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판치는 중국 고미술품 주의보
  • 조명계 미술시장 분석 전문가(전 소더비 아시아 부사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7 09:00
  • 호수 1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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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입된 중국 도자기.고서화 대부분 진품 아냐
논란 예방 위한 검증 제도 필요

우리나라에서 거래되는 중국 도자기와 고서화 대다수는 진품이 아니다. 미리 밝히지만 필자에게는 중국 도자기를 비롯해 고미술품을 정확히 감정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다만, 감정하는 방법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1000점이 넘는 중국 고서화를 봤기에 기초적인 지식을 갖고 감상을 즐겨 할 뿐이다. 한국에서 중국 도자기와 고서화에 대한 수준 높은 식견을 가지고 분류, 감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단언한다. 만약 있다고 하면 필자의 대답은 ‘글쎄’다.

필자가 오랫동안 국내에서 의뢰받은 중국 도자기 가운데 단 두 점만이 진품 판정을 받았다. 이 두 점은 모두 국제 시장가격과 희망가격에 차이가 나 소장자가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장자는 자신이 보유한 중국 도자기가 진품이라고 확신하기에, 이를 인정해 주는 인물과 기관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고미술시장의 특성상 소장자 대다수는 누가, 어떤 의견을 제시하든 ‘진품’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국내에 중국 도자기를 확실하게 감정해줄 수 있는 전문가나 기관이 없다는 점이다. 그 길을 찾고 찾다가 소장자는 필자에게 접근해온 것이다. 

중국 고미술품 도자기 작품들 (기사의 특정 도자기와 관련 없음) ⓒ조명계 제공
중국 고미술품 도자기 작품들 (기사의 특정 도자기와 관련 없음) ⓒ조명계 제공
중국 고미술품 도자기 작품들 (기사의 특정 도자기와 관련 없음) ⓒ조명계 제공

감정서를 감정해야 할 판 

소장자들이 필자에게 접근한 이유가 있다. 필자가 상인이 아니기 때문이고, 교수직에 있었으므로 올바른 답변을 해줄 것이라 믿는 것이다. 그렇게 쌓인 도자기 목록은 조금 있으면 2000점을 돌파할 듯하다. 중국 현지에는 도자기를 감정한다는 ’자칭’ 감정 전문가가 수만 명일 듯하다. 그들이 발급한 붉은 글씨와 붉은 도장을 날인한 감정서는 서울에서도 흔하게 돌아다닌다. 감정서를 감정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아예 해외에 중국 궁중유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예로부터 모사본만을 선물로 주거나 팔았기 때문이다. 청대에 제작된 송대 작품이거나 명대 도자기였다. 

어느 날,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 내게 전화를 했다. 중국 유물 한 점의 진위를 봐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무게가 상당히 나가는 백동 향로였다. 무거운 유물을 들고 서울로 오긴 했는데, 정작 유물을 알아볼 사람을 찾을 수 없었고, 돌고 돌아 필자에게까지 찾아온 것이다. 유물 정보를 중국에 전해 줘야 하므로 향로 크기를 재고 고화질로 사진을 30컷 이상 근접 촬영한 후 곧바로 중국으로 전송했다. 

10분도 안 돼 중국에서 연락이 왔다. 해당 유물의 무게가 얼마인지 알려 달라고 한다. 향로의 수치에 대한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대략 23kg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를 중국에 알려주니 즉답이 왔다. “18kg이어야만 진품”이라는 대답이었다. 백동으로 만든 것이니 옛날 또는 요즘 만든 것인지에 대한 차이를 알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중국 전문가들이 무게를 가지고 진위를 분간했던 것이다. 위작을 만드는 사람도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무게까지 맞춰야 하는 점을 몰랐던 듯싶다. 

또 다른 지인은 서울에서 고미술상을 운영한다. 주로 해외에서 중국 도자기를 수입해 팔고 있다. 진품은 거의 없다. 진품 한 점이 어디에 숨어있을지도 모르지만, 너무나 많은 양의 중국 도자기들 틈에서 진품을 찾는다는 것은 ’한강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일 것이다. 이런 지인에게 수년 전에 사건 하나가 발생했다고 들었다. 고미술상을 찾아온 고객 A씨가 지인으로부터 100여 점의 중국 도자기를 구입한 다음, 다른 한 사람에게 진품 중국 도자기라며 거액을 받고 팔았다. 

중국 고미술품 도자기 작품들 (기사의 특정 도자기와 관련 없음) ⓒ조명계 제공
중국 고미술품 도자기 작품들 (기사의 특정 도자기와 관련 없음) ⓒ조명계 제공

고의로 중국 도자기 위작 만들기도

여기서 일이 발생했다. 지인은 유물을 현 상태 그대로 팔았으므로 아무런 잘못이 없지만, A씨는 이를 ‘진품’으로 속여 팔면서 구매자와 격한 논쟁을 벌여야 했다. 결국 고발까지 이뤄졌고, 재판 끝에 A씨는 징역 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얼마 전에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과 연관된 사람 모두가 중국 도자기를 잘 몰랐다. 모르면서도 사고판 행동이 결국 근본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의아한 점은 또 있다. 누가, 어떻게 이 중국 도자기를 감정했는지, 법원에서는 감정서를 토대로 판결에 어떻게 이용했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판사도 중국 도자기에는 아무런 식견이 없을 터인데 말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오래전에 모 방송국 국장급 인사와 요리점에 들어가면서 벽에 100점 넘게 전시돼 있는 중국 도자기를 보게 돼 놀랐다. 저녁을 먹으면서 이 요리점 사장이 입수 경로를 설명해 주는데, “상인으로부터 구입하지 않고, 바닷속에 난파된 중국 고대 무역선에서 얻는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에는 아직도 수많은 고대 무역선이 가라앉아 있는데, 이를 1척당 수억원을 들여 건져내 유물을 서울로 가져온다는 것이다. 필자는 ‘요리점을 운영하면서 번 돈을 여기에 쏟아부었구나’ 생각했다.

시간이 흐른 후, 다른 곳으로부터 배와 관련된 유물 이야기를 듣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오래된 배에다 최근 만든 수많은 위작 도자기를 실어 그대로 수장시킨 채 3~4년을 기다린다. 그러면 도자기에는 뻘이 묻고, 조개가 달라붙어 누가 봐도 500년은 족히 돼 보인다고 한다. 그렇게 만든 위작들이 또 국내로 유입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반대인 경우도 있다. 필자가 소더비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당시 소더비로부터 직접 중국 고서화를 구입한 분은 네 사람이었다. 투자 목적이 아니고 순수한 애호가들이었다. 이분들이 구입한 중국 고서화는 소더비에서 이미 검증한 작품이므로 전부 진품들이다. 필자는 이분들이 가지고 있는 중국 고서화 외에 다른 고서화들은 신뢰하지 않는다. 위작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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