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명 이탈’ 파국 외친 전공의…정부 “용납 못 해”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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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1~4년차 8983명 미복귀…전체 90% 달해
7000여 명에 면허정지 등 처분 사전통지서 발송
주동 세력 고발 검토…“의사는 국민 이길 수 없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이 3월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이 3월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의 거듭된 복귀 업무개시명령에도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가 9000명에 육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절차에 착수한 정부는 "후퇴도, 선처도 없다"는 강경 태세를 재천명했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4일 오후 8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가운데 신규 인턴을 제외한 레지던트 1∼4년차 9970명 중 8983명(90.1%)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원칙적인 처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정부가 이미 처벌을 면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드렸다. 그런데 그것을 넘겨서도 상당수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은 상태이고,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게 된다는 원칙은 불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공의들은 아무런 대책 없이 환자의 곁을 떠났다. 심지어 응급실·중환자실도 비웠다"며 "직업적·윤리적 책임을 망각하고 법적 의무조차 지키지 않은 무책임한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3월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의료진이 복도에 앉아 있는 환자 앞을 지나 응급의료센터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3월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의료진이 복도에 앉아 있는 환자 앞을 지나 응급의료센터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행정처분 통지서 순차 집행…고발도 검토

정부는 100개 수련병원 가운데 50곳은 현장점검을 완료했다. 서면 보고를 받은 50개 병원도 이날 추가 현장점검을 진행, 업무개시명령 위반 현황을 확인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현장점검에 근거해 미복귀 전공의를 상대로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한다. 지난달 29일 기준 전공의 7854명에 대해 각 수련병원으로부터 명령불이행 확인서를 받은 상태다.

김국일 복지부 비상대응반장은 "어제(4일) 전공의 수 기준 상위 5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명령불이행 확인서를 받은 전공의 규모가 7000명을 넘는다"며 "이분들을 대상으로 행정력이 가능한 범위에서 우선 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처분 규모와 그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 한 점을 고려해 순차적인 집행에 나서기로 했다. 박 차관은 "2월29일까지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이 나가지만 인원이 많기 때문에 모든 전공의가 동일한 시점에 처분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일시에 다 처분이 나가면 의료 공백이 우려되기 때문에 실제 처분은 차별화돼서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경찰 고발도 검토 중이다. 박 차관은 "주동세력을 중심으로 경찰 고발도 생각하고 있다"며 사법처리 착수 시점과 대상은 추가 검토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했다.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도 재계약을 포기하고, 교수들도 이탈 움직임이 감지된 데 대해 박 차관은 "전임의는 현장에서 큰 노력을 하고 계시고, 재계약률도 상당히 올라왔다"며 "의대 교수님들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실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3월3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3월3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약사 동원 의혹 확인 후 대응…"의사, 국민 이길 수 없어"

정부는 지난 3일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연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일부 의사가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강제로 동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현재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사무국은 집회 하루 전 "의대 증원 반대 집회에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의 참석을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각 제약사에 문자로 공지했다.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사 커뮤니티에는 강제 동원을 주장한 특정 제약사 제품을 불매하겠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박 차관은 "경찰청과 함께 지속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사실이면 이는 일종의 의료법령 위반으로,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대 증원과 함께 의료개혁에 후퇴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박 차관은 "국민 보건을 위한 의료개혁이 특정 직역에 의해 후퇴하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국민만 바라보고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며 "의사단체에서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고 하지만 의사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고 의사 단체 주장을 되받아쳤다. 

그러면서 "정부는 그간 의사의 반대에 가로막혀 개혁을 이룰 수 없었던 과거와, 이러한 경험을 통해 굳어진 잘못된 인식을 반드시 바로잡겠다"며 "끝까지 지지·성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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