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 10석’ 가시권 조국혁신당…총선 판세 다시 요동친다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5 10:30
  • 호수 1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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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심판론 호출해 ‘한동훈 효과’ 반감시켜…야권, ‘전체 파이’ 커질 것으로 기대
여권은 “조국·황운하 유죄 선고”  방탄 프레임으로 맞불…이종섭 악재에는 고심

“조국혁신당이 지금 총선판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지금까지의 ‘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를 밀어내고 ‘조국 대 윤석열’ 구도를 만들고 있다.”(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민주당 이탈층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조국혁신당이 하고 있다.”(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조국혁신당에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만 있는 게 아니다. 중도층도 제법 가 있다.”(박성민 정치 컨설턴트), “조국혁신당의 컨벤션 효과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조국혁신당이 4·10 총선 지형을 요동치게 만드는 정국의 핵으로 부상했다. 조국혁신당의 비례 정당 투표 지지율은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15%를 웃돌고 있다. 비례 투표로만 10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는 수치로 거대 양당에 이어 제3당을 차지할 수 있는 의석수다. 3월3일 출범한 조국혁신당이 창당한 지 불과 열흘여 만에 예상 밖의 돌풍을 일으키자 여야는 모두 바람 차단에 나서며 각자의 유불리 계산에 나서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접견에 자리해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조국혁신당, 비례 투표 지지율 15% 웃돌아

조국혁신당의 약진은 예상보다 높은 여론조사 수치에서 시작됐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비례 정당 투표 의향을 묻는 질문에 조국혁신당은 15~19%를 기록했다. 3월7~9일 실시된 K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은 17%를 얻었다.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16%, 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32%였다. 9~10일 조사한 MBC·코리아리서치에서 조국혁신당은 15%가 나왔다. 더불어민주연합은 21%, 국민의미래는 31%였다. 조국혁신당이 비례 정당 투표에서 15%가 넘는 지지율을 얻는 흐름은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평가되는 수도권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됐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여론만 조사한 한겨레·글로벌리서치의 8~9일 결과를 보면, 조국혁신당은 19%로 더불어민주연합(19%)과 동일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미래는 31%였다.

조국혁신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은 디지털 공간에서도 확인된다. 시사저널이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조국혁신당’ 검색량을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등과 비교해본 결과, 조국혁신당은 최근 압도적인 검색량을 기록 중이다. 창당이 가시화된 3월1일 조국혁신당의 검색량은 35로 국민의힘(24), 민주당(18), 개혁신당(20), 새로운미래(7)보다 많았다. 조국혁신당의 ‘한동훈 특검법’ 추진 소식이 전해진 3월12일 조국혁신당 검색량은 100(일 최대 검색량이 100)으로, 국민의힘(34)이나 개혁신당(33)보다 3배가량 많았다. 민주당(21)보다는 약 5배가 많았다.

이런 흐름은 각 정당을 이끌고 있는 대표들을 대입해도 유사하게 관찰됐다. 3월12일 ‘조국’의 검색량은 23으로, ‘한동훈’(27)보다는 적었지만 ‘이재명’(19)이나 ‘이준석’(15)보다는 많았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 ‘정치인 뉴스는 부고(訃告) 빼고는 다 좋다’는 정치권의 오래된 이야기를 감안하면 조국혁신당의 출발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현재 조국혁신당 약진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핵심 포인트는 ⓛ구도(정권심판론 환기) ②지형(야권 파이 확대) ③판세(야권 연대 효과)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조국혁신당의 영향력이 주요 정당에 양면적이라는 점이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에 나선 조국혁신당으로 전체 ‘야권 파이’가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은 민주당에 긍정적이지만, 민주당 위성정당의 위세 자체가 꺾이는 부분은 리스크(위협) 요인이다. 취재 결과, 조국혁신당은 지역구 후보는 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1대1’ 구도가 지역구에서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의힘에 미치는 영향도 긍정·부정 효과가 공존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동안 밀려났던 ‘정권심판론’ 프레임이 정국의 중심으로 점차 옮겨오고, 민주당에 실망한 지지층이 ‘무당층으로 이탈’하는 대신 ‘조국혁신당으로 이동’하는 점은 부담이다. 특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합쳐서 과반 의석을 달성해 연대 움직임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위협이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이 약진하면 할수록 위기감을 느낀 보수 지지층이 더 결집할 것이라는 기대는 긍정적이다. 또 각종 ‘사법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조국 대표와 조국혁신당 구성원들의 문제점이 노출될수록 역시 사법 리스크가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함께 ‘야권심판론’이라는 구도가 새롭게 생성될 여지가 있다는 점도 기대볼 만한 부분이다.

