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엄청 나” 직격탄 맞은 병원, 통폐합·축소에 무급휴가 권고
  • 강윤서 기자 (kys.s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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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이탈에 병동 통폐합하고 응급실 요일제로
간호사와 일반 직원에겐 ‘무급휴가’ 제안하기도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는 3월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는 3월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전국 주요 병원이 본격 ‘축소 운영’에 돌입했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 이탈로 진료·수술, 입원환자 등이 모두 급감한 주요 병원이 병상수 대폭 축소와 병동 통폐합에 착수했다. 각 병원 응급실도 진료 대상을 줄이고 요일제를 적용하고 있다. 

일부 병원은 수술과 진료 감소로 수익이 급감하면서 간호사 등 직원들로부터 ‘무급휴가’ 신청까지 받고 있다.

이른바 ‘빅5’ 병원은 현 상황에서 병동 통폐합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어 이들의 관리를 위해서라도 병동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이미 암 단기병동 등 일부 병동을 축소 운영 중이다. 암 단기병동은 암환자들이 항암치료 등을 위해 단기 입원하는 병동을 말한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환자 수가 줄어서 효율적인 진료와 관리를 위해 병동 축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빅5 외 병원 상황도 비슷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은 의료진이 부족해 정신과 폐쇄병동 운영을 잠정 중단하고 정신과 응급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도 오는 8일부터 정형외과 병동 2곳을 통합할 예정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역 거점 병원도 마찬가지다. 환자 수가 급감한 부산대병원은 1172병상의 가동률이 50%까지 떨어지자 유사 진료과끼리 병동을 통합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2개 진료과를 한 병동에서 운영하는 방식으로 현재 6개 병동이 비어 있다”고 전했다. 

충북대병원도 간호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환자 수가 적은 입원병동 2곳을 폐쇄하고 환자들을 다른 병동으로 옮겼다. 제주대병원은 최근 간호·간병서비스 통합병동을 2개에서 1개로 통폐합했다.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해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한 3월5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 의료진이 걸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해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한 3월5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 의료진이 걸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응급실도 운영 대폭 축소…‘무급휴가’ 고육지책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응급실은 중증환자 위주로 개편되고 있지만, 점차 중증환자마저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빅5 병원 중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은 가장 위중한 응급환자인 심근경색과 뇌출혈 환자조차 부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응급 투석 환자도 일과시간인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받는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의 내과계 중환자실(MICU)은 추가 환자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지역 병원 응급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경북대병원 응급실은 매주 수·목 외과 진료가 불가능하다. 의료진 부족으로 영남대병원은 추적관찰 환자 외 신규 환자 수용이 어렵고, 계명대 동산병원도 호흡곤란 및 호흡기계 감염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충남지역의 유일한 상급병원인 천안 단국대병원도 소아과·이비인후과·비뇨기과 응급실 진료가 중단됐다.

한편 간호사나 일반 직원 등을 대상으로 정상 진료 때까지 무급휴가 제도를 시행하는 병원들도 잇따랐다. 서울의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줄면서 병원의 적자가 어마어마하다”며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 병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경희대병원은 간호사와 사무·보건·기술직 등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삼성서울병원도 검토 중이다. 서울아산병원도 일반 직원 중 희망자는 1일 단위로 1개월 이내 한시적 무급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이에 병원 수익 악화를 간호사나 일반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무급휴가 강요’로 인한 피해 신고가 전국에서 접수되고 있다. 협회 측은 “최근 병상 회전율이 떨어지고 수술을 하지 못해 인력이 남다 보니 무급휴가 강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휴가를 쓰지 않겠다고 하면 다른 부서 지원인력으로 보내겠다고 한 사례도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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