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대혼란 우려”…늘봄학교 곳곳 ‘잡음’
  • 강윤서 기자 (kys.s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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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교실 없어 혼란…학교 간 마찰도
교육계 “2학기 전면시행 재고해야”
5일 오후 서울 아현초등학교 '늘봄학교' 프로그램 중 '세상의 모든 리듬' 에 참여한 학생들이 선생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서울 아현초등학교 '늘봄학교' 프로그램 중 '세상의 모든 리듬' 에 참여한 학생들이 선생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기대와 우려 속 첫 발을 뗀 늘봄학교가 시행 초기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상당수 학교가 인력과 교실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학부모도 혼돈에 빠졌다. 불과 6개월 후인 2학기부터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교육계에선 “대혼란만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3월 신학기 시작과 함께 전국 2741개 초등학교에서 1학년을 대상으로 한 ‘늘봄학교’가 본격 시행됐다.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전일제 학교인 늘봄학교는 초등학생에게 매일 2시간 안팎의 교육·돌봄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정부는 학생들이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 머물 수 있도록 해 가정의 육아 부담을 줄이고 출산 기피 현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 중이다. 맞벌이와 다자녀 부부 등 예비 학부모들도 앞선 정부 설문조사에서 83.6%가 제도를 찬성하는 등 반색했다.

정부는 늘봄학교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2학기부터는 6000여 개에 이르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의 1학년으로, 내년에는 2학년, 내후년에는 전 학년으로 늘릴 방침이다.

3월6일 전라남도교육청 홈페이지에 초등학교별 기간제교원(늘봄) 채용 공고가 올라와 있다. ⓒ전라남도교육청 홈페이지
3월6일 전라남도교육청 홈페이지에 초등학교별 기간제교원(늘봄) 채용 공고가 올라와 있다. ⓒ전라남도교육청 홈페이지

교사 구인난에 교실 확보 어려워 ‘첩첩산중’

그러나 현장은 제도 시행 초반부터 ‘비상’이 걸린 분위기다. 정부가 늘봄학교 시행 일정을 2년 가량 앞당기면서 교육청과 학교의 준비기간이 턱없이 짧았던 탓이다. 

상당수 학교는 늘봄학교 강사 채용 단계에서부터 애를 먹고 있다. 서울의 A초등학교 교감은 “정책이 결정된 지 한 달 만에 늘봄 기간제 교사를 바로 고용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 기존 교사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장 시작하는 건 무리라 다음 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늘봄학교 참여율이 높은 전라남도의 교육청 홈페이지에는 “늘봄 기간제교사 임용 공고” 게시글이 끝없이 이어졌다. 1차 공고에서 채용이 불발돼 3~4차 추가 공고를 올리는 학교도 많았다.

전국적인 채용난에 강사의 중복 합격으로 인한 학교 간 마찰도 생겼다. 이기백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늘봄학교 강사로 채용된 인력이 다른 늘봄학교에도 복수 지원하면서 중복 합격되는 경우도 많다”며 “(중복된 다른 학교에 간다고 하면) 그 인력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프로그램이 연기되거나 사라지는 사태도 생긴다”고 전했다. 

임시방편으로 교장과 교감이 늘봄 수업 강사로 초빙되기도 했다. 서울교사노조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 담임교사 전체가 정규 교육과정 이후 늘봄학교의 수학과 국어 프로그램 강사로 초빙됐다”며 업무 과중을 우려했다.

학생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대규모 학교에서는 늘봄학교 전용 유휴교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늘봄 프로그램 준비와 학부모 응대 등 ‘삼중고’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1학년 신입생 중 50%가 늘봄학교를 지원했다”면서 “준비기간이 너무 짧아 아직 프로그램이 안 됐는데 현황을 점검하는 본청과 지역청, 거기에다 학부모 문의까지 쇄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2학기 늘봄학교 전면 시행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교사노조는 “학생 수가 600명을 초과하는 학교에서는 교실 확보가 물리적으로 어렵고, 늘봄학교에서 양질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강사도 충분하지 않다”며 “2학기에 전면 시행될 시 강사 인력난이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며 교육부의 재고를 촉구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왼쪽)이 5일 오후 늘봄학교 현장 상황점검으로 서울 아현초등학교를 방문해 축구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왼쪽)이 5일 오후 늘봄학교 현장 상황점검으로 서울 아현초등학교를 방문해 축구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참여율 저조…“학교 부담 낮출 것”

전국적으로 늘봄학교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부산(100%)과 전남(100%), 경기(73.3%)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은 초등학교의 늘봄학교 참여율이 절반 이하다. 그 중 서울은 단 6.3%로 ‘전국 꼴찌’ 수준이다.

서울은 604개 국공립 및 사립 초등학교 중 단 38개교가 1학기 늘봄학교에 참여 중이다. 일부 수도권 학교에서는 정원 초과로 인해 신청해도 탈락하는 경우도 발생하면서 당장 자녀를 맡길 곳이 없는 학부모들이 육아휴직이나 지역아동센터, 사교육 뺑뺑이 등 대안을 찾아야 했다.

서울시교육청도 문제를 파악하고 1학기 중 늘봄학교를 현재 38개에서 150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시교육청은 1학기 늘봄학교 참여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교사들의 ‘업무 과중 우려’를 꼽았다. 교육청 관계자는 “서이초 사건 이후 학교 현장 분위기가 매우 안 좋다”며 “업무 과중 우려로 인해 제도에 대한 교사들 반감도 굉장히 크다”고 했다.

이에 따라 “늘봄학교 대상 학교를 강제로 지정한 일부 시도와 달리, 문제가 생길 소지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여건이 되는 학교’만 신청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학기에 강사 고용 준비가 어려운 학교에게는 2개월 단기인력을 지원했다”며 “38개교 중 30개교가 지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늘봄학교를 시행 중인 서울 아현초등학교를 방문해 “제도 정착을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이 짊어질 부담이 학교에 전가되지 않도록 인력과 공간, 예산 지원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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