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 혹은 ‘극좌단체’…민주 비례연합 뇌관 된 ‘겨레하나’의 실체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2 12: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겨레하나 ‘한·미연합훈련’ 반대…김정은 정권 변화 담은 책 발간하기도
與 비판, 野지도부도 우려에…전지예 “청년의 도전을 왜곡” 자진 사퇴

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시민사회 몫 비례대표 1위로 뽑힌 청년겨레하나대표 출신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이 12일 자진 사퇴했다. 그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제기되면서다. 전씨는 “낡은 색깔론”이라며 이 같은 시선에 우려를 표했으나, 여권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도 ‘겨레하나’의 최근 활동이 급진적이라는 평가와 우려가 제기되는 모습이다.

평화나비 네트워크와 대학생 겨레하나 등 회원들이 10월21일 서울 종로구 한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위안부 모독' 의혹이 불거진 광고로 논란을 불러온 유니클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평화나비 네트워크와 대학생 겨레하나 등 회원들이 2019년 10월21일 서울 종로구 한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위안부 모독' 의혹이 불거진 광고로 논란을 불러온 유니클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미 연합 훈련’ 반대하고 ‘김정은 시대’ 조명

야권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시민 단체 몫으로 배정된 4인에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 정영이 전 전남 구례군 죽정리 이장,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을 10일 선발했다. 전 위원은 심사위원단 점수에서 만점을 받았고, 여성 1위로 뽑혀 사실상 위성정당의 ‘비례 1번’이 확정됐다. 그런데 이후 그의 과거 전적을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전씨가 ‘겨레하나’에서 청년겨레하나 대표를 맡았던 점이 도화선이 됐다.

겨레하나는 자신들을 ‘2004년 남북의 화해와 평화, 통일을 바라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평화통일 시민단체’로 설명한다. 고문 및 자문위원 명단에는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등재되어 있으며, 이사장은 이적(利敵) 단체로 규정된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에서 실무회담 대표를 지낸 조성우씨다.

시사저널이 겨레하나의 최근 3년간 주요 사업을 분석한 결과, 한‧미 연합훈련 반대 등 반미(反美) 운동에 단체 활동이 집중됐다. 이들은 매년 8‧15마다 한‧미 군사훈련을 ‘구시대적 전쟁연습’으로 규정한 뒤, ‘자주평화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외 ▲대북전단살포 중단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반대 ▲이스라엘 학살 반대 및 팔레스타인과의 연대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 메시지 등을 발표했다.

겨레하나는 주기적으로 ‘북한 관련 세미나 및 토론회’도 열고 있다. 일례로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는 지난 1월18일 ‘북의 노동당 전원회의 및 최고인민회의 분석과 전망’과 관련한 신년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에 참석한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은 “한국 사회가 자주적인 주권행사가 가능한 사회인가, 평화체제로 이행할 동력이 있는가, 이런 질문 앞에 ‘없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라며 “결국 한‧미동맹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는 2022년 3월 《김정은 시대 북한의 선택》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책은 ‘김정은 시대 10년, 북한이 변하고 있다’며 ▲원산 마식령스키장 ▲양덕군 온천 관광지구 ▲평양 미래과학자거리 등을 사진 자료와 함께 소개, 북한의 최근 발전상을 10개의 키워드로 소개한다. 저자들은 “대화와 협력이란 상대방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전제로 했을 때 현실적 의미를 갖는다”며 “과연 우리 사회는 북한을 인정하고 존중해왔는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북한에 대한 시각을 교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2022년 3월4일 겨레하나 홈페이지에 게시된 《김정은 시대 북한의 선택》 책 발간 소식 게시물 ⓒ겨레하나 홈페이지
2022년 3월4일 겨레하나 홈페이지에 게시된 《김정은 시대 북한의 선택》 책 발간 소식 게시물 ⓒ겨레하나 홈페이지

비례대표 반미·종북 논란에…전지예 자진사퇴

겨레하나의 행적이 공개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이념 편향’ 논란이 발화했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강선영 전 육군항공작전사령관은 11일 전지예 위원이 더불어민주연합 비례 1번에 배치된 데 대해 “국회에 입성한 헌법 기관이 되면 우리나라 국가 안보를 위해서 정상적인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구호만 외칠 것 같다. 반미 종북 굴종적 외교”라고 비판했다.

야권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도 문제 의식이 표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시민사회 몫 비례대표 후보에 대해 사실상 재추천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 의원은 “비례대표의 취지는 다양한 분야의 비정치 전문가들에게 입법권을 주자는 것”이라며 “옳고, 그름을 떠나 정치적 지향성이 너무 분명한 분들을 비례대표 앞선에 배치하면 그 취지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전 위원은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전 위원은 12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비례후보로 등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민사회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자신을 둘러싼 문제제기에 대해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이 낡은 색깔론을 꺼내들어 청년의 도전을 왜곡했다”면서도 “윤석열정권 심판을 위해 국민들에게 일말의 걱정이나 우려를 끼치지 않고 싶다”며 사퇴의 변을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