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의 ‘입김’ VS 이복현의 ‘경고장’…NH투자증권 ‘CEO’ 잡음 격화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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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출신’ 윤병운 vs ‘농협맨’ 유찬형 vs ‘외부 인물’ 사재훈 3파전
신임 농협중앙회장 강호동은 유찬형 낙점…금감원은 “관여 안 돼” 경고

범 농협금융그룹이 정영채 대표의 용퇴로 공석이 된 NH투자증권의 수장 자리를 둘러싼 내분에 휩싸였다. 새 대표의 전문성을 우선으로 둘지, 지주사와 호의적 관계를 중점에 둘지를 두고 막판 내홍이 불거진 가운데, 11일 오후 열릴 임시 이사회에서 차기 대표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이날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신임 사장 단독 후보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추위에서 사장 후보를 정하면 임시 이사회를 열어 최종 후보를 발표한다. 이후 이달 26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차기 사장을 공식 선임한다.

최종 후보군인 숏리스트에 오른 인물은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IB1사업부 대표),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 등 3명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NH투자증권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의 한 NH투자증권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계열사 독립성 보장할까 중앙회 영향력 확대할까

각 인물별 특색은 명확하다. 먼저 윤병운 부사장은 NH투자증권 내부 인사로 IB(투자금융)사업부를 총괄하는 등 실무에 강한 인물이다. 사재훈 전 부사장도 증권맨 출신이지만, 유일하게 농협과는 관련 없는 외부 인물이다. 반대로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농협 출신이지만 증권 부문 경력은 없다.

업계 평가를 종합하면, 당초 NH농협증권은 물론 농협금융지주 내부적으로는 자사 출신이자 증권업 경력이 있는 인물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채 대표가 전통 ‘IB맨’으로 불린 인물이었던 데다, 최근 증권가에 IB 강화 일환으로 현장형 대표가 선임되는 트렌드를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3명의 후보 가운데 이 조건에 가장 들어맞는 인물은 윤병운 부사장이었다.

그러나 막판 변수가 튀어나왔다. 농협중앙회가 유찬형 전 부회장을 사장 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전해져서다. 그룹 내 존재감 확대를 위해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대표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현실화된 것이다. 강 회장은 지난 1월25일 선거를 통해 제25대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됐고, 지난 7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유 전 부회장은 1988년 농협에 입사해 2022년 농협중앙회 부회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34년간 농협에 몸담은 인물이다. 아울러 강 회장의 선거를 도운 키맨으로 불릴 정도로 측근으로 분류된다.

업계에선 중앙회가 NH투자증권 경영의 독립성을 보장하기보다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 확대를 위해 ‘농협맨’을 선호했다는 평가다. 유 전 부회장은 상호금융 전문가로 통하지만 증권업 경력이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공식 업무를시작한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7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작성하는 모습 ⓒ 연합뉴스
공식 업무를 시작한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7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작성하는 모습 ⓒ연합뉴스

사장 인선 잡음 확대되자 ‘외부 수혈안’도 솔솔

다만 유 전 부회장 카드도 불투명하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움직임에 경고장을 날렸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가 NH투자증권 대표 선임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판단이다. 농협중앙회는 NH투자증권의 모회사인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했으며, 은행‧증권‧생명‧보험 등을 손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배구조상 중앙회는 금융지주 경영진 교체에 대해서만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지, NH투자증권은 영역 밖이라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지난 7일부터 농협금융지주를 시작으로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 등 계열사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최근 농협은행 배임사고 관련 내부통제 이슈와 함께 차기 대표 인선 절차의 적절성을 따지기 위해 지배구조 전반을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유 전 부회장의 선임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읽힌다. 

양측의 충돌이 계속되자, 일종의 제3의 안으로 유일한 외부 인사인 사재훈 전 부사장 카드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 전 부사장은 삼성증권에서 WM(자산관리) 전문가로서 커리어를 쌓았고, PB(프라이빗뱅커)로 시작해 부사장 임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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