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 더 줄여 영역 넓히는 로봇 수술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6 10:00
  • 호수 1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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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암·갑상선암 수술 70%에 활용…장기이식·인공관절 등 정밀 수술로 확대

로봇 수술이라고 하면 의사 없이 로봇이 자동으로 수술할 것만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전통적인 절개 수술은 의사가 환자의 몸 내부를 보고 장기를 만지면서 이뤄진다. 로봇 수술은 의사가 환자 몸에 직접 손을 대지는 않지만 의사가 진행한다는 점에서 절개 수술과 같다. 환자는 수술대에 누워있고, 거기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의사는 모니터를 통해 환자 몸 내부를 보며 조종간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 조종에 따라 환자 몸에 꽂힌 가느다란 로봇팔이 수술을 시행한다. 

절개 수술은 10cm 이상 절개하므로 시야가 좋아 넓은 범위를 치료하기에 적합하다. 그러나 크게 절개하는 만큼 환자의 감염 위험이 크고 통증이 심하고 회복 기간도 길 수밖에 없다. 수술은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방향으로 발전해 왔는데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 복강경·내시경 수술과 로봇 수술이다. 이들 모두 절개 범위가 작다. 가장 최근에 활용하기 시작한 로봇은 조금 더 정밀한 수술에 활용할 수 있다. 현재의 로봇 수술은 배꼽에뚫은 2.5cm 구멍 하나만으로 진행하는 수준(단일공 로봇 수술)에 도달했다.

전립선암 로봇 수술 모습 ⓒ 시사저널 임준선
전립선암 로봇 수술 모습 ⓒ 시사저널 임준선

암 조기 발견 늘면서 로봇 수술 사례 증가

로봇 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절개 부위가 작아 감염과 출혈 위험이 낮다는 것이다. 수술 후 통증이 덜하고 회복 기간도 짧다. 수술 흉터가 거의 없어 사람을 대하는 직업을 가진 환자는 로봇 수술을 선호한다. 절개 부위는 작아도 수술할 부위를 3D 입체영상으로 15배까지 확대할 수 있어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 의사도 사람이어서 손 떨림 등으로 실수할 수 있는데 로봇은 이 손 떨림도 보정한다.

단점도 있다. 수술 준비 시간이 길어 긴급한 수술에는 적합하지 않다. 의사가 장기를 손으로 만질 수 없어 수술 도중에 발생하는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로봇 수술은 훈련 과정을 충분히 거친 숙련된 의사가 진행해야 한다. 같은 질환이라도 많이 진행된 질환에는 로봇 수술이 적합하지 않다. 수술비가 1000만원 내외로 비싸다는 단점도 있다. 이런 단점 때문에 로봇 수술이 당장 모든 절개 수술을 대체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로봇으로 수술하는 질환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수술 로봇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 약 20년 동안 가장 많이 활용된 분야는 암 수술이다. 유방암·자궁내막암·위암 등 거의 모든 암을 로봇으로 수술할 수 있는데, 암 중에서도 전립선암과 갑상선암은 수술의 70~80%를 로봇 수술로 진행한다. 

전립선암 로봇 수술의 치료 효과가 절개 수술보다 우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도 수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측면에서는 로봇 수술이 다른 수술법보다 유리하다. 전립선암 수술 후 흔히 발생하는 부작용은 발기 부전과 요실금이다. 발기 부전을 줄이려면 전립선의 얇은 막(신경혈관다발)을 보존해야 한다. 요실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요도를 길게 남겨야 한다. 로봇은 신경혈관다발을 10배 확대한 3D 영상으로 보여주므로 의사가 세밀하게 수술할 수 있다. 전립선 아래에 있는 요도는 골반의 가장 아랫부분 깊은 곳에 있는데, 그곳까지 들어가 시야를 확보하는 데도 로봇 수술이 적합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갑상선암도 로봇 수술이 대세다. 갑상선암 수술은 절개 수술, 내시경 수술, 로봇 수술로 나눌 수 있다. 절개 수술은 목 아래 부위를 5~10cm 절개해 갑상선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암이 기도로 전이됐거나 4cm 이상이라면 절개 수술이 유리하다. 의사가 눈으로 보고 손으로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으나 목에 흉터가 남는 단점이 있다. 내시경 수술은 가슴이나 겨드랑이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부위를 작게 절개하므로 목에 흉터가 남지 않지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암의 크기가 작고 주변 림프절이나 조직으로의 전이가 심하지 않을 경우에 시행한다. 

