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 혹은 ‘당의 깃발’…이재명 두고 찢어진 민주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8 17: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문 정당’ 외쳤지만 ‘명문 갈등’ 발화
李 퇴진 가능성 희박…非明 ‘줄탈당’ 가시화

총선 전 ‘명문 정당’(이재명+문재인 정당)을 내걸며 통합을 외쳤던 더불어민주당이 계파갈등으로 몸살을 앓는 모습이다. 친문(친문재인)계 상당수 의원들이 ‘공천 배제’에 반발하면서다. 일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연산군’ ‘폭군’ 등 수위 높은 비판을 가하자, 친명(친이재명)계도 ‘당의 깃발’ ‘당의 상징’ 등의 수식으로 이 대표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다만 당의 내홍에 계파를 불문하고 민주당 총선 후보들 모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11·12차 인재영입식에서 영입 인사들의 소개를 받으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11·12차 인재영입식에서 영입 인사들의 소개를 받으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공천 결과에 격화되는 野 내홍

28일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민주당 내 비명계 의원들 중 홍영표 의원을 포함해 최소 5명의 의원이 탈당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이 현역 의원 ‘하위 10%’ 명단에 포함된 인사들이다. 이들은 당 지도부가 컷오프(공천 배제) 대상을 재고하지 않을 경우 탈당 및 무소속 출마 등을 고려하겠단 입장이다.

이들이 내놓는 ‘탈당의 변’은 모두 이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 비명계 설훈 의원은 이날 탈당을 선언하며 “이 대표는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과 측근과만 결정하고, 의사결정에 반하는 인물들을 모두 쳐내며, 이재명 대표에게 아부하는 사람들만 곁에 두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을 탈당하고 새로운미래에 입당한 박영순 의원도 같은 날 “이재명 대표를 반대했던 동료 의원들과 함께 처절하게 정치 보복을 당한 점에 대해서 민주정당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해 뛰쳐나왔다”고 밝혔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날 지도부에 서울 중·성동갑에 자신을 컷오프하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 한 결정을 재고해달라며 “이 대표와 최고위원회에 묻고 싶다. 정말 이렇게 가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최종 거취는 최고위원회의 답을 들은 후에 다시 말씀드리겠다”며 탈당 가능성도 시사했다.

비명계의 ‘이재명 때리기’가 계속되자 친명계의 반발도 거세지는 양상이다. 비명계가 ‘시스템 공천’의 결과를 ‘계파 갈등’으로 퇴색시키려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현 상황에서 이 대표를 대신해 총선을 이끌 리더도 없다는 게 친명계의 진단이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전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이재명계로 단수 공천받은 분이 많다. 반면 친이재명계로 분류됐으면서 경선한 분도 많다”고 반박했다. 이어 설훈 의원을 겨냥해 “이 대표가 당대표가 된 이후에도 물러나라는 소리를 끊임없이 했던 분”이라고 비판했다.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지금 민주당의 깃발이고 상징은 단연 이재명 대표”라며 “친노, 친문은 되고 친명은 안 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것은 시대 흐름에 대한 몰이해고 역행”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서대문구 한 헬스장에서 직장인 정책간담회 전 런닝머신을 하고 있다. 러닝머신 화면에 같은 시간 국회 소통관에서 공천 관련 기자회견 중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서대문구 한 헬스장에서 직장인 정책간담회 전 런닝머신을 하고 있다. 러닝머신 화면에 같은 시간 국회 소통관에서 공천 관련 기자회견 중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비명계 탈당도 감수? 높아진 李 완주 가능성

극한 내홍 끝 비명계의 ‘줄탈당’이 예고됐지만, 민주당은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완주할 것이란 게 야권 내 중론이다. 탈당 규모가 10명 내외로 크지 않고, ‘정권 심판론’이 여전히 우세하다는 판단에서다. 그간 당의 내홍에 원론적 입장만 고수했던 이재명 대표의 입장도 보다 선명해졌다.

이 대표는 이날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직장인 정책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명계의 탈당을 겨냥해 “경기하다가 질 것 같으니까 경기 안 하겠다, 이런 건 별로 그렇게 국민들 보시기에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규칙이 불리하다고, 경기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해서 중도에 포기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게 마치 경기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경쟁의 과정에서 국민, 당원이 선택하는 걸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되물었다.

이 대표는 노웅래·홍영표 의원,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의 반발에 대해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면서 “같은 뿌리에서 나왔고 같은 기둥 속에 큰 줄기를 함께 한다. 우리는 명문정당”이라고 말했다. 그는 “갈등과 반발은 필연적”이라면서 “국민의힘이 하는 것처럼 해당 지역의 기득권, 다선 의원 중심으로 경선하거나 아니면 힘센 사람 중심으로 공천하면 변화는 없지만 혼란이나 갈등은 적을 수 있다”고 일축했다.

총선을 40여 일 앞두고 당의 내홍이 격화되자, 총선을 준비하는 민주당 후보들 사이에선 불안감도 감지된다. 계파를 불문하고 ‘분열은 필패’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원외 후보는 “정권 심판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선 단일대오를 이뤄야 한다”고 전했고, 비명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의원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우리의 공천, 후보들의 태도가 얼마나 정의로워보일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