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진급·출마…‘꽃길’ 걷는 채 상병 의혹 핵심관계자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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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신범철‧임종득 공천, 임기훈 진급
의혹 ‘폭로’한 박 대령은 재판 중…野 ‘특검법’ 발의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중 대사로 임명돼 지난 10일 출국한 이종섭 주호주 대사 내정자가 호주 브리즈번 공항에서 캔버라로 환승하던 중 동행 취재에 나선 MBC 취재진과 단독으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MBC제공)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중 대사로 임명돼 지난 10일 출국한 이종섭 주호주 대사 내정자가 호주 브리즈번 공항에서 캔버라로 환승하던 중 동행 취재에 나선 MBC 취재진과 단독으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MBC 제공)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에 난항을 겪는 사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관계자들이 수사망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12일 이른바 ‘이종섭 특검법’을 발의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소모적이고 낭비적”이라며 비판했다.

채 상병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4일 주호주대사로 임명됐다. 이후 그는 공수처에 출국금지에 대한 이의를 신청했고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조사와 출국금지 해제를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그는 지난 10일 극비리에 호주로 출국했다.

정부는 “중요한 방산 파트너인 호주에 중량감 있는 인물을 대사로 임명할 필요가 있다”며 임명과 출국 과정에서의 절차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전 장관은 이미 외교관 여권도 발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 전 장관이) 여권법상 외교관 여권 발급 거부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이 사실상 수사망을 피해 해외로 ‘도피’했다고 일제히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호주 내에서도 현지 언론과 교민들 사이 우려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그리고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은 국민의힘으로부터 공천을 받아 총선을 뛰고 있다. 신 전 차관은 충남 천안갑, 임 전 2차장은 경북 영주·영양·봉화 총선 후보로 본선에 올랐다.

신 전 차관은 박정훈 대령의 상관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이종섭 전 장관의 지시를 따르도록 지시한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된 상태다. 해병대 측에 박 대령의 보직 해임을 압박하는 취지로 말하는 등 개입한 의혹도 받고 있다. 임 전 2차장 역시 해병대 수사단이 사건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지난해 8월 김계환 사령관과 두 차례 통화해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피의자 신분으로 ‘진급’한 사례도 있다. 채 상병 사건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으로 근무하던 임기훈 육군 1군단 부군단장은 지난해 11월 신임 국방대 총장을 맡으며 중장으로 영전했다. 지난 1월 공수처로부터 압수수색까지 받았던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도 육군 56사단장으로 진급됐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와 이용선 외통위 간사(왼쪽), 유동수 의원이 12일 오전 이종섭 특검법을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의안과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와 이용선 외통위 간사(왼쪽), 유동수 의원이 12일 오전 이종섭 특검법을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의안과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인사상 징계에 이어 ‘항명’ 혐의 등으로 수개월 째 재판을 받고 있다. 그가 ‘보직 해임 취소소송’을 제기한 지 7개월이 됐지만 아직 재판의 첫 기일조차 잡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해당 사건을 배당받아 7개월째 진행하고 있지만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해왔다. 지난 1월 처음 실시한 해병대 사령부와 국방부 조사본부 압수수색 자료도 아직 분석이 완료되지 않았다. 김계환 사령관 등 주요 관계자들 소환 조사할 계획이었지만, 이 조차 불투명해졌다.

게다가 이 전 장관이 출국 전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진 후 바꾼 새 휴대전화를 공수처에 임의제출하고, 사건 당시 사용했던 업무 수첩까지 폐기한 사실이 밝혀져 공수처의 부실 수사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공수처 측은 “최대한 수사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필요시 출국한 이 전 장관도 소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공수처를 향한 야권의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 과정 전반을 밝히는 목적의 특검 법안을 당론 발의했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전 장관의 도피성 해외 출국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이는 대통령실, 법무부, 외교부 등에 대한 수사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여당과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특검법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관련 질문에 “민주당은 늘 특검법을 발의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공수처는 민주당이 검찰을 믿지 못해서 출범을 시킨 것으로 아는데, 공수처도 믿지 못해 특검을 하자는 것인지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 결과에서 본인들이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하면 번번이 특검을 남발하는 것은 소모적이고 낭비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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