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김동연·조국까지…위기 속 기회 엿보는 ‘포스트 이재명’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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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공천 파동’에 리더십 치명상…野일각 “非明 오히려 기회”
임종석, 탈당 대신 잔류…김동연·조국 평산마을 찾아 ‘文心’ 확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천 논란’으로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은 모양새다. 공천에 반발한 친문(문재인)·비명(비이재명) 세력들은 집단 반발에 이어 탈당까지 결심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민주당 텃밭인 호남 민심마저 흔들리며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다. 이 대표의 위기에 야권 일각에선 ‘포스트 이재명 체제’ 가능성도 언급되기 시작했다. 특히 임종석 전 비서실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문심(文心·문재인 대통령 의중)’을 앞세워 당권 및 대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왼쪽부터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왼쪽부터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野 중진·원로까지 모두 우려…“이재명이 바로 잡아야”

최근 민주당 지도부는 ‘불공정 여론조사’와 ‘밀실 계파 공천’ 등으로 당내 반발에 직면했다. 지난달 27일 진행된 의원총회는 이 대표에 대한 불만 성토장이 되기도 했다. 당시 홍영표 의원 등은 “남의 가죽을 그렇게 벗기다간 당신 손도 피칠갑될 것”이라며 이 대표의 면전에서 언성을 높였다. 또 지도부를 향한 특단의 대책은 물론, 이 대표의 사퇴 요구도 나왔다. 같은 지도부인 고민정 의원도 이 대표의 태도에 답답함을 느끼며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났다.

당내 반발에도 비명 의원들의 공천 탈락이 이어지자, 비명계 중진 의원들도 결단을 내렸다. 홍영표·설훈 의원은 당내 비명 의원들을 규합하며 집단 탈당 행보를 본격화했다. 이들은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와도 접촉하며 ‘반명(반이재명)’ 연합을 구축하고 있다. 홍 의원은 6일 전격 탈당 선언 후 “무너진 민주당의 끝없는 추락이 이번 공천에서 정점을 찍었다”며 “민주가 사라진 ‘가짜 민주당’을 탈당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천과 직접 연관이 없는 당내 원로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해찬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직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4선 중진 우상호 의원도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혁신과 멀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총선 지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연합뉴스·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메트릭스에 의뢰해 이날 발표한 조사(유권자 1000명 대상, 응답률 11.7%,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에서 ‘민주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은 26%에 그치며, ‘국민의힘을 뽑겠다’는 응답(33%)에 오차범위 밖으로 밀렸다. 또 최근 한국갤럽 조사(유권자 1001명 대상, 응답률 15.8%,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33%를 기록하며, 40%를 기록한 국민의힘에 크게 뒤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서대문구 한 헬스장에서 직장인 정책간담회 전 런닝머신을 하고 있다. 러닝머신 화면에 같은 시간 국회 소통관에서 공천 관련 기자회견 중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서대문구 한 헬스장에서 직장인 정책간담회 전 런닝머신을 하고 있다. 러닝머신 화면에 같은 시간 국회 소통관에서 공천 관련 기자회견 중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당 잔류’ 임종석, ‘文 만난’ 김동연, ‘당 차린’ 조국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이재명 대표의 당권뿐 아니라 대권 행보에도 치명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포스트 이재명’을 노리는 차기 당권주자들도 기회를 엿보는 모습이다. 실제 일부 주자들은 공천에 낙심한 인사들이나 이 대표에게 등을 돌린 민주당 원로들과 접촉하며 자신만의 ‘우군’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앞서 4·10 총선을 앞두고 서울 중성동갑 ‘컷오프(공천 배제)’로 지도부와 갈등을 밎었던 친문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민주당 잔류를 결단했다. 그는 지난 주말 간 이낙연 대표와 접촉하며 탈당을 고민했으나, 결국 “당의 결정에 수용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당내 원로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임 전 실장이) 차기 전당대회에서 무엇을 도모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도정에 집중하고 있던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돌연 봉하마을과 평산마을로 발걸음을 옮기며 총선 정국에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후 “(대통령이) 당에 대해서 혁신과 통합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내게) 더 큰 역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강조했다. 이후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도 참배한 후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제가 더 많이 기여 하겠다”고 다짐했다.

여기에 당 외에서 ‘조국혁신당’ 깃발을 새로 꽂은 조국 대표도 민주당계의 새 구심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조 대표의 신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10%대 내외의 지지세를 보이며 선전하고 있다. 이에 이재명 대표도 조 대표와 직접 만나 “총선에서 힘을 합쳐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비례연합정당과의 연대에는 선을 그었지만, 선거 연대 수준에선 각각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출에 집중하며 역할 분담을 약속한 셈이다.

비명계 일각에선 총선 이후 이들이 이 대표의 대항마로 나서주길 바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친문계 야권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현재 민주당의 총선 판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이렇게 되면 천하의 이재명 대표나 친명계도 자리보전이 어렵게 된다”며 “친문 인사들 모두 총선 승리를 당연히 원하지만, 일각에선 내심 총선 패배를 이재명과 친명 체제를 무너뜨릴 기회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주장도 있는 것 같다”고 기류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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