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1명 공개, 모욕주기”…탄식 쏟은 의대 학장들
  • 강윤서 기자 (kys.s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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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수 KAMC 이사장 “2000명 정해두고 ‘허수’ 발표”
“대학 총장들, 적어도 의대생 목소리 경청했어야”
5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앞에서 의대 교수들이 대학 측의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앞에서 의대 교수들이 대학 측의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40개 대학이 정부와 의료계 예상을 뛰어넘은 3401명의 의대 정원 증원을 신청하자 의대 학장들은 탄식을 쏟아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대학본부) 총장들이 학생들의 절절한 요청을 외면했다”고 직격했다.

의대 학장 등으로 구성된 KAMC는 교육 여건상 의대 정원을 350명으로 늘리는 것이 적정하다고 주장해왔다. KAMC는 앞서 교육부가 전국 40개 대학에 의대 정원에 대한 수요를 다시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을 때도 마감 기한을 연기해줄 것을 호소한 바 있다.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신 이사장은 정부의 수요조사 결과 공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부가 어차피 2000명 증원을 정해놓고 3401명이라는 숫자를 발표하는 건 아무 의미없는 허수에 불과하다”며 “결과를 발표하는 의도 자체가 불순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대생 집단 휴학 등 아무리 의료계가 의대 증원에 반발해도 결국 이런 숫자가 나온다는 식의 보여주기 아니느냐”며 “‘의료계 모욕주기’로 보인다”고 힐난했다.

의대 학장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도 비판했다. 신 이사장은 “의대 학장들 사이에서 증원 규모를 10% 내외로 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의대생 목소리는 들어줬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각 대학 총장이 학장들 요구는 수용하지 않더라도 제자들인 의대생 입장은 경청했어야 한다”며 “각 학교 의대생들이 총장들에게 증원 신청 보류를 간곡하게 요청해지만 이마저도 외면당한 게 가장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과로 학생들의 마지막 기대와 (학교에) 돌아갈 의지도 크게 꺾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KAMC 측에서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전했다. 신 이사장은 “의대 학장들은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개강 연기, 휴강 등이 최선”이라며 “그마저도 이달 중순 이후에 의대생들 유급을 막기 위해서라도 휴학을 받아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교육부에서 2월22일부터 3월4일까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신청을 받은 결과, 총 40개 대학에서 3401명의 증원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진행한 수요조사 결과 중 최대치(2847명)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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