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대어’ 꿈틀대는데…공모가는 ‘뻥튀기’ 논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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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어급 IPO 출격 예고…‘실적 빨간 불’ IB업계에 청신호
수주전 치열해지고 공모가는 부풀리기…“상장하자마자 치고 빠진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축인 기업공개(IPO) 시장이 다시 과열될 조짐이다. 27일 상장된 미용기기 전문 업체 에이피알이 올해 첫 조 단위 몸값을 기록하면서, 다른 ‘대어’들도 상장 채비에 나섰다. IPO를 주관하는 증권사들도 잇따라 수주 경쟁에 뛰어들며 열기를 더하는 중이다.

그러나 시장이 과열될수록 ‘공모가 뻥튀기’ 논란도 따라붙는다. 올해 상장된 기업 10곳의 공모가가 모두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관 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높은 공모가를 적어내 한 주라도 더 받아낸 뒤 상장 당일 엑시트(Exit)하는 흐름을 반복하고 있어, 자본시장을 왜곡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IPO 시장이 오는 22일 DS단석의 상장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다. ⓒ Pixabay
올해 조 단위 기업 가치를 지닌 대어급 기업들의 IPO가 줄줄이 예고됐다. ⓒPixabay

에이피알 뒤로 ‘조 단위’ 대어 IPO 줄줄이 대기

이날 에이피알이 코스피 시장에 입성했다. 에이피알의 공모가는 25만원으로,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1조8960억원이다. 에이피알은 지난 14~15일 진행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경쟁률 1112.54대 1을 기록했다. 청약증거금은 무려 14조원가량 모였다.

에이피알이 예상 밖 흥행을 기록하면서, 조 단위 몸값이 예상되는 기업들의 IPO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기업가치가 최대 5조원으로 점쳐지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반기 IPO를 앞두고 있고, 7조~8조원 규모로 전망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주관사를 선정하고 IPO 추진을 본격화했다. 몸값이 6조원 이상으로 점쳐지는 케이뱅크, 4조원 규모의 서울보증보험도 상장주관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연내 IPO 추진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상장을 철회했던 컬리, 오아시스, CJ올리브영 등도 올해 재도전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주로 IPO 딜은 대형 증권사가 도맡는다. 에이피알은 신한투자증권이 주관했고, HD현대마린솔루션은 KB증권을, 비바리퍼블리카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케이뱅크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상장주관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로 증권사 실적에 빨간 불이 켜진 터라, 업계는 IPO 흥행을 계기로 분위기 전환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 그래픽 = 시사저널 조문희
ⓒ 그래픽 = 시사저널 조문희

공모가 높이고 엑시트…주가는 ‘롤러코스터’

다만 IPO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증권사들이 앞다퉈 공모가를 줄상향 하고 있다. 올해 상장한 10개 기업의 수요예측 결과, 모두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보다 높게 결정됐다. 가장 많이 올린 곳은 2차전지 관련 기업 이닉스(27%)다.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이밖에 에이피알(25%), HB인베스트먼트(21%), 케이웨더(21%), 포스뱅크(20%) 등도 공모가 대비 20% 이상 높여 상장했다.

공모가는 IPO 주관사가 제시한 희망밴드를 토대로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예측을 받은 뒤 최종 확정된다. 공모가가 너무 높게 설정되면 공모주 투자자의 기대 수익률이 떨어지고, 반대로 너무 낮으면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가 작아져 적정한 공모가를 선정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IPO 시장이 과열되면서, 증권사들이 상장 첫 날 차익 실현을 노리고 높은 신청가격을 적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요예측에 참여한 증권사들의 의무보유확약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다. 의무보유확약이란 일정 기간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보유할 것을 약속하는 조건을 말한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기관 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평균 26.4%다. 이 역시 낮은 수준으로 평가받는데, 올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케이웨더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3.9%, 이에이트는 단 2.35%에 그쳤다. 의무보유확약 비중이 낮을수록 상장 첫 날 즉시 매도에 나서기 쉽다는 의미다.

IB 업계 관계자는 “공모주를 장기 투자하려고 접근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면서 “시장 자체에 주도주가 없는 편이라, 소위 ‘치고 빠지기’가 가능한 공모주 시장으로 돈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희망밴드보다 27% 높은 가격에 공모가가 책정된 이닉스의 경우 지난 1일 상장 첫 날 165% 상승 마감했지만, 현재(26일 종가 기준) 가격은 공모가 대비 36% 오른 데 그쳤다. 올해 상장한 10개 기업 가운데 우진엔텍과 코셈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종목 모두 상장 첫 날보다 현재 주가가 낮은 상태고, HB인베스트와 이에이트는 공모가마저 밑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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