암을 조기 발견하는 경우가 늘면서 로봇으로 수술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로봇 수술은 의사가 확대 영상을 보면서 로봇팔을 조종하는 수술법이다. 수술 부위가 확대돼 세밀하게 수술할 수 있고 사람의 손 떨림도 보정되므로 안전하다. 겨드랑이나 가슴, 입술 안쪽을 1cm 정도 절개하므로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고 회복도 빨라 수술 후 일주일이면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갑상선암 수술 후 우려하는 부작용은 목소리 변화다. 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머리카락처럼 가는 부갑상선 혈관과 목소리 신경을 보존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로봇 수술이 유리하다. 송라영 중앙대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는 “갑상선암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수술 후에 생길 수 있는 환자의 불편감과 합병증이 없는 것이다. 성대를 조절하는 목소리 신경(되돌이후두신경)이 갑상선 기도 옆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최대한 신경의 기능이 떨어지지 않게 수술하고, 체내 칼슘 농도를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부갑상선을 살릴 수 있는 수술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개의 로봇팔이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여러 개의 로봇팔이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통증과 회복기간 줄어 환자 만족도 높아

수술 로봇은 정밀한 수술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것이 신장 이식 수술이다. 몇 해 전부터 정교하고 고난도인 신장 이식 수술에 로봇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절개 수술을 통한 신장 이식은 대략 20cm까지 절개해야 하지만 로봇을 활용하면 7cm 절개와 1cm 구멍 몇 개로 가능하다. 절개 범위가 작은 만큼 수술 후 통증이나 감염 발생 확률이 낮고 회복도 빠르다.

퇴행성 무릎관절염 치료를 위한 인공관절 수술에도 로봇이 도입되면서 더욱 정교해지고 안전해졌다. 로봇은 환자의 CT(컴퓨터단층촬영) 영상을 3차원으로 변환한다. 이를 통해 뼈 모양, 형태, 위치, 각도 등을 정밀하게 확인해 뼈 절삭량이나 인공관절 크기 등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환자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가 2022년 로봇 인공관절 수술 후 1년이 지난 환자 1127명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통증 감소(49%)와 정상 보행(27%) 만족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로봇 수술로 통증과 회복 기간을 줄여 환자의 만족도가 더욱 높아졌다. 특히 자기 관절을 보전하는 수술(부분치환술)이 까다로운데, 이 수술에도 로봇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국산 수술 로봇 개발에도 성공 

이처럼 우리나라는 로봇 수술을 활발히 진행한 결과, 대다수 대형병원은 수술 로봇을 보유하고 있고 기술력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아졌다. 예컨대 단일공 로봇 수술은 세계 최고다. 초기의 로봇 수술은 4~5개의 작은 구멍을 뚫어 진행했으나 최근에는 1개(단일공)만으로 수술하는 데까지 진화했다. 단일공 로봇 수술은 배꼽에 1개의 작은 구멍을 뚫어 수술용 카메라와 로봇팔을 삽입해 시행하는 수술법이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자궁근종절제술 등 여성암을 로봇으로 수술했을 뿐만 아니라 단일공 수술 건수도 독보적이다. 문혜성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로봇수술센터장)는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여성암 로봇 수술 1000건을 달성했다. 올해 6월 미국에서 개최되는 세계 로봇수술학회는 문 교수에게 단일공 로봇 수술 시현을 요청해 오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아산병원은 50세 남성 협심증 환자에 대한 시술(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 치료를 국내 최초로 로봇으로 진행했다. 이 시술은 환자의 사타구니나 손목 혈관을 통해 얇은 기구(스텐트)를 넣어 심장까지 삽입한 후 막힌 심장 혈관을 넓히는 치료법이다. 이 시술에 사용한 로봇은 1호 국산 로봇이다. 서울아산병원 의공학연구소와 심장내과 연구팀이 2019년 개발한 이 로봇은 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았고, 미국과 유럽 등으로의 수출도 기대된다. 이승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로봇을 이용한 미세조정을 통해 환자의 병변에 오차 없이 스텐트를 정확하게 삽입했고 환자도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퇴원했다. 관상동맥중재술 로봇을 이용하면 더 정교하게 시술할 수 있어 관상동맥 병변이 복잡하거나 어려운 고위험 환자도 더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극을 꽂은 뇌전증 환자 영상 ⓒ 삼성서울병원
전극을 꽂은 뇌전증 환자 영상 ⓒ 삼성서울병원

“수술 로봇 10대 있으면 매년 300명 이상의 뇌전증 환자  생명 구할 수 있다.”

한국의 뇌전증 약물 치료는 일본보다 앞선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약물 효과가 없는 난치성 뇌전증에 대한 수술 치료는 최하위권이다. 난치성 뇌전증에는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미국의 뇌전증 수술 건수는 매년 3500건이고 일본도 1200건이지만 한국은 100건 정도다. 국내에서 뇌전증 수술이 시급한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는 약 3만7000명이고, 매년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약 1000명씩 발생한다. 하루 1~2명의 젊은 뇌전증 환자가 수술받지 못해 사망한다. 뇌전증 수술로 사망률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른 질환 수술과 달리 뇌전증 수술에는 로봇이 필수다. 뇌 안에 가느다란 전극을 삽입하는 정교한 수술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전극 1개를 뇌 안에 삽입하려면 약 30분이 걸리는데, 20개를 삽입하려면 600분(10시간)이 걸리고 부정확해진다. 하지만 로봇이 있으면 100분에 20개 전극을 뇌 안에 정확하게 삽입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수술 로봇이 있어 뇌전증 수술을 진행하지만 다른 병원은 수술 로봇이 없어 수술하지 못한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술 로봇 1대의 정부 지원금은 약 6억원이다. 그런데 2024년 수술 로봇 예산이 없어졌다. 수술 로봇은 10~20년 사용하기 때문에 도입 후 더 이상 비용이 들지 않는다. 5년간 60억원(로봇 10대)을 투입하면 매년 300명 이상의 어린이와 젊은 뇌전증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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