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 이해찬·김부겸, ‘정권심판론’으로 한동훈 넘어설까 [최병천의 인사이트]
  •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7 15:00
  • 호수 1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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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위원장의 정치학’…돌발 이슈에 ‘예상 밖 단호한 입장’ 취하면 지지율 상승 꾀할 수도

조국혁신당의 등장 이후 총선 국면이 다시 한번 바뀌고 있다. 세 가지를 살펴볼 때다. 첫째, 그간의 총선 국면에 대한 중간 정리. 둘째, 민주당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이 그간의 총선에서 얼마나 작동했는지 여부. 셋째, ‘선대위원장의 정치학’을 포함한 각 당의 과제와 전망. 이를 보면 현 상황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먼저 그간의 총선 국면을 중간 정리해 보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수락 연설을 했던 날짜는 지난해 12월26일. 이때를 기준으로 지지율의 움직임은 4번으로, 4번의 국면 변화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운영 지지율이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에 비해 줄곧 낮았다. 한 위원장의 등장 이후 정당 지지율도 같이 상승한다. 첫 국면은 ‘보수의 결집’ 양상이 강했다. 보수 유권자 입장에서 부끄럽지 않은 새로운 리더가 등장한 것이다. 

3월12일 민주당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출범식에서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재명 대표(가운데)와 이해찬 전 대표(왼쪽), 김부겸 전 총리가 함께 투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한동훈 등장→윤·한 갈등→비명횡사→조국당 부상으로 국면 전환

두 번째 국면은 ‘윤-한 갈등’이다. 사퇴 요구 거절을 둘러싼 두 사람의 갈등은 1월21~23일에 있었다. 윤-한 갈등은 한 위원장이 ‘윤석열 아바타’가 아님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유권자들은 윤-한 갈등을 1~2주 정도 지켜보다 한동훈 리더십에 대해 지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2월10일 설 연휴를 앞두고 지지율이 상승하기 시작한다. 두 번째 국면으로, 윤-한 갈등 이후 중도가 여권에 합류한다.

세 번째 국면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갈등이다. 민주당 공천에서 가장 유행한 표현은 ‘비명횡사, 친명횡재’다. 임혁백 민주당 공관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제기한 게 2월5일이다. 이재명 대표가 ‘새 술은 새 부대’ 발언을 한 시점은 2월14일이다. 이때부터 공천 갈등이 발생한다. 민주당 지지율은 정체 및 하향 조짐을 보인다. 2월19일 김영주 전 국회부의장이 탈당하고, 20일 박용진 의원이 하위 10% 통보를 공개한다. 27일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컷오프된다. 

이 시기가 비명횡사 공천의 절정기였다. 지지율은 하락하고, 국민의힘과 격차가 벌어진다. 총선 참패의 어두운 그림자도 어른거리게 된다. 3월3일 조국혁신당이 출범한다. 5일 조국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공식 회동한다. 이때를 기점으로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급등하기 시작한다.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지민비조)론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조국혁신당의 등장은 네 번째 국면을 만들어낸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은 친문·친명·호남의 3대 축이다. 비명횡사 공천을 지켜보며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 일부는 이재명 대표 리더십에 실망하게 된다. 이들이 ‘지지율’에서 빠지게 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지지율 격차를 보이고, 지역구 후보 경쟁력도 벌어졌던 이유다. 그런데 조국혁신당의 등장 이후 비록 비례대표지만 ‘찍을 정당’이 생긴 것이다. 더 정확하게는 ‘비조지민’이다. 투표를 안 하려던 사람들이 비례대표로 조국혁신당을 찍기 위해 투표장에 간 김에 덤으로 지역구로 민주당을 찍는 경우다. 

정리해 보면 12월26일 한동훈 위원장의 등장 시점부터 최근까지의 국면은 4개로 나눌 수 있다. 1국면은 한 위원장의 등장으로 생긴 보수의 결집이다. 2국면은 윤-한 갈등 이후 ‘중도의 보수 합류’다. 3국면은 민주당의 비명횡사 공천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이었다. 4국면은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인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더 정확하게는 ‘비조지민’으로 인한 민주당 지지율의 재반등이다. 

 

2004년 총선 이후 정권심판론은 단 한 번만 작동해

이제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이 유효한지 여부를 살펴볼 때다. 조국혁신당 등장 이후 정권심판 에너지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민주당 지지율의 재반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 정권심판론도 작동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작동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9번의 총선이 있었다. 한국 정치에서 다당제 구도는 ‘지역주의’ 때문이었다. 호남·영남·충청 기반의 지역주의가 쇠퇴함에 따라 양당제가 강화됐다. 양당제가 본격화된 것은 2004년부터다. 이때부터 5번의 총선이 있었다. 2004년·2008년·2012년·2016년·2020년 총선 중에서 야당이 승리한 것은 2016년 총선 한 번에 불과하다. 확률로 표현하면 20%였다. 

오히려 5회 중 4회는 집권여당이 승리했다. 민주당 계열 2번, 국민의힘 계열이 2번 승리했다. 총선에서 정권심판 에너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권심판 에너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정권심판 에너지와 별개로 분열, 반사이익, 중도 확장 여부에 의해 승부가 결정된다. 

마지막 포인트는 ‘선대위원장의 정치학’이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고, 나경원·안철수·원희룡·윤재옥 공동선대위원장이 뒤를 받친다. 민주당은 이해찬·김부겸·이재명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를 띄웠다. ‘선대위원장의 정치학’은 작동하게 될 것인가? 그간의 선례만 보면 선대위원장은 언론 대응, 정무적 관리, 유세 지원 정도의 성격이 강하다. 지지율 반등의 동력이 되는 측면보다 ‘위험에 맞선 대응’ 성격이 더 강하다. 일반론으로 볼 때, ‘선대위원장의 정치학’이 작동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민주당은 공천 파동을 통해 핵심 지지층 일부가 이탈했다. 친문·호남 성향 지지층이 실망했다. 이해찬·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은 민주당 내부에서 두터운 신뢰를 받는 정치 리더다. 둘의 인간적 신뢰 역시 매우 두터운 편이다. 만일 어떤 돌발변수가 발생하고,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 ‘결단’하는 모습을 실제 보여주게 된다면 분위기 반전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선대위원장의 정치학’은 한동훈 위원장에게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는 피의자 신분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했다. 만일 한 위원장이 ‘호주대사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이를 관철시킨다면 지지율 반등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윤-한 갈등 이후 중도가 보수에 합류했던 이유는 국민의힘의 약점이었던 ‘윤석열 리더십’과 차별화되는 행보를 했기 때문이다. 

선대위원장이 돌발 이슈에 대해 ‘예상과 달리, 단호한 조치’를 취한다면 지지율 반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개가 사람을 무는 게 아니라, 사람이 개를 물어야’ 이슈가 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좋은 의미에서) ‘기대와 다른 의사결정’을 하는 리더의 등장이다. 정치적 지지의 본질은 리더다운 역할을 하는 ‘리더십’에 대한 기대와 신뢰다. 그게 승부를 가른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좋은 불평등》 저자)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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