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훈련보다 중요한 이해와 신뢰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2 12:00
  • 호수 1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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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은 기계 아닌 독립적인 생명체…통제 대상으로 바라봐선 안 돼

‘앉아!’ ‘기다려!’ 아마 반려견을 처음 입양한 보호자들이 가장 먼저 시도하는 훈련이 이 두 가지일 것이다. 어떤 정해진 매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런 훈련은 첫 입양 후 당연히 거쳐야 하는 단계처럼 행해진다. 

하지만 이런 훈련만으로는 반려견과 함께 잘 살아갈 수 없다. 오히려 반려견을 가르치고 통제해야 할 훈련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건 함께 살아가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훈련보다 더욱 중요하고 선행돼야 하는 것은 바로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와 신뢰 형성이다. 

반려견과의 관계를 시작하는 것은 사람이고, 이 관계를 이끌어가는 것도 사람이다. 이 모든 결정이 사람 중심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모습과 과정도 반려동물을 사람에게 맞춰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반려견은 내가 원하는 형태와 모양대로 맞춰지는 기계가 아니다. 사람과 똑같이 기본적인 감정을 느끼면서도 언어와 습성이 모두 다른 독립적인 생명체다. 

그래서 반려동물과의 행복한 동행을 위해 선행돼야 할 것이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다. 반려동물은 사람과 다르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온전히 다른 생명체다. 다르지 않다는 것은 사람처럼 보고 듣고 느끼며 기쁨, 슬픔, 두려움, 분노 등의 기본적인 감정을 경험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감정과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다. 동물은 사람처럼 언어를 사용할 수 없다. 얼굴 표정과 몸과 꼬리의 움직임, 짖거나 으르렁거리거나 끙끙거리는 다양한 소리 등을 조합해 감정과 의사를 표현한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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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깊이는 함께하는 시간에 비례 

물론 이런 것들을 배우지 않아도 반려동물과의 오랜 생활을 통해 경험적으로 체득하기도 한다. 하지만 관심의 깊이나 사람의 성향에 따라 이런 이해의 정도는 차이가 크게 난다. 그리고 잘못된 해석과 오해를 낳아 서로의 관계가 틀어지거나 영원한 평행선을 달리기도 한다. 반려견은 A가 필요하다고 신호를 보내는데, 보호자는 이해하지 못하고 B를 제시한다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가 문제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반려동물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보호자 스스로 반려동물의 습성과 언어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그다음으로 행복한 동행을 위해 필요한 것은 신뢰 형성이다. 반려동물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도록 길들여진 동물이지만, 여전히 낯선 사람을 보면 경계하며 보호자와 함께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에 불안감을 갖는다. 그러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의 공간과 영역을 인식해 안정감을 느끼며, 자신의 생존에 필수적인 먹을 것과 잠자리, 놀이 등을 제공하는 보호자를 믿고 따르게 된다. 이렇게 필수적인 것을 제공한다고 충분한 신뢰가 형성될까. 반려동물과의 신뢰의 깊이는 반려동물과 함께 보낸 시간과 비례한다. 그만큼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고 유대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집에만 가둬두고 퇴근 후에 밥만 챙겨주고 잠깐 놀아주는 게 아닌, 함께 산책하고 여행을 다니며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보호자가 된다면 반려동물은 당신을 깊이 신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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