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까지 업은 알리의 ‘초저가 공세’…韓커머스 긴장하는 이유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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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점 프로모션’으로 이용자 유입 늘리는 알리
‘수수료 무료’로 韓판매사 확대…신선식품까지 영토 확장
‘본업’ 살리기 나선 대형마트…‘규제 개선’ 목소리 나와

국내 식품 1위 업체인 CJ제일제당이 쿠팡 대신 알리익스프레스(알리)의 손을 잡으면서, 알리의 ‘초저가 공세’에 힘이 실렸다. 알리는 최근 한국 브랜드관인 K-베뉴를 통해 CJ제일제당의 대표 제품 판매를 시작하면서 최저가 키워드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CJ제일제당 공식몰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할인 판매를 진행하면서 모객에 나선 것이다.

올 상반기 동원 F&B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입점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알리가 연이은 입점 프로모션을 통해 초저가 공세에 집중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선식품 카테고리까지 영토를 넓히고 있는 알리의 움직임에 국내 유통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3월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에 오픈한 '알리익스프레스 팝업스토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에 오픈한 '알리익스프레스 팝업스토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식품 카테고리의 힘…판매사 확보해 신뢰도 높여

알리는 CJ제일제당의 입점에 맞춰 쿠폰 발행 이벤트와 할인 행사를 준비했다. 8일 오후까지 진행한 햇반 프로모션은 CJ제일제당의 자사몰인 CJ더마켓보다 18%나 저렴한 가격으로 진행돼 소비자들이 대거 몰렸다. 비비고 왕교자 등 대표 제품도 국내 이커머스 업체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20%가량, 비비고 김치 묶음 상품의 경우 4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됐다.

입점에 따른 단기 프로모션이지만, ‘파격가’ 행사는 소비자 유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저가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가입한 소비자들이 알리에서 소비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알리는 최근 식품 부문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신뢰도 높은 한국 브랜드를 불러들이고 있다. 식품은 구매 주기가 짧아 충성 고객을 형성하기 좋은 카테고리로, 잦은 방문을 유도하는 역할도 한다. 안정적인 판매사를 확보할 경우 플랫폼 신뢰도를 제고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의 입점도 늘어나고 있다. 올 1분기 중 동원F&B가 알리 입점을 앞두고 있고, 대상과 삼양식품, 풀무원도 입점 여부를 검토 중이다. 새로운 브랜드 입점과 동시에 대표 상품과 관련된 프로모션을 공격적으로 진행할 경우 알리 가입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CJ제일제당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에 7일 입점했다. ⓒ알리 앱 캡처<br>
CJ제일제당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에 7일 입점했다. ⓒ알리 앱 캡처

알리 앱 사용자 11번가 제쳐…月 818만 명

국내 기업들이 알리에 입점하는 것은 중국 시장과도 관련이 있다. 알리를 운영하는 알리바바와의 파트너십을 맺을 경우,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해외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알리는 오는 12일 예정된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 프로그램을 발표할 예정으로, 알리바바의 플랫폼 활용 등의 입점 혜택을 홍보할 것으로 보인다.

알리는 지난해 11월 한국 브랜드관인 K-베뉴를 론칭하면서 입점·판매 수수료 무료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이용자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플랫폼인데다 수수료 부담도 없기 때문에 기업이나 중소 판매자들이 입점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지난달 알리 앱 사용자 수는 818만 명으로 11번가(736만 명)를 제쳤다. 쿠팡(3010만 명)에 이어 2위다. 이용자들은 알리를 선택하는 이유로 ‘가성비’를 든다. 시장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6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4.1%가 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을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국내 쇼핑몰보다 저렴하게 파는 제품이 많다(57.4%·중복응답)’는 점을 이용 배경으로 꼽았다.

해당 앱을 이용한 소비자 중 71.4%가 가격 측면에서의 만족도를 높게 평가했다. 가격 만족도가 이용을 담보하는 만큼, 업계는 알리가 국내 소비자들을 대거 유입시키기 위해 브랜드 론칭 초반마다 초저가 마케팅을 이어갈 것이라 보고 있다.

알리의 K-베뉴에서 판매하는 딸기 ⓒ알리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캡처
알리의 K-베뉴에서 판매하는 딸기 ⓒ알리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캡처

딸기·토마토도 파는 알리…국내 유통가 방어 전략은

알리는 이달 ‘3.28 행사’를 앞두고 타 플랫폼보다 낮은 가격으로 식품을 판매하는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28 행사는 오는 18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되는 알리의 연간 최대 규모의 프로모션 행사 일정 중 하나다. 특히 최근에는 딸기, 대저 토마토 등을 판매하는 등 신선식품 카테고리까지 영토를 확장하면서 신선식품 판매를 ‘본업’으로 하는 대형마트가 긴장하고 있다. 최근 신선식품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개편을 시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마트는 월 단위 ‘가격 파격 행사’를 도입해 신선식품 등을 정상가 대비 최대 50% 할인 판매하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먹거리 상품을 초저가에 제공하는 ‘가격 역주행’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신선식품을 산지에서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통 단계를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1월부터 식품과 비식품을 총괄하던 상품본부를 식품 중심의 그로서리본부로 일원화하면서 신선식품 부문 강화에 나섰다. 홈플러스도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상품1부문 산하 신선식품본부에 있던 신선식품MD팀을 부문장 직속으로 편제했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가 카테고리를 점차 넓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마트는 자사의 경쟁력인 ‘신선식품’ 지키기 전략에 돌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막대한 자본력이 투입되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국내 유통업체의 역량 강화뿐 아니라 정부의 규제 개선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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