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강남 유일 관절전문병원의 “1만여 건 대리수술” 혐의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8 13:10
  • 호수 1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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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사랑병원, 2022년 병원장 등 16명 송치됐지만 2년 가까이 ‘감감’
병원장 “대리수술 아니라 수술 보조행위…환자 영향 매우 적다”

2021년 ‘대리수술’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던 서울 서초구 연세사랑병원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가 1년 반 넘게 지지부진한 상태다. 압수수색 이후 1년간의 경찰 수사 끝에 대리수술 건수와 범죄수익이 구체적으로 적시됐음에도 검찰은 기소 여부 판단을 미루고 있다. 그사이 해당 병원은 정부로부터 관절 전문병원으로 연속 지정되며 꾸준히 매스컴을 타고 있다.

연세사랑병원의 대리수술 의혹은 2010년대 후반부터 불거졌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고발장과 경찰 송치의견서 등에 따르면, A 연세사랑병원장은 수술 보조를 맡길 목적으로 병원에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유통업체 T사의 영업직원 9명을 병원에 상주하게 했다. 이들은 2017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A 원장과 의료진을 도와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절골술 등 모두 1만3479건의 수술에 참여했다. 이러한 무면허 의료행위로 병원이 취득한 경제적 이득은 약 13억8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서울 서초구 연세사랑병원 건물(왼쪽) ⓒ시사저널 이종현·박정훈·freepik
서울 서초구 연세사랑병원 건물(왼쪽) ⓒ시사저널 이종현·박정훈·freepik

“공장식 수술방에서 대리수술 1만3479건”

연세사랑병원이 전문으로 해온 관절 수술은 뼈를 깎거나 구멍을 뚫는 등의 과정 때문에 시술자의 완력이 전문지식만큼이나 필요하다. 하지만 연세사랑병원 같은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전문지식과 완력을 모두 갖춘 의료인을 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이 같은 배경으로 인해 A 원장이 인건비가 저렴한 T사 직원을 대리수술에 동원했다고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은 대리수술이 이뤄진 공간을 ‘공장식 수술방’이라고 표현했다. 그 밖에 A 원장은 대리수술 사실을 감추기 위해 수술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A 원장이 병원 홍보를 위해 대리수술 장면을 지상파 방송에 내보냈다는 의혹도 있다. A 원장 또는 의료진은 KBS·SBS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2019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18차례 출연(방영 횟수 기준)해 수술 과정을 공개한 바 있다. 모두 관절 통증을 겪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수술이었다. 이때 주치의 곁에서 수술을 도운 사람들이 T사 직원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방송 장면을 보면 의료진은 수술 가운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알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A 원장을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서민민생대책위원회에 따르면, T사 전 직원은 각 인물의 신분을 실명과 함께 짚어낸 것으로 확인됐다. “오랫동안 같이 일했기 때문에 눈매와 실루엣만 봐도 알 수 있다”는 주장이 뒤따랐다. 여기서 거론된 T사 직원들은 모두 피의자 명단에 포함됐다. 경찰은 “A 원장이 방송 출연을 통해 명성을 얻어 수술받기를 원하는 불특정 다수의 환자들을 모집했다”고 봤다.

또 서민민생대책위 측은 “수사가 진행되자 T사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상호와 대표를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T사의 등기부등본과 감사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T사는 2023년 7월 상호를 바꾸고 회사 주소를 서울 금천구에서 서초구로 옮겼다. 새 주소지는 연세사랑병원과 도보로 10분 거리였다. 결정적으로 T사는 A 원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였다. 대리수술 인건비 절감을 노리고 개인회사를 통해 직원을 ‘우회 고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불법 파견 여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파견법에 따라 대리수술을 목적으로 근로자를 파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연세사랑병원 자문변호사는 “불법 파견이 성립하려면 T사 직원이 자사의 고유 업무가 아니라 병원의 업무를 대신 수행해야 한다”며 “반면 T사 직원은 병원에서 의료기기 사용법을 실연·전달하고 위험성을 확인하는 등 의료기기 유통업체 직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만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T사 직원의 수술 참여 행위가 고유 업무인지, 병원의 업무인지에 대한 판단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건물  ⓒ시사저널 사진 자료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건물 ⓒ시사저널 사진 자료

