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휩싸인 민주, 커지는 ‘총선위기론’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8 1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종석 컷오프·고민정 사퇴…홍영표 “이재명 사당” 맹비난
친명계도 “심리적 분당 상태” 우려…계파 갈등에 李 리더십 휘청

총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컷오프’(공천 배제) 명단이 발표됨과 동시에 ‘비이재명(비명) 공천 학살’ 논란이 발화하면서다. 사태를 진화해야할 당 지도부도 내홍에 휩싸이면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올랐다. 동시에 당 지지율도 침체되자 친이재명(친명)계 일각에서도 ‘총선위기론’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與 악재에도 멈춰선 野 지지율

새해 들어 악재는 야권보다 여권에 더 많았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명품가방 수수’ 논란이 촉발된 가운데, 소방수로 나선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실과의 갈등설에 휘말렸다. 윤 대통령이 직접 대담을 통해 소명했지만 여권 내에서도 ‘아쉽다’는 평이 나왔다. 이에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최근 발표되는 ‘숫자’는 기대치를 밑도는 양상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이 국민의 호응을 얻으면서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상승하고 야당 지지율은 침체된 모습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9~23일 전국 18세 이상 2504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0%포인트)해 26일 발표한 결과, 윤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41.9%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조사(2월13~16일)보다 2.4%p포인트(p) 오른 수치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4주 연속 상승하면서 작년 6월 5주차(42.0%) 조사 이후 약 8개월 만에 40%대로 올라섰다.

지난 22~23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는 국민의힘이 43.5%, 민주당이 39.5%로 조사됐다. 직전 조사 대비 국민의힘은 4.4%p 올랐고, 민주당은 0.7%p 떨어졌다. 국민의힘은 2월 2주차(40.9%) 이후 2주 만에 다시 40%대로 올라섰고, 민주당은 작년 2월 3주차(39.9%) 이후 처음으로 30%대로 내려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명문갈등’까지 발화…확산하는 총선 위기론

상황이 이렇다보니 ‘야권 연대 200석’을 공언했던 민주당 내에서는 ‘총선 위기론’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상황을 수습해야할 당 지도부도 내홍에 휩싸였다는 점이다. 최근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천 학살’ 논란이 발화한 가운데, 이에 우려를 표해온 고민정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았다. 당 지도부가 ‘대책 마련’을 촉구한 자신의 의견을 묵살했다는 게 고 의원 사퇴의 변이다. 홍익표 원내대표 역시 비공개석상에 이 같은 당 상황에 강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친문계 의원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도 감지된다. ‘하위 10% 명단’ 대부분이 비명계 의원이란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컷오프’가 당내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비명계 의원들의 분노는 27일 진행된 의원총회를 통해 폭발했다. 복수의 의총 참석자들에 따르면, 홍영표 의원은 이 대표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동료 의원 평가에서 0점 받아 컷오프된 의원’을 거론하며 웃었던 일을 언급하며 “남의 가죽 그렇게 벗기다간 당신 손도 피칠갑될 것”이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설훈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임 전 실장이 아닌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서울 중·성동갑에 공천된 것을 “친문(친문재인) 죽이기”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친문을 다 죽일 수는 없으니까 윤건영 의원 한 명 정도는 살려놓고 나머지는 다 정리하겠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명계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중도층 민심에 예민한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선 ‘이대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분출되는 모습이다. 지도부 차원에서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수도권 지역의 민주당 한 의원은 “전쟁을 앞두고 내전에 휩싸이면 필패”라며 “이미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졌다. 당 지도부가 통합형 선대위를 빠르게 띄우는 등 반전 모멘텀(계기)을 만들어야 한다. 일부 책임있는 인사들의 불출마 선언 등도 (사태를)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 및 정당 지지도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3.7%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