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문재인 뒤통수” “뒤에서 즐기는 듯”…비명계, 의총 연장전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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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찬 “애초에 ‘명문 정당’ 마음 없었을 것…라이벌 싹 자르기”
홍영표 “비명계 나가라는 분위기…최대 10명 탈당 예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으로 박용진, 노웅래, 홍영표 의원 등이 보인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비명‧친문(非이재명‧親문재인) 의원들이 28일 ‘공천 학살’ 논란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를 향해 맹공을 펼쳤다. 이들은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컷오프(공천 배제)를 비롯해 누적된 불만과 반발을 쏟아낸 데 이어, 이 대표가 ‘사당화’를 위해 당내 갈등과 탈당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영찬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전날 민주당이 서울 중·성동갑 지역에서 임 전 실장을 컷오프하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 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라이벌 자체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겠다는 생각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의 컷오프와 친문 고민정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까지 이어지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강조한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은 깨진 것이냐는 질문에 윤 의원은 “깨졌다기보다 아예 (이 대표는) 그럴 마음 자체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이 대표가 지난 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 단결을 강조했는데, 곧바로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윤석열 정권 탄생에 기여한 이들의 책임론’을 주문했다”며 “‘명문 정당’은 그야말로 레토릭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이 배신감을 느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문 전 대통령은 4일 이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임종석 전 실장 비롯해 3명을 언급하며 살펴봐달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의원은 문 대통령 입장에서 뒤통수 맞은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을 거란 질문에 “충분히 인간으로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 입장에서는 굉장히 간절한 부탁이었을 텐데, 정치를 끌고 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임 전 실장을 밀어낸 이유에 대해선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윤 의원은 “이재명 당의 완성”이라며 “비명이나 친문이 공천을 받아 다시 22대 국회에 들어오는 것이 본인에게는 굉장히 부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임종석 전 실장이 가진 상징성으로 인해 친문이나 비명이 다시 모이게 되면 위험한 존재가 될 수가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용진 의원에 대해서 하위 10% 평가를 준 것도 맥락이 거의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전날 의총에서 이 대표를 향해 “남의 가죽을 벗기면서 손에 피 칠갑이 됐는데 자기 가죽은 안 벗기나”라고 직격했던 홍영표 의원도 이날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홍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재명 대표가 과거 ‘이재명의 민주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것 같다”며 “당 지도부에선 (비명‧친문 의원들에게) 나가라는 분위기이며 (이 대표는) 뒤에서 즐기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 파동이 지속되는 것과 관련해 “민주당 내 이 대표와 다른 의견을 가진 세력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식의 공천이 진행되다 보니까 우려가 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공천의 진행을 보면 하위 평가 20%가 약 31명으로 3분의1 정도가 커밍아웃을 했다”면서 “31명 중에 28명은 친문이나 비명 의원들”이라고 언급했다.

홍 의원은 “지난해 7~8월부터 이 대표 측근 중 한 사람이 국회 근처에 사무실을 얻고 '내가 30명을 날려버리겠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설마 그러겠느냐 했는데 치밀하게 당에서 올바른 문제 제기하는 이들을 겨냥한 작업이 진행됐을 수도 있다는 의문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원들의 탈당이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그렇다”며 “(탈당을 결심한 의원들은) 한 5~10명도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자신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당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저에 대한 공천 여부가 결정되면 거기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친문계 의원들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에게 공천 학살을 둘러싼 문제제기와 함께 이 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 등 지도부 사퇴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쏟아지는 의원들의 문제 제기에 아무 답변도 하지 않은 채 의원총회 말미에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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