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배상, ‘투자 유의 사항’ 온라인 고지한 증권사도 못 피해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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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배상기준안 윤곽…판매사 최대 100% 배상 가능
증권사 판매분도 배상 책임…투자자 개인요인 가감

수조원대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배상안이 나왔다. 판매사의 책임과 투자자별 특성에 따라 배상기준을 0%에서 100%까지 차등 적용하는 게 골자다.

특히 ELS 판매 분은 은행권에 치우쳐있지만, 증권사도 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초 증권사 판매금의 대부분이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낮은 온라인으로 판매돼 배상안에서 빠질 것으로 관측됐지만, 투자자의 이해도나 연령 등 개인적 특성에 따라 배상비율을 더할 수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열린 홍콩 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열린 홍콩 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홍콩H지수 ELS 관련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르면, 배상비율은 판매사 요인 50%에 투자자 요소 45%포인트, 기타요인 10%포인트씩을 가감해 최종 결정된다.

구체적으로 판매사 요인은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위반, 부당권유 등 불완전판매를 했는지 여부에 따라 기본배상비율 20∼40%를 적용하고, 여기에 가중책임을 더해 결정된다.

업권별로 비율은 다르게 적용된다. 은행의 경우 모든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적합성원칙 또는 설명의무 위반 사항이 발견돼 20~30%의 기본배상비율이 책정됐다. 반면 증권사는 대체로 지적사항이 확인되지 않아, 개별 증권사별로 불완전판매가 확인되는 경우에만 20~40%의 기본배상비율을 적용한다.

가중책임도 은행이냐 증권사냐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내부통제 부실 책임의 정도에 따라 은행은 10%포인트, 증권사는 5%포인트를 가중한다. 온라인 판매채널이라면 은행 5%포인트, 증권사 3%포인트로 낮아진다.

이에 따라 배상금 총액의 대부분은 은행권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H지수 ELS 판매액의 대부분이 은행에서 판매된 데다, 증권사 판매분은 대체로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낮은 온라인에서 팔렸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공개된 금감원의 배상비율 예시 사례에서도 상당수가 은행의 사례에 집중됐다.

그러나 판매사별 배상요인을 적용받지 않더라도 개별 투자자 특성을 고려해 배상비율이 가감될 수 있다. 가령 증권사 온라인 창구에서 판매돼 투자 유의 사항을 고지했다 할지라도, 해당 투자자가 금융 취약계층이거나 ELS 최초가입자라면 최대 45%를 배상해야 할 수 있다.

금감원 측은 “온라인 판매의 경우, 설명의무가 용이하게 진행되는 측면이 있어 온라인보다는 대면 판매에 더 많은 책임을 묻기로 했다”면서도 “실질적으로는 투자자의 과거 ELS 투자 경험이나 개별적 금융지식 수준 등을 고려해 투자자가 ELS에 대해 이해하고 투자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투자자별로 만기가 도래한 이후 확정된 손실에 대해 이번 기준안에 따라 산정된 배상비율을 적용해 배상금액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과징금 부과와 제재 등 후속 조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부당 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중조치를 할 것”이라며 “(불완전판매 관련해) 기관·임직원 제재, 과징금·과태료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에 따르면, 홍콩H지수 ELS의 판매 규모는 작년 12월말 기준 총 18조8000억원(39만6000계좌)으로 집계됐다. 판매사별로는 은행 15조4000억원(24만3000계좌), 증권사 3조4000억원(15만3000계좌)이다. 증권사의 경우 전체 판매액 중 87.3%가 온라인에서 팔렸다.

올해 1~2월 만기도래액(2조2000억원) 중 손실금액은 1조2000억원(은행 1조원, 증권 2000억원)이며, 2월말 홍콩 H지수 수준(5678)이 연말까지 유지될 경우 추가 예상손실금액은 4조6000억원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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