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29명, 사망 281명…인구 붕괴 기로에 선 영양군의 선택
  • 윤효성 영남본부 기자 (sisa550@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3 16:00
  • 호수 1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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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도창 경북 영양군수 “교도소도 발전소도 다 환영”…지방 소멸 위기에 정면승부 

“영양군의 최대 현안은 지방 소멸 위기 타파다. 지난해 사망자 281명, 출생자 29명으로 출생이 사망의 10%에 그치는 등 인구 붕괴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심리적 마지노선 1만6000명도 무너져 지자체 존립이 위태롭다.”

소멸에 대한 강한 위기의식으로 인해 기피·혐오시설로 꼽히는 발전소와 교도소까지 적극적으로 유치해 지역 발전의 전기로 삼겠다는 오도창 경북 영양군수를 시사저널이 만났다. 오 군수는 1960년 경상북도 영양군 청기면 토곡리에서 태어나 영양중·고등학교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공부했다. 1980년 영양군 지방공무원을 시작으로 경북도청, 예천군을 거쳐 영양군 부군수를 지냈다. 2018년부터 영양군수로 재직하고 있다.

영양군은 경상북도 북부의 영산 일월산(해발 1219m)을 중심으로 산간오지에 자리 잡고 있다. 신라 때부터 영양(英陽)으로 일컬었으며, 1895년 영양군으로 승격했다. 면적의 86%가 산이고, 대다수 지역이 해발고도 200m 이상이다. 특히 수비면은 해발고도가 400m에 이른다. 공기가 맑고 불빛 간섭이 거의 없어 맨눈으로도 별과 은하수를 볼 수 있다.

이렇듯 영양은 천혜의 자연경관과 맑고 깨끗한 환경을 지녔으나, 청정 생태도시라는 말은 곧 사람이 없다는 역설로도 연결된다. 밭농사와 산나물 외에 특별한 생산수단이 없고, 4차선 도로조차 없는 육지의 섬이다. 교통 인프라와 정주 여건이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곳으로 평가되며 1973년 7만 명이었던 인구가 2024년 2월 현재는 1만5500여 명에 불과하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도서 지역인 울릉도를 제외하면 인구가 가장 적다. 이에 오 군수를 비롯한 영양 군민들은 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영양군이 인근 지자체로 흡수 통합돼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모른다는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지는 군민들의 기피시설 유치 찬성 목소리로 결집됐다. 교도소 유치에는 군민 86.6%가 동의했고, 양수발전소는 96.9% 찬성으로 힘을 모았다. 그 결과 영양군은 지난해 12월 발전소 유치에 성공했다.

기피시설인 발전소, 교도소를 유치해서라도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오도창 영양군수 ⓒ영양군

“군민 86.6%가 교도소 유치 찬성”

양수발전소와 교도소 유치가 영양군에 어떤 의미인지.

“먼저 양수발전소는 일자리와 소득, 관광상품 등 많은 부문을 한 번에 충족시킬 수 있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2025년까지 건설비 1조6000억원 등 총 2조1000억원 이상 투입되는 매머드급 프로젝트다. 일자리 150여 개와 지역발전지원금 936억원, 여기에 매년 14억원의 세수가 예상된다. 그 밖에 발전소를 활용한 다양한 관광 개발로 연간 10만 명 이상의 관광객 유치도 기대하고 있다. 양수발전소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 증가를 가져올 것이다. 교도소의 경우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꼽히지만 인구 증가와 세수 확보 차원에서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현재 검토 중인 교도소는 900여억원이 투입되는 규모의 사업으로 알려진다. 1000명 정도를 수용하는 시설로 가정하면 400여 명의 교정직 공무원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군민 86.6%가 찬성하고 있다. 군수는 민의를 따르는 지역의 일꾼이라는 말로 갈음하겠다.”

축하할 일인지 모르지만 지난해 행안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 평가에서 A등급으로 112억원의 기금을 확보했는데.

