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의사 반발에 “틀렸다” 직격…장기전 태세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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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복귀 전공의 현장점검 완료…‘면허정지’ 처분 속도전 속 장기전 준비
타협 선 그은 尹 “책임방기 의사 합당 조치, 국민 피해는 최소화 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3월6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월6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장기전'을 바라보며 강경 태세를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교수들까지 집단행동 조짐을 보이며 전선이 확대되자 이들의 주장을 "틀렸다"고 직격하며 후퇴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7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전날까지 전공의들이 소속된 수련병원현장 점검을 완료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해 미복귀한 전공의들을 최종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현장점검 결과를 토대로 정부는 의사면허를 3개월 정지하는 행정처분 사전통지서 발송을 마무리 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5일부터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확인된 전공의들에게 사전통지서를 발송해왔다. 

면허정지 처분 대상에 오른 전공의는 80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가 지난달 29일 기준 100개 주요 수련병원으로부터 취합한 소속 전공의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확인서는 총 7854건에 달한다. 

복지부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사전통지서를 받은 전공의들의 의견을 들은 뒤 처분에 들어간다. 무더기로 전공의 면허를 정지시킬 경우 현장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일단 정부는 행정력이 가능한 수준에서 최대한 처분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한 처분을 늦추는 것은 행정 집행 속도만 더디게 할 뿐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공의들이 통지서 수신과 의견 수렴 과정을 회피·지연시킬 수 있어 속도전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16일째를 맞는 3월6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16일째를 맞는 3월6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尹 "의료 현장 마비된 현실, 의사 수 부족 입증"

장기전 태세에 돌입한 정부는 의료 현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진료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상황에 따른 보완책을 가동할 방침이다. 

정부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예비비 1285억원(복지부 1254억원·국가보훈부 31억원)을 심의·의결, 비상진료체계 가동에 투입하기로 했다. 예비비는 주로 비상진료에 투입되는 인건비로 쓰일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녹색 민방위복 차림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정책 후퇴가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전공의 이탈로 의료 현장이 마비된 현실이 역설적으로 의사 수 증원 필요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윤 대통령은 "수련 과정 전공의들이 이탈했다고 해서 국민 모두가 마음을 졸이고 국가적으로 비상 의료체계를 가동해야 하는 이 현실이, 얼마나 비정상적이냐"며 "지금 의료현장 혼란이 역설적으로 의사 수 부족을 입증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병원 운영구조를 바꾸고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의대 정원 증원으로 교육 질 저하 등을 우려하며 집단행동 조짐을 보이는 교수들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닌, 틀린 주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1개 의대당 한 학년 정원이 독일 243명, 영국 221명, 미국 146명인데 반해 한국은 77명 수준으로 낮아 증원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의대 교수 1인당 법정 학생 정원이 8명인데 현재 평균은 1.6 명에 불과해 교수 인력 부족 등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된 1977년 이래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116배, 국민 의료비는 511배 증가했지만 이 기간 의사 수는 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정책 후퇴는 있을 수 없다며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의사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이들의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환자 피해는 커지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시작된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누적 상담 수는 916건으로 1000건에 육박한다. 환자들의 피해신고 접수 건수는 388건으로 수술지연(290건)이 가장 많았다. 진료 취소는 47건, 진료거절 36건, 입원지연 15건 등으로 확인됐다. 

병원에 남은 의료진도 한계 상황에 내몰렸다. 병원은 병동 통폐합과 응급실 축소 운영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수술과 진료가 대폭 축소되면서 경영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돼 직원에 무급휴가를 권고하는 병원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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