많이 했을 텐데 정말 자연스럽게 하더라. 그것도 놀라웠는데, 연기하는 스타일을 보고도 많이 배웠다. 장르적인 신이 많지만 오히려 툭툭 힘을 빼고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잘하려는 마음이 크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경우가 많은데 이 친구는 힘을 빼고 연기를 하더라. 신기했다. 많이 배웠다.”

데뷔 14년 차가 됐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궁금하다.

“요즘 정말 많이 바뀐 것 같다.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결과나 상보다도 ‘사람’이 기준이 됐다. 함께하고 싶은 감독님이나 배우를 우선적으로 두고 작품을 선택하는 것 같다. 더 즐기면서 연기하려고 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재미있게 해보고 싶다. 그렇게 생각이 변한 이유는 행복해지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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