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1.8% 증가하는 동안 먹거리물가 6% 뛰었다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4.03.0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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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등으로 가처분소득 1%대 증가에 그쳐
가공식품·외식 물가, 각각 6.8%, 6.0% 상승
식품·외식업체, 일제히 가격 인상…사상 최대 실적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구가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소득은 1%대 증가에 그친 반면 먹거리 물가는 6% 넘게 올랐다. ⓒ연합뉴스

지난해 전체 가구가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소득은 1%대 증가에 그친 반면 먹거리 물가는 6% 넘게 올라 장바구니·외식 부담이 상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식사비 지출 증가 폭은 전체 소비지출보다 컸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가구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은 월평균 395만9000원(1∼4분기 평균)으로 전년보다 1.8% 늘었다. 지난해 전체 소득은 월평균 497만6000원으로 전년 대비 2.8% 늘었지만 고금리 지속 등으로 이자·세금 등을 빼고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은 1.8% 늘어 전체 소득보다 증가 폭이 더 작았다.

전체 가구 소비지출은 지난해 월평균 278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5.7% 늘었고 이 중 식사비 지출은 월평균 40만7000원으로 7.9% 증가했다. 가처분소득 증가율과 비교해 먹거리 물가 상승률은 6%대로 큰 격차를 보였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대표 먹거리 지표로 꼽히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각각 6.8%, 6.0% 올라 각각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3.8배, 3.3배를 기록했다.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에서는 커피(외식)(1.7%)를 제외한 38개 품목 물가 상승률이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상회했다. 피자(11.2%), 햄버거(9.8%), 김밥(8.6%), 라면(외식)(8.0%), 오리고기(외식)(8.0%), 떡볶이(8.0%), 돈가스(7.7%) 등 순이다.

가공식품은 세부 품목 73개 중 68개의 물가 상승률이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드레싱(25.8%), 잼(21.9%), 치즈(19.5%), 맛살(18.7%), 어묵(17.3%) 등 순이었다. 또 설탕(14.1%), 소금(13.0%), 아이스크림(10.8%), 우유(9.9%), 빵(9.5%), 생수(9.4%), 라면(7.7%) 등의 상승률도 높게 나타났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도 3.1%로 가처분소득 증가율보다 높았다. 농산물 중에서는 채소와 수산물 물가 상승률이 각각 4.8%, 5.4%로 조사됐다. 특히 과일(9.6%)은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5.3배에 달했다. 사과는 24.2%로 무려 13.4배였고 귤(19.1%), 복숭아(11.7%), 파인애플(11.5%), 딸기(11.1%), 참외(10.5%) 등의 물가 상승률도 10%를 웃돌았다.

식품기업과 외식업체들은 가격 인상이 원재료 가격, 인건비, 물류비, 임대료 상승 등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과도한 인상, 꼼수·편법인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과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제품이나 서비스 질을 떨어뜨리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 등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지난해 일부 식품 기업은 수출 호조 등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농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9.0% 증가한 3조4106억원이고 영업이익은 89.1% 늘어난 2121억원으로 모두 사상 최대였다. 삼양식품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31.2%, 62.5% 증가한 1조1929억원과 1468억원으로 창사 이후 처음 매출 1조원과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겼다. 빙그레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85.2% 급증한 1124억원으로 1967년 설립 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들어서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은 둔화세를 보이고 있으나 농산물 물가가 치솟아 새로운 부담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물가 안정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면서 올해 1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은 3.2%와 4.3%로 낮아졌다.

그러나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이 8.0%로 높아졌고 과일은 28.1%까지 치솟는 등 농산물이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 당분간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금융 부담 등으로 가처분소득이 큰 폭으로 늘기가 쉽진 않아 장바구니와 외식 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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