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화나서 기록 못 읽겠다”…판사 격노케 한 계모·친부의 아동학대 행각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4.03.1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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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했다…어찌 자식에게 이러나” 분노
檢, 계모·친부에 각각 징역 6년과 4년 구형
법원 로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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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계모 및 친부에게 판사가 “너무 화가 난다”며 이례적으로 노기를 그대로 표출했다. 피고인들은 후회와 반성의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강조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형사11단독 김수정 판사는 40대 계모 A씨와 40대 친부 B씨의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 혐의 결심공판에서 “아이들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면서 “어떻게 자기 자식에게 이렇게 할 수 있는가. 너무 화가 나서 기록을 읽을 수가 없었다”고 피고인들을 지탄했다.

공소사실을 종합하면, 계모 A씨는 2021년 5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초등생 형제인 C·D군을 23차례에 걸쳐 신체 및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친부 B씨의 경우 A씨의 학대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거나 함께 자녀를 폭행한 혐의다.

A씨는 맏이인 C군이 생일선물로 꽃바구니를 사오자 격분해 “어린애가 돈을 함부로 쓴다”며 쇠로 된 자로 손바닥을 수회 폭행했다. 술에 취한 채 D군을 침대에 눕혀 얼굴을 폭행해 코피를 쏟게 한 적도 있었다. 2022년 크리스마스 이브엔 “더 이상 키우기 힘들다”면서 C·D군을 집에서 쫓아내기까지 했다.

김 판사는 친부인 B씨의 책임이 더 무겁다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B씨에게 “친자식 아니냐. 남의 자식 키우는 것 되게 어렵다”면서 “본인 자식을 따듯하게 보듬지 않는데 누가 해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B씨는 이 재판이 있을 때까지 자녀를 양육하겠다는 생각도 없고 노모에게 애를 맡기겠다고 한다. 아이들이 원하면 그럴 수 있지만,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서 “제가 이 사건에게 B씨를 선처한다면 친부(B씨)가 아이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아이를 돌보는 할머니가 곤란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피고인의 행위가 구속될 정도가 아니어서 선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 시점까지 지급한 양육비 내역과 앞으로의 지급 계획을 작성해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김 판사는 계모 A씨에 대하서도 “자신이 없으면 키우지 말았어야 한다”면서 “애들이 뭘 잘못했느냐”고 꾸짖었다.

김 판사는 A·B씨에 대한 지인들의 선처 탄원서와 관련해서도 “주변인들에게 좋은 사람이었을 순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부모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무방비 상태의 미성년 자녀를 학대한 것”이라면서 “(집 안팎에서) 이중적 가면을 쓴 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검찰 측은 A·B씨에게 각각 징역 6년과 4년을 구형했다.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및 5년간의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을 내려줄 것도 함께 요청했다. 이날 검찰은 “피해 아동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 사건”이라면서 “피고인들이 진심으로 반성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피고인 측은 반성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먼저 계모 A씨는 최후진술서 “아이들과 떨어져 지낸 지난 1년여간 후회와 가슴 아픈 생각으로 지냈고, 죄스러움이 갈수록 커졌다. 하루도 맘 편히 자기 힘들었다”면서 “아이들의 잘못된 습관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에 저의 잘못된 판단으로 잊지 못할 상처를 줬다. 제가 엄마 자격은 없지만 아이들이 용서해줄 수 있는 날이 오도록 노력하겠다. 더 성숙하고 나무 같은 부모가 되겠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B씨 또한 “아이들한테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면서 “후회와 반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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