‘불법 파견’ ‘무자격 시술’ 의혹도

내사를 통해 혐의점을 포착한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2021년 8월부터 연세사랑병원과 T사를 세 차례 압수수색했다. 이후 2022년 7월 A 원장을 비롯한 관계자 16명을 보건범죄단속법·의료기기법·의료법 등의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앞서 서민민생대책위도 2022년 4월 A 원장 등을 고발했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2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진행 상황은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초 경찰은 A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신청했으나 검찰 단계에서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 사무총장은 3월11일 기소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부장 송명섭)에 제출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런 범죄행위가 신속히 처리되지 않고 늑장 기소가 생활화되는 요인이 검찰에 있는 것처럼 비춰지면 불법 시술이 만연하고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부적절한 행위가 반복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리수술 의혹과 별개로 연세사랑병원은 ‘무자격 줄기세포 시술’ 의혹도 받고 있다. 법적 기준을 어기고 자체 개발한 기술을 환자에게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병원은 10년 동안 개발했다는 ‘근골격계 질환에서의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술’을 제한적 의료기술로 인정받았다. 이는 대체 치료법이 없는 질환이나 희귀질환에 대한 치료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조건부로 승인하는 기술이다. 기술을 승인받은 의료기관은 최대 3년간 비급여로 기술을 시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세사랑병원은 2018년 5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줄기세포 치료술 시술 자격을 얻었다.

그런데 이 병원은 2021년 4월 이후에도 시술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혹을 수사하던 서울 방배경찰서는 지난해 2월 연세사랑병원을 또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불송치했다. 불송치 결정서에 의하면, 경찰은 “학문적 근거가 있다면 의사의 판단하에 의료시술을 할 수 있다”며 “보건복지부 고시 사용범위를 벗어난 환자로부터는 시술 비용을 받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승인 기간 외 제한적 의료기술 시술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원칙상 불가”라며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문제의 줄기세포 치료술에 대해 2022년 3월 제한적 의료기술 지정을 중단했다. 이후 안전성에 대한 추적조사가 진행 중이다.

대리수술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이를 어긴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금고형이 확정되면 의사면허가 취소된다.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8~22년 5년간 대리수술로 인해 자격정지 혹은 면허취소 등 법적 처분을 받은 의사는 33명이다. 이 중 면허가 취소된 의사는 11명으로 나타났다. 경미한 무면허 의료행위로 기소되지 않은 의사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A 원장이 집도하고 T사 직원이 참여했다는 수술 현장이 방영된 방송 장면. 위 사진은 2019년 11월4일 SBS 《살맛나는 오늘》 방송, 아래는 2019년 7월3일 KBS 《6시 내고향》 방송 장면 ⓒSBS 캡처·KBS 캡처

병원 측 “제기된 혐의는 모두 거짓”

연세사랑병원 측은 “제기된 혐의는 모두 일방적 주장에 근거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A 원장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대리수술 의혹은 사실이 아니고 수술 보조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T사 직원이 △기구를 이용한 수술 부위 고정 △드릴로 뼈에 구멍 뚫기 △뼈에 핀을 고정하기 위한 망치질 △석션(기구를 통한 혈액 등의 흡입) 등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A 원장이 보내온 대한정형외과학회 검토의견서에는 “단순 진료 보조행위로 수술 결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개연성은 매우 적을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적혀있다.

줄기세포 치료술에 대해선 복지부의 설명과 달리 “(제한적 의료기술 승인 기간이 지나도) 시술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무료로 시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 원장은 “제한적 의료기술 승인 기간에 임상시험을 마쳤고 SCI에 논문도 올라갔다”며 “신(新)의료기술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한 상태”라고 했다. 특정 의료기술이 임상시험을 거쳐 안정성·유효성이 확인되면 실손보험을 청구할 수 있는 신의료기술로 등재된다. A 원장은 제한적 의료기술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인 2010년 복지부 유권해석 자료를 제시하며 “임상시험 사례나 SCI 논문이 있으면 신기술 시술은 적법”이라고 주장했다.

2003년 경기 부천시에서 개원한 연세사랑병원은 2008년 지금의 서초구로 병원을 확장 이전했다. 개인병원이지만 170여 개 병상을 보유해 종합병원(100개) 수준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전문의 수는 A 원장을 비롯해 26명이다. 병원 압수수색 전후 수사 중에도 신문·방송에 매달 노출돼 왔다. 이 와중에 보건복지부는 연세사랑병원을 올 1월 강남·서초구의 유일한 5기(2024~26년) 관절 전문병원으로 지정했다. 4회 연속 지정이다. 전문병원이란 특정 질환에 전문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정부가 인정한 의료기관으로서 3년마다 평가·선정한다. 서울에서 5기 관절 전문병원으로 인정받은 병원은 4곳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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