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한 판세 뒤집는 참패의 교과서’ 쓰고 있는 이재명 [최병천의 인사이트]
  •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1 10:50
  • 호수 1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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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낙동강벨트’에서 상대 공략할 때 민주당은 ‘친문’ 때리며 내부 공격

“선거운동에 들어갈 때, 선거의 승패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 숱한 선거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여의도 정치인들 사이에서 흔히 통용되는 말이다. 총선 투표일은 4월10일이다. 공식적인 선거운동은 3월28일부터 돌입하게 된다. 그러나 그때쯤이면 총선 판세의 기본 가닥은 결정된다. 

왜 그러한가? 총선 판세를 좌우하는 요소는 결국 세 가지다. ①리더십 대결 ②공천 대결 ③정책 대결이다. 리더십 대결이 가장 중요하고, 공천이 그다음으로 중요하다. 정책은 부차적이다. 리더십 대결은 ‘이재명 대 한동훈’의 대결이다. 현재까지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압도적 우세승이다. 양당의 공천은 약 3분의 2가 진행됐다. 선거 판세를 보면, 민주당의 패배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심지어 ‘참패’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월28일 은평구 한 헬스장에서 직장인 정책간담회 전에 러닝머신을 하고 있던 중 화면에 공천 관련 기자회견 중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뉴스를 보고있다. ⓒ연합뉴스

총선 판세를 뒤집은 세 개의 국면

2012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근혜 비대위는 ‘불리한 판세를 뒤집은 선거’의 교과서였다. 2016년 문재인-김종인 비대위 역시 ‘불리한 판세를 뒤집은 선거’의 교과서였다. 반면 2024년 총선에서 이재명 대표는 ‘유리한 판세를 뒤집은’ 참패의 교과서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총선이 40여 일 남았지만, 2023년 12월말부터 2024년 2월말까지의 국면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먼저 여론조사의 흐름 변화부터 짚어보자. 서울경제신문은 한국갤럽에 의뢰해 한 달에 한 번 정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시기는 12월은 18~19일, 1월은 25~26일, 2월은 22~23일이었다. 

12월 조사의 경우,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은 ‘잘하고 있다’ 33%, ‘못하고 있다’ 63%였다.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4%, 민주당 40%였다. 1월 조사에서,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은 ‘잘하고 있다’ 34%, ‘못하고 있다’ 62%였다. ‘긍정평가’는 1%포인트 높아지고, ‘부정평가’는 1%포인트 낮아졌다. 미미한 변화였다.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8%, 민주당 40%였다. 국민의힘은 4%포인트 올랐고, 민주당은 그대로였다.

2월 조사에서,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은 ‘잘하고 있다’ 38%, ‘못하고 있다’ 59%였다. 전달과 비교하면 ‘긍정평가’가 4%포인트 올랐고, ‘부정평가’는 3%포인트 떨어졌다.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41%, 민주당 36%였다. 전달과 비교하면 국민의힘은 3%포인트 또 올랐고, 민주당은 4%포인트 떨어졌다.

12월과 2월을 비교하면 극적이다.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은 12월에는 33%였는데 2월에는 38%가 됐다. 30%대 전반에서 30%대 후반이 됐다. 정당 지지율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12월과 2월을 비교하면, 국민의힘은 34%에서 41%가 됐다. 7%포인트 상승했다. 민주당은 반대다. 40%에서 36%가 됐다. 4%포인트 떨어졌다.

무엇이 승부를 갈랐을까? 12월말부터 2월말까지 총선 국면은 크게 세 개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국면은 ‘이준석의 탈당’과 ‘한동훈의 등장’이다. 12월말부터 1월20일까지다. 두 번째 국면은 1월21일부터 설날 직후까지다. 세 번째 국면은 설날 연휴 직후부터 최근까지다. 민주당, 국민의힘, 제3지대라는 ‘총선 삼국지’ 관점에서 각 국면의 변동을 짚어보자. 

첫 국면은 이준석의 탈당과 한동훈의 등장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7일 탈당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12월26일 수락연설을 하며 비대위원장 활동을 개시했다. 이후 한 위원장은 전국투어를 했다. 국민의힘 시도당을 돌며 서울로 북상하는 경로였다.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였다. 첫째, 국민의힘에서 이탈해 이준석 신당에 합류하는 국회의원 규모였다. 당시 이준석 신당에 합류한 허은아 의원은 “합류를 타진하는 의원이 10여 명 이상이며, 영남 중진도 포함되어 있다”고 인터뷰를 통해 말하기도 했다. 

‘비명횡사 친명횡재’ 민주당 공천의 후폭풍

둘째 포인트는 한동훈 위원장 등장 이후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오르는지 여부였다. 실제로 오르기 시작한다. 앞서 여론조사에서 봤듯이 12월에 국민의힘 지지율은 34%였다. 1월에는 38%로 상승한다. 이때 상승분은 ‘보수의 결집’ 성격이 강했다. 한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를 공격하고, 86세대 청산론을 제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보다 낮았는데, 한 위원장으로 간판이 바뀌면서 ‘숨어있던’ 보수표가 결집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국면은 1월21일부터 설날 직후까지다. 1월21일이 중요한 이유는 이른바 ‘윤석열-한동훈 대충돌’이 벌어진 날짜이기 때문이다. 이날은 일요일 저녁이었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채널A 단독기사가 나왔다. 한 위원장이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는 단독기사가 또 나왔다. 다음 날 비대위에 출근한 한 위원장은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고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윤석열-한동훈 갈등의 마무리는 1월23일 서천시장에서의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만남이었다. 한 위원장의 ‘90도 폴더 인사’와 윤 대통령의 ‘어깨 툭툭’으로 상징되는 장면이다. 이때부터 정치권에서는 윤석열-한동훈 갈등의 실제 핵심은 김건희 여사 문제가 아니라 ‘공천의 주도권’ 싸움이었고, 한 위원장이 주도권을 행사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 국면에서 중요한 또 다른 포인트는 ‘낙동강벨트’ 전략의 등장이다. 2월4일 부산시장을 했던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있는 북·강서갑 지역 출마를 요청했다. 2월6일에는 경남지사를 했던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있는 양산을 지역 출마를 요청했다. 

이렇듯 여당이 낙동강벨트를 공략하며 상대방 진영으로 쳐들어갈 때, 민주당은 집 안에서 ‘친문’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2월5일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탄생에 책임 있는’ 사람은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노영민 전 비서실장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국민의힘이 ‘상대 진영’을 공격할 때, 민주당은 ‘자기 진영’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공천 갈등의 시작이었고, 총선 참패의 전조다. 설날 직후에 발표되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상승, 민주당 정체 및 하향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마지막 국면은 설날 직후부터 최근까지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2월19일 김영주 전 국회부의장의 탈당, 2월20일 박용진 의원의 하위 10% 포함 기자회견, 2월27일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중·성동갑 지역에 대한 공천 배제 발표였다. 이때부터 민주당에서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표현이 사용되기 시작한다. 이재명 대표에 의한 ‘비명계열 공천학살’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2월27일 열린 의총에서 홍영표 의원은 민주당은 ‘명문정당’에서 ‘멸문정당’이 됐다고 표현했다. 민주당의 자멸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좋은 불평등》 저자)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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