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앞둔 증권가, ‘저PBR’ 테마 꺼졌어도 배당정책 손본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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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 안긴 ‘밸류업’에 저PBR 관련주 줄줄이 하락세
주주환원 확대한 증권사는 선방…CEO 교체도 맞물려

정부가 내놓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실효성 논란이 따라붙으며, 그동안 주목을 받은 저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기업) 관련주들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밸류업 기대를 타고 많이 올랐던 금융‧보험‧증권 종목의 주가가 많이 빠진 상태다.

그러나 이들 업계를 중심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호응해 자발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밸류업 발표 이전부터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정책을 내놓아 ‘모범사례’로 언급됐다. 여기에 증권사 다수가 올해 최고경영자(CEO) ‘세대교체’를 앞두고 있어,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계기로 ‘배당 개혁’에 나설지 주목된다.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공개된 가운데, 기업 자발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건물 ⓒ 시사저널 박정훈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공개된 가운데, 기업 자발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건물 ⓒ 시사저널 박정훈

‘밸류업’ 실효성 논란에 푹 꺼진 저PBR 테마…옥석가리기 탄력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금융‧증권‧보험 업종 지수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당일이었던 26일 대비 2~5%가량 빠졌다. 27일 종가 기준, 보험 -5.3%, 증권 -2.5%, 금융 -2.1%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자, 그동안 수혜주로 거론됐던 이들 종목에 대한 차익 실현 움직임이 일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모든 종목의 주가가 내린 것은 아니다. 메리츠증권은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에도 1.5% 올랐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이미 64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올해 배당으로 4483억원을 지급했다. 주주환원율은 51%로, 금융 업종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더해 메리츠증권은 향후 기준점을 당기순이익의 50%보다 더 높게 잡아,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 주가도 0.4% 떨어지는 데 그쳤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올해부터 3년간 매년 최소 보통주 1500만 주 및 우선주 100만 주 이상을 소각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현재 39%인 주주환원율을 2026년까지 최소 35%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업계에서 밸류업 모범사례로 거론됐다.

메리츠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자사주 매각을 포함한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 시사저널
메리츠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자사주 매각을 포함한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시사저널

‘세대교체’ 바람 타고 주주환원 정책 강화 움직임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효성 논란과는 별개로, 향후 기업을 향한 주주환원 정책 강화 요구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재계에선 다가오는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해 배당을 증액하고 자사주 소각에 적극적으로 임하라는 주문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 주주총회 시즌 내 주주환원 검토 횟수는 지난해 3월 가장 높았는데, 연초부터 행동주의펀드들의 배당 및 자사주 매입 요구가 컸기 때문”이라며 “오는 3월에도 역대급 주주총회 시즌을 예상되고 있고, 기업들도 밸류업 정책에 발맞춰 이미 변화를 시작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증권가는 상대적으로 주주환원 정책 관련 개혁을 시도하기 좋은 환경이란 평가를 듣는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태로 실적 부진을 겪은 증권가에 올해부터 CEO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어서다. 이미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증권사 6곳의 CEO가 지난해 교체됐고, NH투자증권, 대신증권, SK증권 등도 오는 3월 현 사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수장이 바뀌면 주주환원 정책의 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가령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창업 멤버인 최현만 전 회장이 세대교체 요구에 직면한 뒤 김미섭‧허선호 부회장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었고, 메리츠증권도 최희문 전 부회장이 최장기 CEO 타이틀을 내려놓고 장원재 사장에 자리를 넘겼다. 두 회사 모두 CEO 교체 이후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대형 IB(투자은행)를 중심으로 대표이사 교체 바람이 불었고, 올해엔 중소 IB의 교체 가능성도 열려 있다”면서 “이번 주총 시즌에서 체제 변화가 결정되는 IB를 중심으로 주주환원 정책에도 많은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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