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00만원 벌어도 손에 쥐는 건 꼴랑 14만원이 전부” 
  • 김상훈 창업통TV 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3 16:00
  • 호수 1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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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전문식당 손익계산서 분석해 보니…자영업자들 “과거 전단지 시대가 그립다” 한목소리

전국의 70만 음식점 경영자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반등세를 기대했다. 하지만 요즘 골목상권에선 “코로나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고 토로한다. 특히 배달식당 경영자들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비대면 시대가 지배했던 3년간의 코로나 기간 동안 소비자들은 배달음식 주문에 친숙했다. 어쩌면 모든 음식을 유명 배달앱을 통해 집에서 구매하고 맛봤다.

길고 긴 코로나 터널을 지났지만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음식점 종업원이 배달하는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 엔데믹 후 배달에 의존한 식당 ‘초비상’

하지만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측면도 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배달 과정을 거치다 보면 음식 자체의 품격 유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엔데믹이 시작됨과 동시에 상당수 소비자가 배달음식보다 오프라인 음식점을 선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배달음식 주문 빈도는 최근 현저히 낮아졌다. 100% 배달 매출에 의존했던 배달 전문식당에는 비상벨이 울렸다. 일부 공유주방 업체들은 간판을 내리기도 했다. 배달음식 시장 규모도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2022년 말 26조5900억원에 달했다. 2023년 말 기준 시장 규모는 26조4325억원으로 하향 조정세를 맞고 있다.

무엇보다 창업시장에서 배달창업은 청년들이나 종잣돈이 적은 초보 창업자들에게 디딤돌 역할을 했다. 폐업한 자영업자들의 재기 아이템으로도 배달식당 창업은 의미가 컸다. 하지만 생태계 변화와 함께 배달창업 시장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필자는 마포 골목상권에서 7년째 배달 전문음식점을 운영해온 황철수(가명) 사장을 최근 만났다. 코로나19 이후 배달식당들이 어려운 근본 이유를 물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원가 상승, 경기 불황이라는 시장환경도 있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배달앱들의 시스템 변화가 크다고 얘기한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1월17일 새로운 배달 상품인 ‘배민원플러스’를 출시했다. 대외적으로는 수수료를 낮추고 고객만족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민이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것은 일반 배달(한 달 8만8000원 정액 부담)보다 배달 금액 대비 일정 수수료를 정률로 받는 한집배달(단건배달)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른바 ‘조리대기’ 시스템과 ‘조리시간’ 설정 문제다. 손님들이 앱으로 주문하면 음식점에 바로 전달되는데, 곧바로 조리에 들어가면 안 된다. 배민에서 조리지시(배차)가 있을 때까지 대기해야 한다. 이른바 ‘조리대기’ 시스템이다. 음식의 신선도를 높이자는 취지였지만, 배달식당 사장의 입장은 달랐다. 피크타임 때 배달 시스템 문제로 조리지시(배차)가 1시간 이상 늦어져 손님이 주문을 취소할 경우 보상받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조리시간도 식당 주인이 입력하지만, 조리지시가 여러 건 한꺼번에 몰리면 조리시간을 맞추지 못하게 되고, 이럴 경우 ‘우리가게NOW’ 지표 페널티가 적용되고, 상위 노출에도 지장을 받는다. 배달식당 입장에서는 배민앱이 배달식당의 주방 관리까지 과도하게 간섭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배달 관련 비용이 전체 매출의 27.3%

그렇다면 최근 배달식당들의 경우 배달앱을 통한 손익은 어느 정도일까. 한 달 2000만원 배달 매출을 올리는 치킨집을 분석해 봤다. 2000만원 매출에서 배달앱을 사용할 경우 한집배달(단건배달) 수수료는 평균 7.48%인 149만6000원이다. 배달 라이더 비용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건당 평균 3630원을 하루 평균 35건씩 26일 영업했다고 하면 한 달 총 배달 비용은 330만3300원이다. 2000만원 매출 중에서 545만9300원이 배달 관련 비용이다. 중개료, 라이더 비용, 카드수수료를 합친 금액이다. 전체 매출액의 27.3%를 차지한다. 광고를 많이 하는 일부 매장의 경우 배달앱에 바치는 비용이 40%를 오르내리는 곳도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식재료 원가 35~40%를 제외하고 포장 비용, 점포 월세, 인건비, 세금 등을 제외한 배달음식점 사장의 한 달 순이익은 적게는 14만원, 최대치로 계산하더라도 144만1000원에 불과하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은 최대 7.2%다.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배달앱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홀 매출을 동시에 올리는 음식점들은 현금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배달앱을 이용한다. 코로나19 시기에 이미 배달 판매 시스템이 구축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24년 현시점에서 배달음식점 창업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오랫동안 배달음식점을 운영해온 사장들은 2000년대 초반까지의 ‘전단지 시대’가 그립다고 얘기한다. 2010년 배민앱이 출시되면서 배달식당 창업시장은 배달앱의 하수인이 됐기 때문이다. 당시는 전단지를 만들어 신문에 삽지하거나, 동네 정보지 홍보만 해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배달앱 시장이 열리면서 배달음식 시장은 판도가 바뀌었다. 신규 창업자 입장에서 보면 결론은 명확하다. 첫째, 배달 매출에 100% 의존하는 식당 창업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최소한 홀 매출 50~60%, 배달 매출 20~30%, 포장 매출 10~20% 정도 할 수 있는 구조를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홀 매출이 안정적으로 발생하는 상권에 매장을 출점하는 것이 관건이다. 요즘 골목상권 음식점 사장 중에는 배달앱에 음식점 이름만 올려놓고 배달은 안 하고, 손님들이 직접 픽업하게 하는 영업만 하는 사례도 있다. 어쩔 수 없는 자구책이다. 배달음식 시장은 창업시장 관점에서는 가장 취약한 소자본 자영업 시장이다. 어려운 자영업 사장들을 향해 과도한 수수료 챙기기, 주방 관리까지 간섭하는 배달앱의 갑질은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창업자의 경영 자율성 침해는 물론 자존감까지 무너뜨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배달식당 사장님들께 숨 쉴 틈은 마련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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