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기회’ 놓치면 안되는데…내홍 속 고심 빠진 대학
  • 강윤서 기자 (kys.s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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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대학 증원 신청 규모 2000명 상회할 것으로 전망
의대생·교수 반발 지속…“현장 무시한 정책, 대혼란 우려”
전국적으로 의대에서 동맹 휴학을 예고한 20일 오전, 수업이 예정돼 있던 대전 중구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한 강의실이 비어 있다. 충남대 의대는 의학과 1∼4학년 학생들이 전날 수업을 거부한 데 이어 이날 오후에 집단 휴학계를 제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의대에서 동맹 휴학을 예고한 2월20일 오전, 수업이 예정돼 있던 대전 중구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한 강의실이 비어 있다. 충남대 의대는 의학과 1∼4학년 학생들이 전날 수업을 거부한 데 이어 이날 오후에 집단 휴학계를 제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추진하면서 ‘선택지’를 받아든 대학이 고심에 빠졌다. 상당수 대학이 증원을 희망하고는 있지만, 대학본부와 의대 교수·학생 간 입장이 달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서다. 동맹휴학과 수업 거부를 밝힌 의대생 움직임과 교육 악화에 대한 교수 우려가 커지면서 난관이 예상된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0개 대학이 제출할 의대 증원 신청 규모가 정부 계획안인 20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기존 의대 정원의 2배에 달하거나 그 이상의 정원을 신청한 대학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성민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작년 수요조사(2025학년도까지 최소 2151명·최대 2847명, 2030학년도까지 최소 2738명·최대 3953명 증원)와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자정까지 증원 신청을 받는 만큼 대학별 신청 규모와 총 신청 숫자는 5일 이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대학 총장들 “이번 아니면 기회 없다”

각 대학은 의대 증원 신청 마감이 초읽기에 접어들면서 막판 내부 논의와 조율을 진행 중이다. 대부분 대학은 “1998년 이후 26년 만에 찾아 온 증원 기회”라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강력한 의사 집단행동이 전개되면서 이번 정책이 철회될 경우 다시는 증원 기회를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도 읽힌다. 정부가 “이번에 신청하지 않은 대학들은 (의대 정원을 늘리는데) 반세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쐐기를 박은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비수도권과 소규모 의대 중심으로 증원분을 집중 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거점 국립대와 소규모 의대는 특히 더 분주한 모습이다. 경남 경상국립대는 현 정원 76명의 2.6배인 200명까지 증원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대도 의대 정원 49명을 100명으로 2배 늘리는 1차 희망안을 그대로 유지할지 여부를 최종 논의 중이다. 

정원이 50명 미만인 아주대, 제주대 등도 현원의 2배 이상 증원 신청을 할 예정이다. 울산대는 기존 40명에서 100명까지, 부산 동아대도 기존 49명에서 100명 안팎의 정원 신청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소규모 의대의 경우 현실적 여건으로 오랜기간 투자가 어려웠던 만큼 이번에 과감한 증원 수요를 희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3월3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교수들 “교육 대혼란 우려”

그러나 상당수 대학은 대학본부와 의대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내홍이 극에 달했다. 앞서 의대 학장들로 구성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적정 증원 규모가 350명이어야 한다”며 각 대학에 수요조사 제출 거부를 요청하기도 했다.

경북대에서는 지난 1일 홍원화 총장이 “의대 교수 55%가 증원에 찬성한다”며 의대 정원을 현행 110명에서 250~30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권태한 경북대 의대 학장은 “(총장의 증원 계획에 대해) 전혀 생각해 본 적도, 논의해 본 적도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성명서를 내고 증원 결정을 연기해줄 것을 호소했다.

김현아 전의교협 대회협력 부회장이자 한림대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교육 당사자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직격했다.

김 교수는 섣부른 의대 증원은 ‘대혼란’만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의대 교수에겐 ‘교육, 연구, 진료’ 순으로 중요한 세 가지 의무가 있는데, 현재 의료체계는 교수가 진료에만 매진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임상 실습이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데, 현재 임상 교수들은 진료에만 치중돼 있다”며 “이러한 현장도 모르고 의대 증원만 하면 교육의 본질과 더 멀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에 앞서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의대생들은 지난달 19일부터 휴학계 제출과 수업 거부 등 집단행동을 이어가며 의대 증원 철회를 압박하고 있다. 의대생들은 대학본부를 향해 교육부의 수요조사에 동참할 경우 집단 움직임을 더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본격적인 새학기 수업을 앞두고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은 지난 3일 오후 6시 기준 기준 5387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28.7%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이번 의대 증원 신청으로 대학 내부 갈등이 심화하면 의대 학사일정 관리가 더욱 어려워질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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