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창과 이재명 방패…변수는 ‘선거구 조정’과 ‘유동규’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8 10:00
  • 호수 1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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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수도권 ‘5대 격전지’를 가다] 인천 계양을
민주당 초강세 지역…명-룡,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좁혀져

서울 용산에서 차로 달려 40분, 인터체인지(IC)를 빠져나오자 우측으로 우뚝 선 계양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계산역(인천 1호선) 인근 도로변 양옆 상가들에 걸린 4·10 총선 예비후보의 대형 현수막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 밑으론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갔다.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인천 계양을의 공기에는 벌써부터 진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시사저널은 3월4일과 5일 이틀에 걸쳐 계양을 지역을 찾아 이번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 민심을 들어봤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이자 야권의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여권의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원희룡 전 장관의 ‘미니 대선급’ 대결이 이곳에서 치러진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정면 겨냥하며 계양을 출마를 선언한 원 전 장관을 2월15일 일찌감치 단수공천해 힘을 실었고, 민주당은 약 2주 늦은 3월2일 이 대표 공천을 확정하며 대전이 최종 성사됐다. 여기에 한때 이 대표의 측근이었으나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으로 다투며 이 대표에게 등을 돌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도 계양을에서 이 대표 저격출마에 나선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두 번째)가 3월5일 서울 영등포 뉴타운 지하쇼핑몰을 찾아 한 시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2월23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맨 왼쪽)과 함께 인천 계양구 계양산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너무 오래 해” vs “尹정부 엉망진창”

계양을은 민주당의 텃밭 중 텃밭으로 분류돼 왔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이곳에서만 무려 5선 의원을 지냈고 이 대표가 그 뒤를 이어받았다. 2000년 이후 치러진 8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단 한 번을 제외하고 7번 모두 민주당이 이곳에서 승리했다. 이 대표는 2022년 6월 보궐선거에서 55.24% 득표로 국회에 첫 입성했다.

장관직을 내려놓고 국민의힘 입장에선 상당한 험지인 이곳 계양을에 도전장을 낸 원희룡 전 장관은 지역 곳곳을 누비고 있다. 인천 부평고 출신이자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생활 등으로 인천과 연이 깊은 전 축구선수 이천수씨를 후원회장으로 영입해 항시 동행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여당의 전폭적인 지원도 받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월23일 계양을 지역을 찾아 원 전 장관과 어깨동무하며 힘을 실어줬고, 얼마 지나지 않은 27일엔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도 원 전 장관과 함께 계양 곳곳을 누볐다.

시사저널이 계산역 인근에서 만난 60대 남성 신아무개씨는 “(원 전 장관이) 활력 있게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워낙 (민주당이) 오래 했으니 이번에는 한번 바꿔봐도 좋겠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한다”고 했다. 반면 계양산전통시장에서 만난 43세 여성 이아무개씨는 “정부가 엉망진창인데 장관까지 한 사람이 뻔뻔하게 여기 와서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하나”라며 “이 동네 사람들이 지금 정부를 많이 싫어한다. 이번에도 (여당 당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3월5일 인천시 계양구 계양산전통시장이 장 보러 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3월5일 인천시 계양구 계양산전통시장이 장 보러 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현역 의원인 이재명 대표는 아직까지 본격적인 지역 유세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이 대표 지역 사무실엔 아무런 현수막도 걸리지 않은 상태였다. 이 대표 측에 따르면 아직 이 대표는 예비후보 등록도 하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공천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 데다 다른 지역 유세 지원 등 대표로서의 선거 지휘 역할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늦어지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또 이 대표가 평소에 착실히 지역을 돌보고 있기 때문에 굳이 서두를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궐선거 당선 이후 2년 동안 지역구 의원이 된 이 대표에 대해 계양구 민심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계양산전통시장 60대 남성 상인 A씨는 “(이 대표가) 잘하고 있어서 떨어뜨릴 필요가 없다. 국회의원이 유명해서 이 지역이 관심을 받으니 그것대로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 아직 (당선된 지) 2년밖에 안 됐는데 한 번 더 해도 괜찮다”는 견해를 밝혔다. 계양2동에 거주한다는 50대 남성 이아무개씨는 “(이 대표는) TV에는 많이 나오는데 여기 사람 같지가 않다. 우리 동네가 들러리냐는 얘기도 많이 한다. 아직 (누구를 뽑을지) 정하진 않았는데 이 대표에겐 마음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선 이 대표와 원 전 장관이 오차범위 내에서 다투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박진감을 더하고 있다. 경인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3월1~2일 실시한 계양을 총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는 45.2%, 원 전 장관은 41.6%로 나타났다. 격차는 3.6%포인트로 오차범위(±4.35%포인트) 내였다. 이번 총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에서 두 사람이 만난 건 처음이었다. 열흘 전인 2월17~19일 KBS-한국리서치 전화면접 방식 여론조사에선 이 대표가 44%로 원 전 장관(34%)을 오차범위 밖으로 크게 앞섰던 것에 비하면 격차가 다소 좁혀진 셈이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3월5일 인천 계양을 지역구 전경. 멀리 선거구 조정으로 계양을에 포함된 작전서운동의 신축 아파트가 보인다. ⓒ시사저널 임준선
3월5일 인천 계양을 지역구 전경. 멀리 선거구 조정으로 계양을에 포함된 작전서운동의 신축 아파트가 보인다. ⓒ시사저널 임준선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이뤄진 선거구 조정 때문이다. 당초 계양을은 계산1~4동, 계양1~3동이었으나 이번 조정으로 계산1동과 3동이 계양갑으로 이동했고, 계양갑에 속해 있던 작전서운동이 계양을로 왔다. 정치권에선 변경된 선거구가 이 대표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른 지역으로 넘어간 계산1·3동은 상대적으로 고령층이 많이 거주하는 구도심이고, 계양을에 편입된 작전서운동은 젊은 층이 많은 신도심으로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앞서 소개한 여론조사 결과는 모두 기존 선거구 기준으로 실시된 조사였다.

이재명-원희룡, 견제·고발 오가며 분위기 달아올라 

자유통일당 후보로 나선 유동규 전 본부장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3월5일 계양산전통시장 방문으로 본격적인 유세 일정에 나선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저격수’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향후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 대표를 향한 그의 입이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선 신경 쓰이는 대목일 수밖에 없다. 

작전서운동 이마트 인근에서 만난 30대 후반 여성 신아무개씨는 “(선거구가) 바뀐지 몰랐다.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진 않아서 (누구를 지지할지) 잘 모르겠지만 보수에 거부감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재명이란 사람은 워낙 유명하니까 이 동네 사람들도 더 친숙하게 생각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작전서운동 내 한 신축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43세 남성 김아무개씨는 “계양 쪽에서 민주당이 너무 센데 그래서 지역이 더 발전을 못 한다는 얘기도 많이 나온다. 이번 선거에선 공약이나 태도를 보려고 한다”며 “막연하게는 (원 전 장관이) 국토부 장관이었으니 이 지역에서 제일 중요한 교통을 더 발전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인천 계양구 계산역 인근에 계양을 출마를 선언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대형현수막이 붙어있다. ⓒ시사저널 임준
인천 계양구 계산역 인근에 계양을 출마를 선언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대형현수막이 붙어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전국 최대의 관심을 받는 지역이다 보니 선거 분위기가 고조를 넘어 점차 격화되기도 한다. 3월6일 이 대표는 윤 대통령 처가의 양평고속도로 의혹을 거론하며 “(원 전 장관이) 무관한 척하지만 지금까지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지 않냐”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에 원 전 장관은 즉각 이 대표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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