이제 총선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재외국민 투표가 시작되는 3월27일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는 이제 그리 많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시간 자체가 부족하다. 선거 막판에 이번 총선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조국혁신당의 운명은 과연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지금 조국혁신당은 총선의 ‘지형’과 ‘판세’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그 움직임과 파동이 거대 양당에 미치는 영향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와 함께 살펴봤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왼쪽 두 번째)가 3월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창당대회에서 당 지도부와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與, “민주당+조국혁신당, 과반수 확보 가능성” 우려

조국혁신당의 약진에 가장 바짝 긴장하는 정당은 국민의힘이다.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조국혁신당이 지금 ‘한동훈 효과’를 두 가지 측면에서 반감시키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우선 총선 구도가 뒤바뀌고 있는 점을 최대 리스크로 꼽는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판 이후 총선 구도는 야권이 기대하던 ‘윤석열 대 이재명’이 아닌 ‘한동훈 대 이재명’으로 잡혀가는 흐름이었다.

그런데 조국혁신당 부상 이후 한 위원장 대신 다시금 윤 대통령이 호출되면서 정권심판론 구도가 소환되고 있다. 수도권에서 선거를 치르고 있는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조국혁신당이 계속해서 윤 대통령과 검찰 개혁을 소환하면서 가려졌던 정권심판론이 다시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환기되고 있다는 점은 여권 입장에서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때문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이른바 ‘조용한 공천’으로 공천 국면에서 민주당보다 비교 우위에 섰던 이점이 상쇄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공천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잡음으로 민주당보다 우위에 서며 정당 지지도에서 격차를 벌리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조국혁신당의 부상이 이러한 ‘한동훈 효과’를 지워버렸다는 평가가 여권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조국혁신당이 총선 승패의 계산법을 다르게 만들어버렸다는 지적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조국혁신당이 지금의 여세를 몰아 10석 이상을 확보하면 민주당이 140석만 차지해도 두 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이러면 총선은 사실상 야권의 승리로 평가될 수 있다”며 “두 당의 정치적 거리감은 멀지 않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거리감과는 다르다”고 했다. 실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총선 과정에서는 경쟁하지만 이후엔 연대하거나 합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연대는 범죄자 연대” “조국혁신당은 ‘조국방탄당’으로 당명을 바꾸는 게 맞다” 등 공세의 끈을 바짝 조이며 견제구를 연일 날리는 데는 이런 배경도 자리한다는 분석이다.

여권 입장에서 신경 쓰이는 지점은 또 있다. 야권에서 제기하는 ‘조국혁신당 약진→야권 전체 투표율 상승→민주당 지역구 득표율 상승’ 시나리오가 가동될 경우 초접전 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수도권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부분이다. 또 국민의힘은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이라는 교차 투표가 선거 막판에 부각될 경우 여권 지지층 일부도 비례 투표에서 개혁신당으로 옮겨갈 여지가 생겨나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접견을 마치고 당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민주당은 ‘사법 리스크’ 우려…조국, 대법원 형 확정 시 의원직 상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따뜻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속내는 복잡하다. 민주당 내에서는 계파 갈등이 내전 수준으로 벌어졌던 공천 국면에서 그나마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에서 이탈하려던 야권 지지층을 묶어두는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특히 민주당에 실망해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으려고 했던 지지층을 묶어둔 점은 그 자체로 ‘플러스 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이들이 투표를 한다면 비례 투표는 조국혁신당을 찍더라도, 지역구 표는 민주당에 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민주당 기본 지지층인 친문·친명·호남 3축 가운데 친문·호남 유권자들이 조국혁신당으로 돌아선 것”(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민주당에 실망한 이탈표를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지지층 분산이 확대되는 점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민주당에서 최근 나오는 구호가 바로 ‘몰빵론’(지역구·비례 모두 민주당)이다. 정권심판론이라는 큰 틀에서 느슨한 연대는 유지하지만, 지지자에게는 지역과 비례 표 모두를 몰아 달라는 몰빵론 호소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조국혁신당의 약진이 전체 투표율 상승도 가져와 민주당 지역구 득표율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조국혁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는 일절 내지 않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조국 대표도 3월12일 광주 KBS와의 인터뷰에서 ‘호남에서의 선거 전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지역구에서 1대1 구도를 흩트리지 않을 생각”이라고 답했다. 

