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전담부처 신설, 저출산 문제해결의 구심점”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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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의 유혜정 박사 “기업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주체”

인구감소 문제 해결을 위한 민간 연구기관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미연)은 2022년 10월25일 출범했다. 이인실 전 통계청장이 초대 원장으로 추대됐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이사장,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이 발기인 대표를 맡았다. 한미연은 인구위기 극복에 있어 ‘민간기업’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한미연에는 ‘기업이 인구회복의 길에 앞장 선다’라는 글귀의 액자가 걸려 있다. 한미연은 일본과 독일을 시작으로 중국, 프랑스, 스웨덴, 이스라엘 등의 ‘인구 위기와 기업의 대응’을 연구하고 있다.

유혜정 도시설계학 박사는 한미연에서 선임연구원을 맡고 있다. 유 박사는 홍익대학교 건축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설환경공학부에서 공학박사(도시설계) 학위를 받았다.

유혜정 박사
유혜정 박사

 

한미연은 인구위기 극복을 위해 민간기업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데.

“저출산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안정적인 일자리 부족, 경력단절, 출산 후 직장 내 부당한 처우 등은 기업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그러나 저출산 현상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본격적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약 20년 동안 대부분 정책이 정부에 의존해 추진됐고 그 결과 매년 합계출산율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다양한 저출산 대응 정책을 도입하더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않으면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육아휴직 사용자 수(2021년 기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출생아 100명당 30명으로 OECD 평균 74명(17개국 한정)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따라서 저출산 대응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이 저출산 문제 해결 주체로서 정부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기업의 자발적인 출산·양육 친화 제도 확대는 근로환경의 질과 근로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경영에 기여할 수 있다. 한미연이 ‘기업이 인구회복의 길에 앞장선다’라는 출범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기업이 인구위기 대응에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연구하고 있으며 기업의 출산·양육 지원제도의 양적 확대를 넘어 구성원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질적 제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이나 사무직 위주로 운영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중소기업과 제조업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미연은 3월26일 세미나 <인구감소시대의 지방도시 생존전략>을 개최한다.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나.

“2024년 제2차 인구 2.1 세미나는 각 도시의 인구사회, 산업경제, 물리환경 등 다양한 데이터를 살펴보고 지속가능한 도시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로 도시, 행정 전문가 및 정부 관계자 등을 모시고 진행할 예정이다. 특정 시점에 한정해 이뤄지던 기존의 지역별 인구 분석방식을 보완해 한미연이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과 실시한 인구특성 변화 기반의 도시유형 분류 및 유형별 지속가능성 진단 결과를 공개하고 최근 핫이슈인 메가시티 담론을 포함한 도시별 생존전략을 논의한다. 수도권 집중화 및 지방도시 문제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린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인구 위기 대응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제점은 없는지, 또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시기적으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인구문제가 중요한 국정 과제로 다뤄지고 인구정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특히 여야가 모두 제안하고 있는 인구 전담부처 신설은 저출산 문제해결의 구심점이 되는 정책으로, 조직구성에서 나아가 구체적인 역할과 정책 목표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 또한 기업이 인구문제 해결 주체로서 출산·양육 친화적인 근로환경 조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적 일관성이다. 아이를 낳으면 정권과 관계없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안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을 때 출산율이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시사저널은 <2024년 대기획-인구위기>를 연재하고 있다. 지난 1월 ‘국회의원 초등학교 전수조사’에 이어 2월 ‘곡성 1주일 체험기’, ‘인구 소멸 전국지도’를 보도했다. 이번에는 한국보다 일찍 인구 위기에 봉착한 일본을 2월 23~26일 찾았다(<[르포] 눈 속의 폼페이...일본의 ‘인구 0’ 마을에 가다> 기사 참조). 한미연은 일본의 인구위기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한미연은 《추락하는 일본의 출산율이 한국보다 높은 이유(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 정현숙 교수)》라는 책을 통해 “일본의 기업문화는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유연하다”면서 “최근 남성 육아휴직 이용률 공개 등 기업의 출산 지원제도 도입을 의무화하면서 감소하던 일본의 합계출산율이 안정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 저출산 대응의 성공사례가 아닌 실패사례이며, 한국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저출산 극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일본 30대 남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혼인율 차이가 40~50%포인트 수준이다. 1990년대 이후 일본 남성의 비정규직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 일본의 저출산 문제의 핵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연은 오는 3월12일 2024년 제1차 인구 2.1 세미나 <인구위기 대응 K-ESG 왜 주목해야 하는가?>를 개최한다. 기업들은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주목하고 있는데, 한미연은 S(사회) 영역의 관점에서 인구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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