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주유소 ‘가득 주유’ 피해 속출 배경은…‘삼성페이’ 주의해야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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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 초과·잔액 부족시 선결제 취소 안 돼…초과결제 가능성
재결제-선결제 취소 시스템…삼성페이 결제시 재태그 필요
영수증 꼭 확인해야…주유소 떠났다면 전화로 취소 가능

A씨는 고속도로에 있는 셀프주유소에 들러 ‘가득 주유’를 선택해 주유를 진행했다. 15만원의 금액이 선결제됐고, 주유를 진행한 뒤 실제로는 9만6000원어치 기름이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며칠 뒤 카드 결제 내역을 확인한 A씨는 실제 주유 금액인 9만6000원이 아닌, 선결제한 15만원이 그대로 청구된 것을 알게 됐다.

만약 셀프주유소를 이용할 때 ‘가득 주유’를 자주 한다면 주의해야 한다. 금융감독원과 여신금융협회는 최근 셀프주유소에서 초과결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소비자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지난 17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의 모습 ⓒ연합뉴스

선결제된 보증금이 그대로 청구…왜?

초과결제 피해가 발생하는 배경에는 ‘선결제’가 있다. 직접 주유·결제를 해야 하는 셀프주유소 특성상, 소비자가 선택한 최대 주유 예상금액을 보증금 개념으로 선결제한 뒤 주유가 진행된다. 3만원, 5만원 등 선결제 금액과 실제 주유 금액이 일치하면 선결제한 금액이 그대로 청구된다.

그러나 실제 주유 금액이 선결제 금액보다 적은 경우에는 두 번의 절차가 더 생긴다. ‘가득 주유’를 선택하는 경우 최대 금액(15만원)이 보증금 개념으로 선결제되고, 주유를 마치면 실제 금액이 결제된 뒤 선결제 금액이 취소된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선결제 취소-재결제 순의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재결제가 이뤄진 뒤 선결제가 취소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 주유가 끝난 뒤까지 신용카드를 빼지 말라고 안내하는 이유다.

만약 신용카드 한도가 초과됐거나 체크카드 연결 통장에 잔액이 없는 경우에는 재결제가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에 선결제 금액도 취소되지 않는다. 신용카드를 주유 과정이 완료되기 전에 빼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정상결제 영수증과 초과결제 영수증 ⓒ금융감독원·여신금융협회 제공
정상결제 영수증과 초과결제 영수증 ⓒ금융감독원·여신금융협회 제공

매년 4억원 이상 초과결제…주로 ‘가득 주유’에서 발생

셀프주유소 초과결제 문제는 해묵은 난제다.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에 따르면, 2017~2021년 상반기까지 고속도로 휴게소 셀프주유소에서 발생한 결제 오류만 4만 건 이상으로 집계된 바 있다. 초과결제된 금액은 매년 4~5억원에 육박했다. 주로 ‘가득 주유’를 선택했을 때 발생한 문제다.

도로공사는 카드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오류 사실을 통보하고 카드사가 고객에게 연락을 취하는 절차를 진행했지만, 초과결제 금액이 환급되지 않은 경우는 1911건에 달했다. 현재는 고속도로 휴게소 외에도 셀프주유소가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 일반적으로는 직접 통보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급받지 못한 금액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셀프주유소에서 카드 결제를 한 뒤에는 영수증을 꼭 확인해 결제 금액을 살피고, ‘승인 실패’와 관련된 문구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최근에는 영수증을 발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초과결제 사실을 한참 뒤에야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일각에서는 결제 시스템 개선 목소리도 나오지만, 일반 후불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미지불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초과결제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카드사는 이날부터 셀프주유소에서 카드 승인이 거절될 경우 1시간 내에 문자 메시지를 발송해 안내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용카드 한도가 초과했거나 체크카드 연결 통장 잔액이 부족해 승인이 거절된 경우 문자가 발송되며, 해당 주유소명과 거래 일자 등이 메시지에 포함된다.

지난 10일 서울 시내 한 셀프 주유소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셀프주유소의 모습 ⓒ연합뉴스

초과결제시 전화 취소 가능…비밀번호·유효기간은 필요 없어

현재로서는 한도 초과나 잔액 부족 등이 우려되는 경우 ‘가득 주유’를 자제하거나, 소비자들의 꼼꼼한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삼성페이로 결제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일반 신용카드의 경우 주유 과정에서 계속 꽂아두지만, 삼성페이는 태그 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주유소에서는 주유 완료 후 취소와 실제 주유 금액 재결제를 위해 삼성페이를 다시 태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주유소 내에서 초과결제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경우, 현장 직원에게 문의해 선결제 금액을 취소한 후 실제 주유 금액을 재결제 하면 된다. 주유소를 떠난 이후에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았다면 전화로 결제 취소를 요청할 수 있다. 주유소 연락처를 모르는 경우에는 카드사 고객센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주유소에 결제 일자, 카드 번호, 결제 금액, 승인번호를 알려주면 초과결제 사실 확인 후 취소가 가능하다. 이때 카드 비밀번호나 유효기간은 필요하지 않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페이로 선결제가 이뤄졌을 경우에도 전화로 결제 취소가 가능하다. 다만 같은 카드로 취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실물카드가 아닌 삼성페이 카드 번호를 알려줘야 한다.

다만 유가보조금 카드로 결제했을 경우에는 전화로 결제 취소가 불가능해 재방문이 필요하다. 취소와 환급에는 3~4영업일이 소요되며, 카드사 앱 등을 통해 처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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