실제 민주당 내에서는 조국혁신당이 민주당 밖에 있는 야권 지지층을 끌어모으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략통으로 평가받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재명 대표에게 부정적인 야권 유권자 중 일부가 무당층과 이낙연 전 총리의 새로운미래 등으로 옮겨갔지만, ‘당선자를 낼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유권자 입장에서 그건 사표(死票)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 일부가 대안으로서 조국혁신당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조국혁신당 지지층이 주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과 겹치는 4050대, 호남과 서울인 점을 보면 이런 해석에는 힘이 실릴 수 있다. 또 민주당에서는 위성정당 후보들을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이탈한 지지층도 조국혁신당으로 이동한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내심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사법 리스크다. 조국혁신당에는 사법 리스크에 휩싸여 있는 구성원이 적지 않다. 당장 조국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이번 총선에서 원내에 입성하더라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해 조국혁신당에 입당한 황운하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후보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방탄 프레임’에 갇힐 우려가 있는 셈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검찰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조국 대표인데, 조국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방탄 프레임으로 엮여 이슈화되면 총선 직전에 불리하게 작동할 여지는 있다”고 했다. 이런 점을 부각시키려는 듯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3월13일 하급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유죄 판결을 받고도 비례대표에 출마해 당선된 경우 형 확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 의석 승계가 이뤄지지 않게 하는 이른바 ‘조국·황운하 방지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조국을 키워준 건 정부·여당의 연이은 헛발질”  

최근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조국혁신당이 약진하게 된 동력에는 정부·여당의 연이은 실책과 헛발질이 자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지어 여권 내부에서도 이 같은 뼈아픈 자성론이 제기되고 있다. 즉 조국혁신당이 내세우는 ‘정권심판론’의 땔감을 여권 스스로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하는 과정이 대표적이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 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였던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가 해제되는 과정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조차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3월12일 국민의힘이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도태우 변호사의 대구 중·남구 공천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한동훈 위원장도 적극 찬성한 사안이다. 윤 대통령의 핵심 정치적 자산인 ‘공정과 상식’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무리하게 김태우 후보를 공천한 것처럼 일련의 조치들은 국민적 거부감을 키우고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정도는 해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오만함으로 읽히는 분명한 신호”(이관후 건국대 교수)라는 분석마저 제기된다.

일련의 사태를 여권이 스스로 키우면서 총선의 핵심 화두로 ‘공정’이 다시금 등장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박성민 컨설턴트는 지금 국민은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 야권의 수많은 불공정 이슈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같은 잣대로 여권에도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고 봤다. 그의 말이다. “국민의 질문은 이거다. 그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공정은 도대체 뭐냐’ 이걸 묻고 있는 거다. 이종섭 전 장관의 출국, 김건희 여사 문제 등을 똑같은 잣대로 대하고 있느냐(라는 질문이다). 이를 불식 못 시키면 국민의힘은 검찰 독재 프레임에 말려 들어갈 수도 있다.” 국민은 과연 4월10일 ‘어떤 공정’을 심판하고, ‘어떤 공정’의 손을 들어줄까. 조국혁신당이 4·10 총선판을 뒤흔들며 만든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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