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심상치 않은데…민주당 ‘의대 증원 딜레마’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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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의협 ‘강대강’ 대치에…이재명 “정치쇼 의혹” 비판
민심은 ‘증원’이 압도적…‘사천 논란’ 속 野지도부 대응 고심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증원’을 두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정부를 향해 ‘과격하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2000명이라는 증원 규모는 불가능에 가까우며, 의사들을 공권력으로 제압하는 것은 권력 남용이란 주장이다. 다만 야권 일각에선 당 지도부의 이 같은 입장이 총선 전략에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의대 증원 정국과 맞물려 정부 여당 지지율은 반등한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침체된 모습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근무 중단을 선언한 전공의 대표들이 2월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근무 중단을 선언한 전공의 대표들이 2월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尹정부 의대 증원 강행에 이재명 ‘브레이크’

윤석열 정부 들어 여야는 사사건건 충돌해왔다. 그러나 ‘의대 증원’을 두고는 분위기가 달랐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무너진 의료서비스의 공급과 이용체계를 바로 세우겠다”며 의대 증원 계획을 밝히자 민주당에선 “원칙적으로 찬성한다”(홍익표 원내대표), “의대 정원 확충을 진짜 실행한다면 역대 정권이 눈치나 보다가 겁먹고 손도 못 댔던 엄청난 일을 하는 것”(정성호 의원)이란 호응이 이어졌다. 앞서 문재인 정부도 의대 증원을 추진했다 무산된 바 있기에, 이번이 의대 증원의 적기라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최근 들어 의대 증원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시선이 다소 달라진 모습이다. 의대 증원 계획에 반발해 의사 단체가 ‘줄사표’를 던진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정부의 대응이 ‘과격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2000명이라는 증원 규모는 비현실적으로, 의사들과 정부의 타협이 필요하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26일 민주당 인천시당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의료계 집단행동 대응에 대해 “가장 나쁜 행태가 국민이 맡긴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것”이라며 “말로 해야 할 일을 주먹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의사 단체의 반발을 유도하고 있다고도 의심했다. 그는 “만약 말로 해도 타협될 수 있는 일인데 시중 의혹대로 과격한 숫자를 제시해 과격한 대응을 유발하고, 과격하게 진압해 엄청난 성과를 내는 것처럼 한다면 그야말로 권력을 남용하는 국정농단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중에선 과격하게 2000명 주장했다가 물러서는 척하면서 400~500명 선 타협하며 성과낸 것처럼 만들겠다는, 정치쇼하는 것이란 의혹이 있다”며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지금 의대정원이 3000명인데 2000명을 증원하면 당장 그 인원을 대학이 수용할 수 있나”라며 “불가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적정 규모로 400~500명씩 늘려서 10년 간 늘리면 수급 문제 해결할 수 있다는 연구도 검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지적에 여당은 ‘음모론’이라며 반발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26일 논평을 내고 “상황이 불리해지면 꺼내는 ‘아니면 말고 식’ 음모론은 민주당의 고질병이 된 지 오래”라며 “민주당의 공천 분란에 쏠린 국민의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를 모를 리 없지만, 이 대표의 발언 수준은 도를 한참 넘었다”고 꼬집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TV조선 유튜브 ‘강펀치’에 출연해 “어떻게 국민 생명이 달린 문제를 정치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공상과학 소설에 나오는 시나리오를 만드냐”며 “진정성이 하나도 없고, 이 문제를 국민 편에서 해결하는 그런 모습들이 안 보여서 이 대표를 신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믿는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 與에 호재? 지지율 실제 ‘반등세’

여권뿐 아니라 야권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민심에 야권이 호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고 응답한 비중이 76%, ‘부정적인 점이 더 많다’는 답이 16%로 집계됐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정부가 특정 집단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불통하는 모습에는 분명 우려가 있다”면서도 “여야를 떠나 의대 증원은 반드시 풀어내야할 해묵은 과제다. 민심이 그렇다면 의사도, 정치도 따라야 하는 게 마땅한 의무”라고 말했다.

다만 야권 일각에는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으로 앞서 논란이 됐던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이 가려졌다는 시각도 있다. 이 탓에 민주당이 내세운 ‘정권심판론’도 퇴색됐다는 얘기다. 이에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을 관망하기도, 적극 지지하기도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야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실제 ‘의대 증원’이 계속 사회 화두에 오를 경우 야당 총선전략의 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내 ‘사천 논란’과 맞물려 최근 여론이 정부 여당에 유리하게 조성되기 시작하면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9~23일 전국 18세 이상 2504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0%포인트)해 26일 발표한 결과, 윤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41.9%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조사(2월13~16일)보다 2.4%p포인트(p) 오른 수치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4주 연속 상승하면서 작년 6월 5주차(42.0%) 조사 이후 약 8개월 만에 40%대로 올라섰다.

지난 22~23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는 국민의힘이 43.5%, 민주당이 39.5%로 조사됐다. 직전 조사 대비 국민의힘은 4.4%p 올랐고, 민주당은 0.7%p 떨어졌다. 국민의힘은 2월 2주차(40.9%) 이후 2주 만에 다시 40%대로 올라섰고, 민주당은 작년 2월 3주차(39.9%) 이후 처음으로 30%대로 내려왔다.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 및 정당 지지도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3.7%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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