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 빠진 이재명, 총선‧재선 동시 적신호?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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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잡음에 홍익표 ‘우려’ 고민정 ‘최고위 보이콧’
野 지지율 하락세 속 민주당 ‘계파갈등’ 점입가경

공천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당 지도부까지 번진 모양새다. ‘사천 논란’에 이재명 대표가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자, 홍익표 원내대표와 고민정 최고위원이 강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위 10% 평가’에 분노한 일부 비이재명 의원들이 지도부 책임론을 띄운 가운데 이낙연 대표를 주축으로 한 새로운미래의 견제구도 강하게 날아들기 시작했다. 당의 지지율까지 침체되자 이재명의 대표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명문갈등’ 현실화…지도부도 내홍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심야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최근 공천을 두고 잡음이 계속되자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의 내홍을 진화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지만, 되레 당 지도부 간의 갈등이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의 서울 은평을 경선 참여를 두고 홍익표 원내대표와 고민정 최고위원이 강한 불만을 제기했지만, 최고위가 김 위원장 경선을 강행하기로 결정하면서다. 김 위원장은 강원도당위원장직을 수행하던 중 서울 은평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게 문제가 돼 지난해 당 지도부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은 적 있다. 은평을 현역은 비명계 강병원 의원이다.

취재에 따르면, 홍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를 직접 겨냥하진 않았으나, 최고위의 김 위원장 경선 결정을 ‘해당 행위를 방조하는 격’이라고 반발했다는 후문이다. 급기야 고민정 최고위원은 최고위 ‘보이콧’까지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 지도부가 ‘편향된 공천’을 하려 한다는 의심에서다.

고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지도부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공천을 주지 않으려 한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지금 임종석이라는 인물로 보지 말고 그 지역에서 누가 이길 수 있는가를 보고 판단해야 되는 게 야당인 민주당의 몫”이라며 “지금은 너무 팡 터져버리기 일보 직전까지 와버렸다”고 강력 경고했다.

민주당은 최근 복당한 이언주 전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수도권 전략 공천 가능성을 두고도 충돌하는 모습이다. 홍 원내대표와 일부 친문계 의원들은 이들이 TK(대구‧경북) 등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과 함께 이들 3명을 일명 ‘여전사 3인방’이라 묶어 수도권에 전략 공천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친정의 위기에 당을 나간 비명계 인사들의 목소리는 더 커지는 양상이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7차 책임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공천 파동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공천 폭거’와 관련해 자괴감을 느낀다면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며 이재명 체제에 대한 저항과 사실상 새로운미래 합류를 촉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시사저널 박은숙·임준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시사저널 박은숙·임준선

총선위기론 발화, 침체되는 野지지율

상황이 이렇다보니 ‘야권 연대 200석’을 공언했던 민주당 내에서는 ‘총선 위기론’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실제 최근 여론 추이가 심상치 않다. 박스권에 갇혔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의대 정원 확대’ 강행과 맞물려 상승하기 시작한 가운데, 여당의 지지율도 오르는 양상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9~23일 5일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4명에게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를 조사해 26일 발표한 결과, 윤 대통령의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2.4%포인트 오른 41.9%였다. 부정평가는 54.8%, ‘잘 모름’ 응답은 3.2%였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대에 재진입한 것은 지난해 6월 5주차조사(42.0%) 이후 8개월 만이다.

거대 양당 지지율에서도 국민의힘이 약 1년 만에 더불어민주당을 역전하며 ‘골든크로스’가 나타났다. 같은 기관에서 지난 22~23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 조사가 진행된 결과,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 대비 4.4%포인트 오른 43.5%, 민주당은 0.7%포인트 하락한 39.5%로 나타난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민생에 집중하며 ‘로우키’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지지율이 올랐다는 것은 야당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봐야 한다”며 “동시에 김 여사가 행보를 자제하는 등 정부가 ‘리스크’를 관리하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2선 후퇴론’이 거론되지만, 총선까지 남은 물리적 시간 등을 고려하면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야권의 중론이다. 문제는 총선 판세가 흔들리면서 이 대표의 재선마저 위협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당초 이 대표의 무난한 당선이 예고됐던 ‘인천 계양을’이, 여권의 대선 잠룡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했다. 인천 계양을은 이 대표가 현역인 지역구로 여당 입장에선 대표적인 험지 가운데 한 곳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이 대표가 원 전 장관을 10%P 가까이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17~19일 실시해 21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인천 계양을에서 이 대표는 44%, 원 전 장관은 34%의 지지를 받았다. 이후 변화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만약 이 대표와 원 전 장관의 지지율 격차가 점차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면, 이 대표뿐 아니라 민주당 전체 총선 전략에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

기사에서 인용한 리얼미터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조사의 응답률은 3.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정당 지지도 조사의 응답률은 3.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는 인천 계양을, 경기 수원정, 경기 분당을, 경남 양산을, 서울 중·성동갑, 서울 동작을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각 500~518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 조사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경기 수원정은 ±4.3%p)이며, 응답률은 9.7%~15.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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