“이 돈으로 영양의 청정자연환경에 바탕한 주거환경 개선과 정주인구 확대를 위한 ‘바대들 주거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영양읍 동부리 일원에 2026년까지 260세대 규모의 청년마을 주거단지를 조성할 것이다. 바대들 사업은 지방 소멸 극복을 위한 맞춤형 인구 유입 모델로 은퇴자 중심의 귀촌인 정착지원 사업이다. 임대형 작은 농원을 조성해 임대주택과 농업 체험시설을 활용, 주거와 소득이 동시에 가능한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정주인구를 늘릴 계획이다.”

인구 증가나 청년 유입을 위한 또 다른 정책은.

“외국인을 포함한 19세 이상에게 결혼장려금 500만원을 지원하고 결혼 비용으로 최대 300만원을 지원한다. 첫째와 둘째 출산은 월 10만원과 15만원씩 각각 3년을 지원하고, 셋째는 월 20만원으로 5년간 지원한다. 청년 월세 240만원 지원도 있다. 청년창업과 관련한 지원 및 지역 정착을 돕고자 2~3년간 총 8000만원을 지원한다. 청년을 위해 우리는 모든 걸 다할 것이다.”

출생률로 볼 때 학교와 학생 문제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또 교육 당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초·중·고 약 900여 명의 학생 중 다문화 학생이 100명을 넘을 만큼 비중이 높아 이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자체, 학부모 그리고 교육 당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언어교육, 문화교육에 대한 지원이 특히 절실하다. 아울러 학령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대학 진학 시 농촌 지역 학생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양군은 청정 자연환경을 힐링 관광지로 연결시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사진은 영양군이 자랑하는 명품 자작나무 숲의 설경 ⓒ영양군 제공
영양군 군민들이 양수발전소 유치를 응원하며 풍물패를 앞세우고 거리공연을 펼치는 모습. 영양군은 지난해 12월 양수발전소 유치에 성공했다. ⓒ영양군 제공

“청정 자연환경 기반으로 힐링 관광지 조성”

4차선 도로가 없는 육지 속 섬이라고도 불리는데 병원 등 사회 인프라는 어떤지.

“병원 한 곳, 의원 한 곳, 한의원 두 곳, 치과 세 곳이 전부다. 당연히 응급환자 대응이 미흡하다. 소아과와 산부인과는 없다. 출산이나 소아 치료를 위해 안동 등 주변 지역으로 나가야 한다. 승용차는 왕복 2시간, 안동으로 가는 시외버스는 왕복 2시간40분이 소요된다. 그것도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하루 운행 대수가 10대뿐이다. 닥터헬기 착륙장 확대, 건강검진비 지원 등 군민 생명과 건강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모색하고 있지만 군 자체적인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역별 의사 할당제 등 중앙정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화제를 바꿔 영양군에 대한 자랑을 듣고 싶다.

“밤이 진짜인 곳이다. 밤하늘이 신세계인 곳이 영양군이다. 인공조명으로 인한 빛 공해가 매우 적어 맨눈으로도 진짜 은하수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별자리를 관측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2015년 국제밤하늘협회(IDA)로부터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됐다. 문화의 향기도 그윽하다. 영양군은 동아시아 최초로 여성이 쓴 조리서 《음식디미방》의 장계향이 살았던 곳이다. 그리고 시인 조지훈, 소설가 이문열 등 최고 문인을 배출한 지역이다. 영양 고추는 맵고 달고 고소하다. 최고의 품질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고추 생산지다.”

올해 역점 추진 사업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 자원 상품화를 추진한다. 천체관측소 건립 협력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이 원격 천체관측소를 건립한 다음 전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영양의 밤하늘을 관측하는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SPC삼립과의 협업으로 최초의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의 상화법(고전적 찐빵 제조방법)을 상품화했다. 교촌치킨 발효공장의 민자 유치, 영양읍 시장 통로 도시계획도로 확·포장, 전통시장 공영주차장 조성 등의 사업도 예정하고 있다. 생태관광 메카로 도약하기 위한 자작나무숲 명소화 사업, 영양군이 자랑하는 청정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에코촌을 조성한 다음 숙박, 교육, 생태탐방까지 가능한 국내 최대 힐링 관광지로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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